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침 일어났는데 날씨는 꾸물꾸물하고, 시내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듯한 것이다... 오늘은 뭐하지 하다가 민기의 제안 급습. '아베이루나 갔다올까?' 아베이루라 함은 포르투에서 시외 기차 타고 남쪽으로 1시간15분 거리에 있는 일명 '포르투갈의 베니스';;;. 대충 찾아보니 운하가 있고 운하에 배를 띄워 다니는 도시렷다.
교환학생 때 기차타고 도시 오갈 때 추억도 되새길겸, 좋다! 대충 짐 챙겨 상벤투로 갔다. 어찌 표를 뽑으면 되는지 물어볼 검표원이 없다. 안단테 카드기를 열심히 두들겨 본 결과. 교외로 나가는 티켓 -> 아베이루 라인 -> 최종 종착지: 아베이루 선택하고 왕복티켓으로 1인당 2 Title을 사면 된다. 그랬더니 카드 가격까지 인당 총 8.5유로. 상벤투에서 매시 55분에 출발. 시간이 남아 근처 미니프레코 가서 와인 한 병 샀다. 와인 따개를 안 가져와서 부득이 코르크 없이 돌려따는 와인 삼. 컵 따위 없다. 그냥 병나발ㅋ
표 찍고 탔는데 기차가 귀엽다. 온통 주황색. 오래돼 퀴퀴한 냄새나는 건 KTX랑 비슷. 출발하는 방향으로 왼쪽에 앉으면 가는 길에 대서양 볼 수 있다. 근데 햇빛이 강하게 듬; 역시 돌아오는 길에도 왼쪽에 앉으면 바다가 보이고 햇빛에 타죽을 수 있음. 기차에서 심심해서 전광판에 뜨는 문장이 뭔지 번역기로 돌리면서 갔다. Proxima Paragem = 다음 역. 소소한 포르투갈어 습득;
그렇게 도착한 아베이루. 역 벽면에 그려진 아줄레주 멋지다. 근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낼모레 7월인데. 바람도 엄청 세다. 덜덜덜 떨면서 시내까지 15분 정도 걸었나. 운하가 보인다. 근데 이번엔 배가 고프다. 어디서 뭘 먹지? 여기까지 와서 피자나 햄버거 먹을 순 없는데 하면서 구글맵 열심히 서치 결과. 동네 시장 안에 있는 작은 로컬 식당 발견. 들어가서 '여기 맞어?'하면서 얼타니까 어떤 아저씨가 바디 랭귀지로 '여기 맞고, 먹으려면 저쪽 앉아있음 돼' 알려줬다. 친절 엄지 따봉.
83년에 문 열었다는 로컬 식당임. 할아버지 주인장이 허리춤에 손 얹고 다가와서 '뭐 묵을래' 물었다. 급히 메뉴 보고 나는 '뽈뽀' 했더니 갑자기 이리 오라더니 식당에서 조리 중인 토막 문어랑 감자를 보여줌. 씽, 씽, 굿굿 따봉 하니 바로 조리 시작. 민기는 또닭. '프랑고!'하니까 또 바로 닭 굽기 시작. 음료는 됐어용 저희 와인 사왔어요. 와ㅠㅠ 겁나 짜다. 뽈뽀는 바다의 맛에 더해 소금까지 와방 넣은 맛. 나중에 밝혀진 사실... 아베이루에는 염전이 있다. 너무 짠데 또 무지성으로 먹어져서 어찌저찌 거의 다 먹고(민기는 프랑고 다 먹음) 나왔다. 배가 좀 부르니까 덜 춥나.
슬슬 운하 쪽으로 가니까 여행객들 태운 통통배가 끊임없이 지나간다. 배 끼리 서로 마추지면 타있는 사람들끼리 '우와아아앙' 하면서 환호성 지름. 이걸 로컬들은 매일 보고 듣는 건가? 웃기고 반가우면서도 좀 시끄럽고 성가실 수도 있겠다. 그래서 과감하게 우리는 배 안 타기로(?). 대신 염전이 있다는 동네 끝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동네 축제 발견. 도서전 같기도 하고, 문화행사 같았다. 노래하는 콘서트도 열리고, 여기저기 아기자기 꾸며놨다. 작은 동네.
목 말라서 와인 병나발 한 번 불고 염전으로 출발. 길이 멀진 않은데 완전 땡볕이다. 뚜벅이들 옆으로 운하타고 가는 배들 계속 지나간다. 근데 아무리 봐도 걷는 거나 배 타는 거나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고 특히 염전 쪽, 그러니까 바다와 만나는 동네 끝에 다다르니 운하는 끝이나서 배를 돌려 다시 온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자유인. 근데 염전에서 소금 채취를 갓 끝냈는지 소금이 없음; 전라남도 염전 사진에서 익히 본 그 네모난 틀들이 있고 그 안에 물이 없다ㅋㅋ. 이게 염전이구나 하고 다시 돌아갔다.
이제 뭐하지?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볼까 했는데 사실 포르투 골목과 크게 다를 거 없겠다는 생각. 아베이루의 예쁜 모습은 염전 가는 길에 다 봤다. 푸른 하늘, 건물들이 낮아서 눈에 걸리는 것 없는 시야, 찰랑대는 운하, 신나있는 사람들. 인포 센터에서 지도 하나 가지고 나와 펼쳤는데 핵심 도심은 걸어서 15분 내에 다 본다고 써있다. 그렇다면 이미 다 본 것ㅎ.
6시43분 포르투행 기차를 타기로 하고 시간이 좀 남아 대형몰에 갔다. 자꾸 춥다는 민기... 맨투맨을 아무리 뒤져봐도 괜찮은 게 없다. 이 동네 남자들 어디서 뭘 사입고 다니는 건지. 7,8월부터라야 더워지는 건가? 오늘도 맨투맨 사기에 실패한 민기와 다시 아베이루 중앙역 향해 걸었다.
돌아가는 길은 온 길과 다른 루트였는데 아파트 단지 안에 엄청 큰 공원 있었다. 앞엔 운하가 흐르는 뷰인데 공원에서 젊은이들 운동하고 있다. 농구하고 노래 크게 틀어놓고 춤추고. 배드민턴 치고. 흑인들은 숨만 쉬어도 근육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던 민기 친구 얘기 듣고 깔깔 웃다가 길 잘못 들어서 갑자기 급하게 걸음;
포르투행 기차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날이 유로파 독일vs덴마크 전이어서 다들 경기 보러 가는 듯. 햇빛 얼굴에 정통으로 맞아가면서 돌아오는 길. 우리도 잠시 또루공원...? 모루공원 앞 general torres역에서도 기차가 정차하길래 내렸다. 초콜릿이랑 과자 사서 갔는데 그날도 날이 흐려서 선셋 보기 실패.
무튼 나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서 아베이루 근교여행 무조건 추천! 이런 말은 못하겠다. 사실 안 가봐도 괜찮단 생각ㅎ. 잔잔히 흐르는 운하랑 하늘이 예쁘고, 배 타고 시원하게 동네 한바퀴 구경하고 싶다면 가도 괜찮지만은. 이상 갔다와 본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소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