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림 그릴 때 예술이 뭔지는 생각하지 않아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려 하죠.”
- 장 미셸 바스키아
셔츠의 첫 패턴과 샘플을 받았다.
이제 이 샘플을 제대로 분석해 봐야지. 씹고 뜯고 맛보고... 농담이고. 실밥 하나, 박음질 하나까지 꼼꼼히 살펴보면서 피드백을 정리해야 한다. 근데 자꾸 다른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에 공감해 줄까? 시장에는 이미 비슷한 디자인의 셔츠들이 수두룩하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좋은 원단을 쓰고,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브랜드들도 있을 텐데. 거기다 수년간의 노하우까지 갖췄다면? 그런데 왜 굳이 우리 셔츠를 골라야 할까?
"더 나은 선택지가 있는데도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지금 셔츠 샘플에 녹아있지 않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과연 우리의 철학이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을까?"
우리는 처음부터 '예쁜 옷을 만들어서 팔자'라거나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어!'가 아니라 삶과 우리에 대해서 고민하고 나와 내 주위 현대인과 가장 닮은 페르소나를 만들고 그 페르소나의 하루를 상상하며 영화를 만들 듯 브랜드를 만들어갔다.
그러다 하루종일 함께하는 '옷'에 집중하게 되었고, 겉모습의 아름다움을 넘어 내면의 가치까지, 브랜드의 철학과 자신의 이야기가 일치하는 옷을 만들고 싶어졌다.
영화를 만들 듯 브랜드를 만들어갔으니까. 옷이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단순한 타겟층이 아닌, 우리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으로서의 '지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정의하고,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찾아가는 자기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그녀의 하루하루를 그려나갔다. 아침 요가로 시작해서, 때로는 카페에서, 때로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맞이하는 오후, 동료들과 나누는 따뜻한 대화까지.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서 큰 기쁨을 느낀다. 자유롭게 일하며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주말에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는다. 그녀는 공동체와의 연결을 소중히 여기고,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지현은 유행을 쫓기 보다는 자신을 소개하고 표현하는 스타일을 중요시하며, 일상에서 편안함과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전문성을 나타내는 옷들을 좋아한다. 지현은 단순하지만 세련된 디자인, 즉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본질에 집중하는 삶을 지향한다.
이제 우리는 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지 알고 싶어졌다. 마치 영화의 주연 배우를 캐스팅하듯, 지현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친구들을 찾아서 그들과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누고,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보며, 그들의 하루하루를 조용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주변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나면, 진정한 '더 나은 옷'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