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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재균 Jun 07. 2024

투자심리 - 너무나 평범한 진리, 복리의 마법

누가 그 힘든 복리의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가?

축적의 시간 vs. 유실의 시간


오랫동안에 보지 못한 친구를 만났다.


얼굴이 조금 꺼칠하고 야위어 보인다. 점심으로 안동칼국수를 주문하고 식탁을 앞에 두고 서로 안부를 물었다. 예전에도 한 번 만났지만 그동안 소식이 뜸해서 내가 연락을 해서 얼굴을 보게 되었다.


친구가 한숨을 내쉰다.

“휴우~ 사는 게 힘드네”


내가 지나가는 말투로

“뭐 다 그렇게 버티면서 살아가지~”


친구가,

“평균수명이 80세라는데 그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예전 같으면 70세였으니,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죽을 나이라 오히려 괜찮을 듯했는데…”

“휴우~ ”


또 한숨을 몰아쉰다.

무거운 표정이다.


마침 주문한 안동칼국수가 나와서 친구는 허겁지겁 먹는다.

“천천히 먹어, 체할라~”


친구는 대학 시절, 여러 면에서 탁월했다. 인물도 좋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공과대학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로맨틱한 캐릭터를 가진 친구였다. 내가 없는 것을 가진 친구를 보고 더 친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졸업 후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해서 열심히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이직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얼마 후 이혼했다는 얘기를 다른 친구를 통해 들었다. 오늘 그 친구가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국내 초일류기업에서 열심히 다니다가 상사와 자주 부딪치면서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퇴사를 하였다고 했다. 친구는 다소 감성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 술을 마시면 가끔 사고를 치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는 젊은 혈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다른 대기업으로 취업이 되어 일하다 거기에서도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다시 퇴사를 했다. 그 와중에 이혼까지 하여 그나마 있는 아파트도 전처에게 넘겨버렸다.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라 언제든 수입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그 후,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다 중간에 받은 퇴직금도 아이들 유학자금으로 다 써버렸다. 그동안 저축한 돈도 곶감 빼먹듯이 다 빼먹어 남은 돈이 없다. 그나마 건축현장에서 배운 경험과 기술을 이용하여 부정기적으로 컨설팅을 하면서 생활비를 번다고 했다. 일정한 수익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 공과금, 차량유지비, 대출이자금, 세금을 합하면 꽤 비용이 되었다. 국민연금을 받기는 하지만 생활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내가 뭘 도와줄 여지가 없었다. 이 친구의 사정이 현재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는 외환위기의 풍파를 겪으면서 평생직장이라고 믿었던 직장에서 거리로 쫓겨 나오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다. 당시에는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없었다. 공적연금으로는 노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돈이 부족하여 정부는 뒤늦게 2017년에 와서야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통해 혜택을 주었지만 기간도 길지 않고 금액이 크지 않아 노후 준비 자금으로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


커피점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이 유일하게 내가 지금 친구를 도울 수 있는 일이었다. 헤어질 때는 기분이 몹시 착잡했다. 느닷없이 가난에 빠지는 것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다.


친구는 아니 많은 베이비부머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성격과 태도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젊을 때는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생활에 필요한 수입이 들어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 쉽다. 특히 수입이 많아질수록 이런 착각이 더 심해진다. 영원히 나에게 수입이 생길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는 나의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이. 친구도 아마 대기업에서 잘 나갔을 때는 그랬을 것이다. 나 역시 같은 생각으로 살았으니 말이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많이 벌 때의 수입만이 머리에 남아있어 돈이 들어오는 대로 써버린다. 언제든지 또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저축으로 쌓아놓지를 못했다.


이게 큰 착각을 일으킨다. 나이가 들고 노동시장에서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도 당연히 떨어지게 되어있다. 그 수입이 어느 순간 끊기기 시작하면 불안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가 있어 특별한 사유와 요건만 갖추면 중간에 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돈을 차곡차곡 축적시킬 여유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공적연금의 수준이 생활비에 보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준비하지 않으면 노후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돈을 축적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돈을 쌓아둘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 노후생활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미리 세금으로 많이 확보하거나 개인연금을 활성화했던 이유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반강압적으로 그렇게 미래를 위해 저축을 유도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대로 써버리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각보다 비합리적이고 이성보다는 감정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돈을 축적하는 시간은 어렵고 힘들기도 하지만 거기다 복리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지난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사실 돈을 모으는 것만 그런 게 아니다. 배움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쌓는 것, 명예를 쌓아 올리는 것, 심지어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는 것,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 일상에서 습관을 필요로 하는 이 모든 것에서 복리의 마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승리자다


대학에서 경제성공학 강의를 하면서 ‘등가교환의 법칙’을 설명해야 한다. 그럼 당연히 따라오는 게 시간의 변화에 따라 돈의 가치가 달라지는 ‘단리와 복리’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 차이에 대해 설명할 때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 약 500년 전, 네덜란드 이주민이 미국으로 건너가 맨해튼에 거주하는 인디언과 맨해튼을 사려고 거래할 때 교환가격이 단리와 복리로 현재가치로 계산할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주는 실제 사례이다.  단리로 계산하면 현재가치로 약 800달러, 이자에 또 이자가 쌓이는 복리로 하면 55조 달러가 된다. 그림에 나타난 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근데 이 사례는 문제가 있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


복리의 힘은 그래프로 금방 알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는 계산을 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복리는 승수의 개념이기에 머리로 빨리 계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관적이지 않다. 단리의 경우는 단순하게 암산으로도 더하기를 하면 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만 복리는 계산이 잘 되지 않는다. 계산기를 사용하든지 아니면 직접 손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 위의 그래프를 이용하여 그 차이를 설명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복리의 마법은 몸으로 경험해야 이해한 것이다. 복리의 효과는 마치 중간에 곶감 빼먹지 않고 버티고 견디는 인내심의 차이에서 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사람만이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마치 수영이나 테니스를 처음 배울 때처럼 이론으로는 아는데 실제로 몸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체득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복리의 법칙이 바로 그런 것이다. 경제적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법칙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몸으로 체득이 되지 않는다. 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지식은 힘이 없어 생활에 적용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리의 마법을 몸으로 체득한 사람만이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복리의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기 쉽지만 현실에서 경험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최소한 20년, 30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해야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년 후반이나 노년에 와서야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복리의 효과를 어슴푸레 알 수도 있다. 그것도 소수의 사람만이 경험한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견디면서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도에 투자와 저축을 포기하고 만다.


복리는 시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저축이나 투자를 하면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동산 투자가 유리한 이유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인출할 수 있는 저축과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부동산은 쉽게 매매조차 하기 힘들기에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인내심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장기투자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는 그곳으로 향해 함께 따라간다. 그렇게 가는 길에는 인내가 필요 없다. 그냥 소문 듣고 뒤쫓아가면 된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가? 남들은 뛰어가는데 당신만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고 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상황에 따라서는 그 무리들과 반대 방향으로 뛸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주위 상황과 소문에 휩쓸리면 누구나 다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집단착각에 빠지게 되다. 그곳에 절벽이 있는지도 모르고 대중들이 우르르 몰리는 곳으로 가서 함께 추락하고 만다. 과거 투자에 따른 광품의 역사를 알면 이런 현상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복리의 마법은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노력 없이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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