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반나절 동안의 그라스, 프랑스 산책
최근 자기소개서와 같은 의무적으로 글을 쓰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 글만은 그런 딱딱한 의무감과 달리 매주 월요일이라는 일정한 기한의 틀 내에서 최대한 즐기면서 글을 써야겠다. 이번 매거진은 그라스를 걸어 다니며 발견한 건축물을 위주로 담았다. 여행을 다니며 정교하게 묘사된 성당의 세밀함과 웅장함과는 다른 그라스 건축물만의 매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상이 이루어지는 가정집, 아파트가 가지는 모습들에서의 새로움, 색, 형태에 강한 매력이 있었다. 그럼 그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었던 기억의 사진과 글이 나열될 것이다.
큰길에서 빠져나와 기나긴 내리막길을 지나니, 한국의 아파트처럼 여러 세대들이 모여 사는 건축물을 보았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휴가시즌에 맞춰 짐을 챙기는 사람들을 그 건축물들을 지나쳐갔다. 사람들에게는 일상과 같은 주위의 풍경이 다른 나라에서 온 나에게는 너무나 새로워 쉽사리 지나칠 수가 없었다.
건축물의 여러 요소들을 일일이 관찰해가며 사진에 담았다. 시멘트 위 흰 페인트로 칠해진 벽과 원목의 틀, 강한 원색의 파란색 테라스. 각 건물마다 여러 재료의 색과 형태가 어우려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어우러진 풍경을 거닐며 이 시각적으로 낯선 느낌을 느끼고 싶었던 나와 친구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산책을 하면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축물은 분홍색으로 뒤덮인 아파트였다. 해가 지는 늦은 오후의 시간에 맞춰 나무의 긴 그림자가 건축물에 드리워져 얼룩무늬가 생겼다. 그 시간이 만들어낸 나무의 그림자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건물에 어우러져, 더욱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또한 다소 높은 색감으로 페인트 칠된 집은 새삼 새로웠다. 한국에서 전면이 흰색으로 칠해진 일반적인 아파트와는 달리 그라스 건축물 색감의 새로움은 나에게는 인위적인 세트장처럼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라스라는 동네의 집이 가지는 색들의 어색함이 주는 조화가 좋았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글보단 건축물의 사진을 위주로 만들어졌다. 어느 매거진에서는 사진보단 글 위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렇게 사진과 글의 비율이 각 매거진마다 가지는 주제에 따라서 변화를 주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럼 이번 매거진은 그라스의 건축물들 사이에서 산책을 하며 찍었던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란색 건축물 사진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