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내 하루를 객관적으로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나라서 나를 한 발짝 뒤에서 본 적이 없구나.
요즘엔 내가 나를 돌본다는 의미에서! 나를 관찰하는 일지를 쓰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루를 들여다보니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행동(이를테면 커피를 마시고)과 꾸준히 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 행동(음... 화장이나 만보 걷기 같은)이 명확하게 보였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꼭 한다는 oo" 류의 콘텐츠에서 보던 것과는 동떨어진 일상이지만 매일 나를 관찰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뿌듯해지는 요즘이다.
브런치에 글을 매일 적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면서 새롭게 대여한 책은 "예술하는 습관"
18세기 위대한 작가부터 현대의 젊은 아티스트까지 131명 여성 예술가의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습관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나는 예술가들을 존경한다.
직장을 떠나 내 일을 시작하고 자주 느꼈던 감정은 '막막함'과 '외로움'이다.
이것은 그동안 짜인 조직에서 주어진 일을 했던 사람이 갑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당혹감(?) 같은 것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숨만 일정하게 쉬어도 급여일에 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생활에서 내가 가치를 만들어내야만 계좌가 채워지는 생활을 하게 되니 작은 여유나 여백을 갖는 것이 사치라고 느껴졌다.
일을 하며 우연한 기회에 사회에서 '작가'라고 불리는 예술가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존경하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품을 구상하고 전시를 계획하고 다듬고 또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이 범접하기 어려운 다른 차원에 있다고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꾸준히 창작을 해가는 거지?
<예술하는 습관> 책날개의 글이 딱 내 마음을 적어놓은 것 같다.
"나도 작가로서 갖가지 장벽에 부딪혔기에 다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며 창작하는지가 궁금했다. 매일같이 작업을 했을까? 주말에는 쉬었을까? 창작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생활비를 벌고, 잠을 충분히 자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돌봐주었을까? 자기 확신과 자기 관리의 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이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놀라운 것은
예술가의 위대한 성취는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시작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줄리아 울프 - 아침, 작업하기 가장 좋은 시간 - 아침 산책 후 작곡
버지니아 울프 - 극히 조용하고 규칙적인 삶 - 글쓰기는 아침에, 걷기와 목욕
헤리엇 마티노 - 자리에 앉은 첫 25분은 무조건 써라 - 억지로라도 쓰면 당혹감과 우울을 떨칠 수 있다
캐럴리 슈니먼 - 설거지를 끝내야 몰입하는 화가 - 작업 집중에 방해되는 것을 먼저 해치우기
매기 넬슨 - 짧은 메모에서 시작한 글 - 반드시 매일, 짧더라도 쓰기
코코 샤넬 - 일요일을 두려워한 일 중독자 - 휴가라는 말만 들어도 식은땀이 나
아침 산책 / 집안일 / 정해진 시간에 해내기 / 짧더라도 써보기 / 그냥 계속 일하기; 등등
예술가들의 하루하루는 무척이나 특별할 것 같았는데 책 속 예술가들은 매일의 성실함으로 새로움을 만들어갔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그러니까 나에게 필요한 건 지.구.력 인가봐!
처음 사무실을 얻고 했던 나만의 리추얼이 있었는데.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작은 모티브를 하나 뜨는 것'
고민 없이 손에 잡히는 색상의 실로 정사각형 하나를 뜨는 것이다.
뜨면서 손가락을 풀고 생각도 풀었다가 정리하며 오늘 해야 할 일과 먹을거리(?)등을 생각해 보곤 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면 왠지 힘이 났고 내가 대견했다.
꾸준히 떴던 모티브를 한데 이으니 무릎 위를 덮을 만큼의 크기가 됐다. 뿌듯-
지금까지 계속했으면 담요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내 리추얼은 '하루하나 모티브 뜨기'가 되어 일고민을 나누며 뜨개 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시작은 6*6cm 정사각형.
얼마나 오래 꾸준히 하는가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잊고 있었던 나의 모티브, 다시 시작해야겠다.
어쩌면 나와의 숙제는 모티브 뜨기로 초심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