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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i Aug 10. 2024

위험한 맥도날드

목숨을 건 맥윙의 맛

초보의 마음으로 시작을 내딛는 용기는 얼마나 작고 소중한가.



하지만 이미 고수의 경지에 오른 이들에게 초보의 작은 용기는 그저 서툰 행동으로 여겨지기에 답답함과 함께 지적으로 튀어나오고는 한다. 나는 그런 다그침에 쉽게 쪼그라드는 사람이었기에, 혼나더라도 조금 덜 강압적으로 느껴질 만한 선생님을 원했다.


그리고 나의 첫 운전 연수 선생님은 단호하지만,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나는 시동을 켜는 방법부터 브레이크와 엑셀 위치까지 (…) 다시 배우면서 초보의 마음을 되새겼다. 

바보같이 보일 것 같은 느낌. 면허증을 그저 두 번째 신분증으로 쓰는 느낌. 

그리고 이 수치스러운 순간을 이겨내는 것도 초보의 용기라는 작은 자신감.


몇 가지 기초적인 것들을 가르쳐주고 나면 

운전 선생님들은 늘, 준비되지 않은 초보를 무작정 도로로 떠밀어 버리는 특징이 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에…? 저 지금… 가요?”


시동이 걸린 차는 초보의 마음도 모른 채 속절없이 시속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가기는 하는데, 사이드미러를 볼 정신 따위는 없었다. 

고개는 어떻게 돌리는 거였더라? 눈알만 옆으로 굴려도 차가 그 방향으로 따라가는 바람에 나는 곧장 앞을 보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매번 연수 때마다 바들바들 떨며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선생님은 늘 내가 운전을 잘한다고 하셨다. 

감각이 있다고. 

운전석에 앉는 것만으로도 몸이 빳빳하게 굳어 버렸기에 어떤 감각인지 도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그 감각을 믿고 무엇이든 해 보고 싶어졌다. 

진짜로 그 감각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세 번째 연수가 끝난 그날.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날이었다.

”저, 제가 혼자 맥도날드를 갈 수 있을까요?”

”그럼요, 충분히 혼자 갈 실력이에요.”

분명 긍정적인 답변이었는데, 어쩐지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사실 못 간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너 아직 그 정도 실력은 아니라고. 무모한 짓 하지 말라고. 


선생님이 떠나고 홀로 차에 남았다. 간다고 얘기를 했으니 정말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숨을 크게 쉬고, 시동을 켰다. 

선생님이 나를 무작정 도로로 떠밀었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초보를 믿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멈춰있는 내가 운전하는 나를 믿어주어야 할 순간이었다.


하늘이 조금씩 더 어두워졌다. 분명히 아는 길인데 도로를 달리며 운전자의 시선으로 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낯설고 긴장감이 가득했다. 시선이 달라지면 바라보는 세계가 이렇게나 달라지는구나 싶었다. 


맥도날드에 도착하자 맥윙이 그려진 메뉴판이 눈에 보였다.

일단 맥윙을 주문해야지. 그리고 그다음은…. 그리고 기억이 흐려졌다. 메뉴 선정, 주문, 운전, 픽업. 동시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다 보니 머릿속에 전부 입력이 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빨간불에 멈춰 서 있었다.

톡 쏘는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달라진 길의 풍경처럼, 아는 콜라 맛도 어딘가 변한 것 같았다. 짜릿한 탄산 맛에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조금 미소가 지어졌다.


집에 거의 도착해갈 즈음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와이퍼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와이퍼도 킬 줄 모르는 채로 맥도날드에 다녀왔다니.

그렇다. 초보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니라 손톱보다 작은 용기와 믿음이다.   


초보에게, 첫 drive thru의 팁
초보에게는 마음의 준비와 함께 몇 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의 드라이브쓰루 가능 패스트푸드점은 어플을 통해 사전 주문을 하고, DT매장에서 픽업만 할 수도 있다. 운전 중의 긴장으로 주문을 버벅거리고 자꾸 이상한 걸 주문하게 된다면(?!) 미리 어플에서 사전 주문을 신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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