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근로소득으로 한평생을 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또 한 학기가 끝난다.
이번 학기는 유난히 힘이 들었다. 강의시간에 학생들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을 수 없다. 모두 무표정이다. 그동안 마스크 속에 가려진 얼굴을 노출하니까 학생들이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벌써 마스크가 익숙해버렸나? 지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고교시절 비대면으로 수업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학우들과 서로 얼굴을 보면서 공부하고 함께 운동할 시기에 각자 혼자서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니 사회성을 익힐 기회가 적어서 그런가?
강의 첫 시간이었다.
학생들의 감정을 끄집어내기 위해 웃으면서 인사해도 별 반응이 없다. 무슨 얘기를 해도 표정이 없다.
‘이를 어쩌지?’
순간 궁리를 한다. 강의 주제는 <경제성공학>이라 다소 딱딱할 수밖에 없다.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하기 위해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시켰다. 그랬더니 진짜 간단하게 어디에 사는 이름 누구입니다. 그것으로 끝이다.
이번 학기는 상당히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왕 힘들 것이라면 첫 시간부터 조금 무거운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던진다. 학생들의 눈에 갑자기 초점이 더 사라진다.
‘철학시간도 아닌데 이상한 질문을 하시나요?’
‘왜 공부하냐고요?’
‘해야 되니까 하는 거죠’
‘부모님이 하라고 시키니 이렇게 와 있는 거지요’
학생들의 얼굴 표정에서 벌써 혼란스러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학생들은 더 혼란스럽다는 표정이다.
‘오늘 교수님이 아침부터 이상한 말을 자꾸 하시네..‘
‘내 삶의 주인은 당연히 나지!’
‘그걸 누가 모르냐고요?’
학생들 얼굴에서 반항하는 눈빛이 보인다.
다시 한번 목젖을 돋우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삶의 주인으로 살려면 돈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기에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해야 합니다.!”라고 더 크게 외친다.
학생들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진다.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내 말을 밀어붙인다.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도 돈을 원하지만 돈 얘기를 하면 탐욕스럽다고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돈에 대해 아주 이중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여주지요. 그래서 부자를 보면 속으로는 부러워하면서 겉으로는 경멸합니다. 어린 시절, 돈에 관심을 보이면 부모님은 ”이딴 것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라고 하면서 돈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어버렸지요. 부모세대들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돈, 즉 금융에 대해 배운 적이 있나요?”
‘돈 교육을 받은 적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실을 꼭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자본 즉, ‘돈’입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유를 누리면서 행복을 추구하기를 원하지요. 인생을 사는데 자기 결정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돈이 없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교육의 기회도 없고 돈을 벌 기회마저 사라집니다. 조선시대에만 노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도 자기 결정권을 잃어버리면 노예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결정권을 가지려면 우선적으로 경제적 독립울 해야 합니다. 경제적 독립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묵묵부답이다.
정적이 흐른다.
이 순간에는 나 역시 대답을 듣기 원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한참 뜸을 들인다. 학생들의 눈을 마주 본다.
“사회의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문맹은 당연히 극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해력'을 가져야 합니다. 글을 읽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대인이 많아요.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문해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금융에 대한 이해력’이다. 즉 ‘금융소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금융문맹인 상태입니다. 금융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금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돈에 대해서 진짜 알고 있을까요? 도전적인 질문을 들이댄다. 학생들 표정이 거의 멘붕 상태다. 이제 서서히 마무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다.
“금융지식이 생존의 필수 요건이지만 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8~29세)과 노년층(60~79세)이 가장 금융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았지요. 최근 금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청년들은 부동산을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하고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면서 순식간에 빚더미에 쓰러지고 맙니다. 사회에 출발하자마자 낙오자로 떨어지고 맙니다. 소위 말하는 ‘루저’가 되지요.”
엘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맹보다 더 무섭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계층, 학력, 소득에 따른 금융지식의 격차가 심하고 그 금융지식 차이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 방해물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제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학생들을 설득한다.
“여러분은 금융 문맹인이 되고 싶지 않지요?”
“금융문맹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본 강의를 충실하게 듣고 소화하면 금융문맹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아니, 금융문맹 탈출을 뛰어넘어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자기 결정권을 누리면서 자유로운 삶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열심히 강의를 들기를 바랍니다. “
학생들 표정이 심각하고 진지해진다. 메시지를 확실하게 머리에 심어주어야 하기에 말을 계속 이어 나간다.
“지금의 나와 여러분은 지난 세월 속에서 나와 여러분이 선택한 총합의 결과입니다. 그 결과가 지금 어떤가요? 불만이 많지요? ‘부자 아빠 밑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그렇다고 뭘 이루어 놓은 것은 없는데, 곧 졸업하면 사회로 발을 내디뎌야 되니까 불안하지요? 나 역시 여러분 나이 시절 때 같은 불안을 먹고살았지요.”
“지난 세월 동안 나의 게으름과 실패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게으름과 실패로 인해 매몰된 과거는 깨끗이 잊어버리고(매몰비용) 새로운 기회를 선택해야 한다. 직장과 배우자의 선택, 재테크 대상 종목의 선택,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 등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은 한 마디로 선택의 연속이지요. 지금의 여러분은 바로 선택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선택 후에는 항상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따라오지요. 그 대가를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이라 부르지요. 그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최소화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경제적 소양'(Economic Literacy) 혹은 ‘금융 소양(Financial Literacy)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능력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누구나 금융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주식·채권·보험·펀드·연금·파생결합상품과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지식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친구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주식투자를 시작하면 안 됩니다. 친척이나 친구가 보험상품을 사라고 권할 때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덜컥 가입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냥 열심히 직장 생활하면서 안정되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금융소양이 꼭 필요하냐고요?’
이때, 마지막 쐐기를 박아야 한다.
이제 근로소득으로 한평생을 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내 몸뚱이를 이용해서 소득을 올리는 시간은 한계가 있지요. 회사에서도 나이가 들면 ‘이제 물러나시죠’라고 한다. ‘명예퇴직’이라는 아주 듣기에 근사하지만 불명예스러운 방식으로 퇴사를 시킵니다. 젊고 똑똑한 친구들이 계속 올라오는데 이제는 당신이 필요 없어진 것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본 스스로 돈을 버는 구조를 알고 그런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돈이 돈을 버는 방식입니다. ‘돈의 수익력 (Earning Power of the Money)’을 말합니다. “
‘돈의 수익력?’
이제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학생들이 집중할 이때, 본 학과목을 소개할 순간이다.
“경제성공학은 공학에서 투입자본에 대한 경제적 효율성을 판단하기 위함이다. 투자에 따른 비용과 수익을 고려하여 대안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결국 우리가 배우는 이 강의도 돈에 관한 얘기이지요. 이 강의는 일상생활에서 ‘경제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학습 목표입니다. 중요한 것은 책상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경제적 사고능력을 함양하는 것이지요. 삶은 곧 경제활동이라 했을 때, 이 선택의 문제는 우리의 일상 활동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다시 강조한다.
“우리는 일상을 통해 매일 무엇인가를 선택하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자동으로 양치질과 세수하고 아침 먹고 출근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릴 때는 선택을 해야 했고 노력과 훈련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사소한 일까지 고민하면 뇌는 과부하가 걸려 고장이 나기 쉽기 때문에 일상은 ‘습관’이라는 아주 편리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습관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고치기가 무지 힘들지요. 이런 사소한 습관이 쌓이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인생관이 형성됩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마저도 타고난 성품과 함께 조건에 따른 선택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습관으로 형성됩니다. 금융과 투자와 관련된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중대한 순간에 결정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지요. 직업과 직장, 결혼, 자녀, 저축, 투자활동 등의 선택을 합니다. 만약 보험회사 직원의 말만 믿고 무턱대고 변액보험에 가입했다가 후회하지요. ‘설마 유명한 보험회사 직원이 거짓말을 하겠어?’라고 생각하지요. 그 사람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리한 사항은 빨리 넘어가고 유리한 부분만을 '호구'들에게 강조하지요. 금융을 모르면 그냥 ‘호구’가 됩니다.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은 내 돈이 아닙니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가 되는 것이지요. ‘내 지갑을 열어놓고 얼마든지 가져가세요’라고 행동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금융에 대해 무지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무엇이든지 모르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지식으로 알아도 투자에 대한 철학이 서있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모름지기 선택에 따른 대가를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부분은 ‘선택은 다른 많은 대안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택에는 항상 그 대가를 지불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자기 결정권을 학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음 시간부터 ’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을 갖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누군가 차분한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교수님은 투자 수익률이 얼마나 되세요?”
글쎄..
으음..
벌써 강의 시간이 끝났네요.
다음 시간에 계속하겠습니다...
첫 수업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