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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노의하루일기 Jan 05. 2022

야밤의 육아일기 : 아이를 낳고 달라진 점

아이를 낳으니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정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좋은 쪽으로 달라진 점도 있고, 나쁜 쪽으로 달라진 점도 있다. 좋은 쪽으로 달라진 건 청소, 요리, 순간 잠드는 능력 같은 게 있고, 나쁜 쪽으로 달라진 건, 규칙적이지 못한 삶, 형편없이 나빠진 수면의 질 정도랄까? ㅎㅎ




장점이라면..!


청소 : 내 새끼... 집이 더러워서 아프면 안 되지
누워지내기 > 기어다니기 > 식탁에 손 닿기 > 온 집안 돌아다니기.... 순으로 진화!



우선, 청소를 이야기해 보자면 사람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달라졌다. 예전에는 청소라는 걸 정말 안 하고 살았었다. 부끄럽게도 부모님이 방 청소를 하셨고(돼지우리 같아서 못 보겠다는 말과 함께), 독립해서 산 기간이 극히 짧아서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애를 낳으니, 톡 치면 부러질 것 같고, 저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내가 집을 더럽게 치워놔서 그런 것 같고(원래 신생아 숨소리는 쌕쌕거림... ㅎ) 집이 더러워서 아프진 않을까, 젖병이 더럽진 않을까- 걱정하며 온갖 것을 다 청소해댔다. 아이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손이 닿는 곳이 많아질수록 집이 깨끗해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지금도 부지런히 영역을 넓혀서 깨끗하게 치우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리 : 내 새끼를 굶길 순 없지


에미야... 맛이.. 없구나...(왼) / 있구나!(오)



그리고 요리...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안 먹는 사람이었다. 미트볼을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사두고 그냥 그것만 데워먹기도 하고, 귀찮아서 끼니를 거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도 애를 낳으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나는 모유 수유를 했는데, 내가 영양가 있게 먹지 않으면 애도 영양가가 없는 모유를 먹게 되고, 일단 모유 양이 줄어버리기 때문에 뭐라도 잘 챙겨 먹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잘 안 챙겨 먹으면 내 몸에 축적된 영양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골병 프리 패스라 열심히 챙겨 먹어야 함. ㅎㅎ


그리고 이제 이유식으로 넘어오고, 유아식으로 넘어오고, 어른과 거의 동일한 밥상으로 넘어오기까지 수많은 요리를 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남편 도시락까지 챙겨야 했으므로 요리를 안 할 수가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아이가 입맛이 까다로워서... 맛이 없으면 아예 거부했기 때문에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과일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사과를 매우 좋아한다. 예전에는 사과를 깎는데 5분도 넘게 걸렸고, 깎다가 손까지 깎아버릴 것 같아서 안 먹고 만다! 였지만, 이제 사과는.... 아이가 깎아달라고 하니 1분 만에 깎아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제 웬만한 요리들은 모두 20-30분 안에 끝이 난다.








쪽잠 파워


그리고 순간 잠드는 능력은 많은 엄마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쪽잠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머리만 대면 3분 안에 잘 수 있다. 그리고 그 3분만으로도 개운해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이렇게라도 안자면 몸이 버틸 수 없기 때문일까..? 정말 신기한 능력을 갖게 됐다.


+

덧붙여서 나는 카페인을 입에도 못 대던 사람이었는데, 아이를 낳은 후로는 카페인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카페인 안 먹으면 8시부터 자서 7시에 일어난다. ㅎㅎ 물론 먹는 날도 8시부터 자서 7시에 눈뜰 때도 많다.. 자도 자도 너무 피곤하다. ㅠ.ㅠ


이렇게 아이 낳고 달라진 좋은 점을 썼더니 왜 애를 낳으면 사람이 된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정말 사람이 됐네..





단점이라면..!




규칙적인 삶이 뭐죠?
마! 나 깼다!!!!!! 당차게 문열고 나오던 시절...ㅎㅎ


그리고 단점으로 꼽았던 규칙적이지 못한 삶. 나는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행동하는 것을 매우 매우 좋아했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으면 변수가 많아진다. 낮잠, 밤잠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고, 한시라도 내가 옆에서 떨어지면 큰일 나는 줄 알기 때문에 온전한 내 시간이 없다.



심지어 나는 코로나 & 애가 말을 할 수 있을 때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라 34개월에 보냈기 때문에 3년을 오롯이 아이와 붙어있었다. 밤에 재우고 뭔가를 하려고 해도, 자리를 비우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엄마 어디 있냐며 눈물을 흘리기에 다시 누워서 토닥이다 보면, 눈을 뜨면 아침을 맞이한 날이 부지기수였다.





수면의 질이... ㅠㅠ
그래도 잘 땐 정말 천사처럼 잔다 ㅎㅎ


나쁜 수면의 질은.... 아이랑 같이 자면 발에 채서 깨고, 나한테 붙어잔다며 옆으로 계속 밀어서 잘 공간이 없어져서 깨기도 하고.. 정말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그리고 이불 안 덮고 자면서 몸 웅크리고 자서 신경 쓰이게 하기, 콜록거리기, 콧물 훌쩍거리기, 갑자기 엄마 어디 있냐며 찾기, 애착 인형이 없다며 깨우기, 아침에 난 졸린데 일어나라며 위에서 점프하기 등등을 매일매일 당하다 보면 수면의 질은 형편없어질 수밖에 없다. (ㅋㅋㅋ)


그래도 자고 있는데 뒹굴러 와서 폭 기대서 자면 너무 사랑스럽고, 얼굴에 닿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그렇게 보드라울 수 없다. 애 때문에 힘들지만 또 아이에게 힘을 받아서 키울 힘을 얻는다.







장점, 단점으로 나눠서 쓰긴 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변했고, 내가 받은 것이 더 많다. 나의 부족했던 부분을 알고 채워갈 수 있게 된달까. :) 무조건적인 사랑이 뭔지 알게 됐고, 그냥 세상에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아이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마음도 생겼고, 덕분에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모든 면에서 고마운 일들이 참 많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나가면서 긍정적인 부분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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