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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 Apr 10. 2017

액상프로방스의 오후 05:33

(2-6) 나른한 오후, 액상프로방스의 길을 거닐기

이번 매거진은 지난 매거진보다 더욱더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어제까지 일을 마감하니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글을 쓰는 틀이 생겨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어색함이나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글을 쓸 때마다 가벼워지는 마음으로 매거진의 첫 사진은 반이 하얗게 날아간 사진이다. 다소 이상하지만 빈 부분이 보는 이에게 상상할 여지를 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던 나와 친구들의 모습

역에 도착한 후, 숙소에 짐을 내려놓아 조금은 가벼운 상태로 거리에 나섰다. 광장에 도착하면 보이는 큰길 사이의 골목길을 걸어 다니며 액상프로방스라는 도시를 천천히 알아갔다.


 큰길뿐만 아니라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작은 분수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분수대는 단순히 관상용이 아닌 따가운 햇살에 지친 사람들에 앉아 쉬어가기도 하고 작은 새들이 목을 축이기도 하였다. 우리 또한 목을 축이기 위해 분수대 옆에 놓인 카페 의자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였다. 아메리카노보다는 에스프레소가 일반적인 이 곳에는, 평소 너무 쓰다는 이유로 마시지 않던 에스프레소가 그다지 그 쓴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골목 길 중간에 분수대 주위로 놓여있는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길로 나섰다. 거리에는 파라솔로 오후의 강한 빛을 가리고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핸드메이드 향초에서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조각품까지 기념품 점과는 달리 조금은 일상적인 소품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가게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근처에서 장을 보다 잠시 들린 듯, 가벼운 옷차림에 강아지와 함께 장을 보고 있었다. 여기의 강아지들도 참 낯설긴 하였다. 자신의 털이 사람들에 의해 한껏 어색해진 모습보단 복슬복슬한 털로 몸을 뒤덮고 있어 나름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생폴드방스 대로에서 열린 플리마켓, 파라솔로 빛을 가리고있는 가게의 주인과 구경하는 사람들
플리마켓에 가족들과 놀러온 사람들과 복실복실한 강아지의 모습

따사로운 느낌을 넘어 따가운 느낌마저 들었던 오후의 해는 저물어갔다. 해가 진 도시에서 중앙 분수대 근처 음식점의 야외 자리에 앉아 여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위의 다른 언어 사이에서 한국어로 한국에 있는 서로의 가족들을 이야기하였다. 마치 한국의 음식점에 마주 앉아 수다를 하는 것처럼 마치 일상처럼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내가 자라온 환경 등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이제는 아주 해가 져버려 추워질 때쯤 음식점을 나와 분수대를 주위에 있는 회전목마를 산책하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하였다.

생폴드방스에서 가장 화려한 분수대 옆 나를 찍고있는 친구의 모습

독특한 형태로 생긴 생폴드방스 시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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