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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Mar 21. 2017

멈춰있는 향수의 도시, 그라스

(2-3) 영화 '향수'와  그라스, 프랑스로 향하는 길

꾸준히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생각보다 습관화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문장 별로 곱씹고 옮겨 쓴 글의 아래 부분에 내 방식대로 새로운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 글들은 감정에 치우쳐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설득하는 글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방인] 매거진을 쓰며 조금 더 다듬어진 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과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럼 이번 글은 다른 여행지에서 프랑스 남부의 향수 도시, 그라스로 향하는 길을 담았다.  


그라스로 떠나기 전, 레스트랑안에서 바라본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들 모두 영화를 좋아했다.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자주 하였다. 그런 우리에게는 프랑스 남부를 여행 다닌다는 큰 틀에 영화[향수] 속의 배경인 그라스를 찾아간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는 그라스라는 도시를 찾아가는 것이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이유는 없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그라스를 향해가며 다른 동네들을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출발한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그라스와 가까워질수록 창 밖에는 여러 풀숲으로 이루어진 인적이 드문 여러 마을을 보였다. 환승을 하기 위해 중간지점의 정류장 내린 동네조차 외진 동네이다 보니, 환승을 하기 위해 모여있는 정류장을 제외한 길목 외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환승을 하기위해 거친 맞은편 정류장의 사람들

그라스의 광장에서 보이는 멈춰있던 회적목마와 주변 카페에 앉은 사람의 모습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로 환승을 한 후 그라스 근처의 종점 정류장에 내렸다. 종점 정류장에서 나와 마주한 그라스의 자그마한 광장에서 동네 구경이 시작되었다. 그라스는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지대에 위치해, 광장에 서서 작은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중 눈길을 이끈 것은 높이 솟아있는 야자수였다. 넓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야자수의 모습이 새롭기도 하였다. 이번 여행 내내 항상 보았던 나무였지만, 볼 때마다 주위의 풍경에 따라 항상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이 나라에 대한 기억의 매개체가 있다면 여행 내내 볼 수 있었던 나무이지만, 야자수를 꼽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홀로 높이 솟은 야자수의 모습
적당한 햇빛에 비친 친구의 모습

광장에서 시간을 보낸 후, 향수 국제 박물관에 찾아갔다. 광장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그 박물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삼십 분 정도가 남았다는 말에 박물관을 나왔다. 사실 처음부터 박물관에 꼭 가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동네를 구경하고 싶다는 맘이 컸기 때문에, 결국 박물관을 대신하여 그라스에 있는 시간 동안 목적지 없이 걸어 다닐 시간이 늘어났다.


그렇게 우리는 박물관 아래로 나있는 큰길을 걸어갔다. 길을 잃을 일은 없겠다는 스스로에게 믿음이 있었던 건지 발길 닿는 대로 큰길 사이사이 골목길로 걸어나갔다. 골목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흔히들 다니는 길과는 다른 외진 길을 다니며, 조금씩 그라스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들어갈 수 있는 풍경을 보았다. 가볍게 낮술을 하는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거나, 작은 강아지과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 아내와 장을 보고 들어서는 사람들의 모습. 이런 여러 모습을 보며 더 깊은 길로 조금씩 걸어갔다.


건너편 인도를 나란히 걷다가 찍게된 사진

이번 매거진은 그라스를 주제로 진행될 3편의 매거진 중 그라스에 찾아가는 길에 대한 첫 매거진이었다. 그라스가 가진 그 분위기가 사진의 색감으로 담겨있다 보니, 매거진 한 편으로 끝내기는 아쉬워 이렇게 세편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라스를 돌아다니며 발견한 '건축물'이라는 단어로 글과 사진을 묶을 것이다. 그라스 매거진을 보게 되는 이에게 그라스의 기억을 간접적으로라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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