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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ertee Jun 13. 2024

H가 S에게

삶의 여백이 너무 부족해서 9

SATC | Season 4 | Episode 2 | The Real Me

SATC | Season 4 | Episode 2 | The Real Me

S에게.


저녁보다 보그를 사서 보는 게 더 배 부를 정도로 패션을 사랑하는 캐리는 돌체 앤 가바나에게 픽되어 비 모델로 패션쇼에 서게 돼.

'이게 정말 내 모습일까? 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안고서도 그냥 패션쇼에 서.


그게 공짜 옷 때문이든, 살랑거리는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가졌다는 칭찬 때문이든, 뭐 어쨌든 어쩌면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큰 용기를 가지고 선 패션쇼에서 처음 1.5걸음을 떼기도 전에 말 그대로 대자로 넘어지네.
거기서 이제 우리 둘 다 아는 그 장면이 나와.


어찌 되었건 캐리는 비 모델이고 보통 사람이지. 

우리처럼 보통 사람은 인생에서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계속 걷고, 너를 아껴주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니까. 

다시 일어선 너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도 좋아.


나도 참 이것저것 다 하고 싶어 하거든, 누구도 아니고 내가 결정한 거, 내가 좋아서 한 거 한 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자. (요즘 나도 이렇게 살고 있어. '끝장을 보자.')


그리고 한껏 섹시한 포즈를 지으며 무대 뒤로 퇴장하는 순간, 그 순간에 중독되고 과거의 나를 배신하고 배신하면서 진짜 나를 찾자. 

반짝이 팬티를 벗어던지고 어르신 팬티로 갈아입고도 당당히 춤추는 캐리처럼.


그래서 이 에피의 제목이 〈The Real Me〉 일지도..




2019년. S가 혼자 런던에 가서 처음으로 ‘힘들어’라고 했을 때. 마침 나는 SATC 시즌 4 Epi 2 <The Real Me>를 보고 있었다.

어찌나 S가 생각나던지 그대로 장문의 메시지를 써 보냈다.

2024년. S와 나는 그때와는 다른 의미로 인생에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어제 S가 출근길에 <The Real Me> 에피소드 내내 흘러나오는 <Got To Be Real - Cheryl Lynn>를 듣고 있음을 알리는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 나는 2019년과 똑같은 마음으로 여기에 다시 그때의 메시지를 옮겨둔다.

S야 힘내자. 사랑해.




숙제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일 한 가지 해보기


같이 들을 노래

Got To Be Real - Cheryl 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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