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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Apr 03. 2017

이방인으로 가득한 공간, 기차역

(2-5) 여러 기차역을 거쳐 액상프로방스로  향하는 길

이번 글은 조금 더 여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발행한 매거진을 다시 읽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놓아버린 것 때문인지 이제는 마음이 조금은 편안한 상태에서 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매거진은 그라스를 떠나기 전 찍은 버스 정류장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라스에서 보낸 다소 짧은 시간에 여운이 남지만 그 시간 동안 그라스에 흠뻑 빠져들 듯 여행을 하고 난 뒤라 그다지 나에게 큰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다. 정류장 사진 이후의 글은 다른 도시에서 액상프로방스로 향하는 길에 기차를 기다리며 머무른 역을 위주로 글과 사진이 진행될 것이다.


그라스의 종점 정류장,  해질녁즈음에 다소 차분했던 버스 정류장의 모습

액상프로방스로 떠나기 위해 들리게 된 역, 000역에서 꽤나 긴 시간을 보냈다. 우선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표를 예매한 후,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남은 시간 동안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앉을 곳을 찾아다녔다.


항상 이동 중에는 크나큰 배낭을 메고있어서 자리를 찾는 것이 당연한 일과처럼 느껴졌다. 앉을 곳을 찾아 짐을 놓고 나니,그제야 이 역의 독특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옛 건축물의 외벽과 내벽에 유리로 지어진 상가와 엘리베이터들은 어색한 조합, 기차역 내에서 멀뚱히 서있는 나무까지 더해져 공간에 어색함을 더하였다. 나무는 타일 바닥의 구멍에 뿌리를 내려 기차역 한가운데서 자라고 있었다.

기차역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무 아래에서 피아노를 치는 사람
기차역에 놓여있는 여러 광고지면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사람

짐을 앉아있는 친구들에게 맡겨두고 가벼운 몸으로 그 풍경을 돌아다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기차역에는 어딘가로 떠나거나 돌아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짐을 맨 몸이 무거운 혹은 가벼운 짐들로 몸이 가벼운 사람들, 여러 사람이 지나다니며 남은 시간을 여러 방식으로 보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의자에 앉거나 서서 동행인들과 이야기를 하고 혼자인 사람들은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았다.


그중에서도 시간을 보내는 여러 방식 중 기차역의 피아노 앞을 자리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각자 자신 혹은 자신의 사람들에게만 몰두해있을 때 그 사람은 피아노를 치며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 피아노 소리로 인해 사람들의 눈길을 이끌고 주변의 사람들이 함께 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단순한 이유일 것이다.


기차역 중앙에 위치해있던 고객센터와 대기 장소,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

그렇게 독특한 역을 배경으로 여러 이방인들을 보며 기차역에서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시간이 되어 줄지어 나열된 기차들 사이에서 액상프로방스 환승역을 향해가는 기차를 찾아갔다. 그 기차에서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기차의 창 밖을 구경하며 두 번의 환승 끝에 액상프로방스에 위치한 역에 도착하였다.


액상프로방스에 도착하여 보았던 첫 풍경,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사람들


액상프로방스에 위치한 역에 내리자마자 여전히 강한 햇빛으로 가득한 풍경을 보았다. 자그마한 역에서 걸어나와  여행을 다니며 불어난 배낭을 숙소에 가져다 놓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동하는 일정은 끝이 났다.

아파트 내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고양이의 도도한 모습

이번 매거진은 고양이의 사진으로 마무리한다. 사진 속 고양이는 호스트 분에게 연락이 닿기 전 집 근처에서 문 너머로 보았던 고양이이다.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무관심하였던 그 도도한 모습을 바라보고 귀여워 찍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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