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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재균 Jun 09. 2024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

마음이

평온할수록

침묵의 강물은 더 깊게 흐르고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침묵은 나의 영원한 벗이길 바라지만,


많이 보고 듣고 배울수록

저마다의 소음은 끊임없이 증폭되고

원치 않는 충고와 시선의 소용돌이 속에

안간힘으로 버텨있던 침묵마저 사라진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란 허영심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게 하고

고요한 침묵의 상태를 불편하게 느끼지만

자신의 확고한 신념 속에서 자란 자긍심은 침묵에 익숙하고

정직하고 개성이 강하다.


자긍심으로 인해 말이 줄어들수록

침묵의 소리는 잘 들린다.


허영심은 남의 평가에 쉽게 상처받고

병적으로 민감하여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허영과 탐욕이 암세포처럼 자라나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불안해하고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더 중요시하여

원치 않던 결혼을 하고 사랑을 나누고


자신의 의식보다 타인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지 못할 때

행복의 토대는 서서히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에서 우러나는 자신의 욕망에

귀를 기울일 때


허영심은 사라지고

타인의 평가에 노예가 되지 않고

행복은 침묵과 함께 내면에서 소리를 낸다.


타인으로부터의

존경과 명예를 얻는 노력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타인이 부러워하는 지위와 명예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착취하고


스스로를 착취한 그 대가로

명예와 부는 얻었지만


우리의 몸은 피폐해지고

마음은 더욱 가난해지고

시간에 늘 쫓기면서 헐떡이면서 살아가는 현대인


돈이 우리에게 주는 유일한 효용가치는

자신의 시간을 내 뜻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내게 주어진 이 짧디 짧은 시간을

그나마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그 단순한 자유가

행복이 아닐까


백 년이 지나고

천 년이 흘러도

시간이라는 그물 속에 갇혀


죽음이라는 족쇄에 발이 묶여버린 우리의 운명

쾌락과 환희의 시간은

누릴 틈도 주지 않고 순간에 스치고


불안과 고통은 소리 없이 끈질기게

해 질 녘 그림자처럼 길게 따라온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남아 있는 유일한 희망은 하나,

타인의 시선과 잡음에서 벗어나

오로지 홀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으며

김푸름의 ‘꽃’을 생각하면서,


예뻐서가 아니다 잘 나서가 아니다

다만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향기가 짙은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이 사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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