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고 싶어?
연애 초반은 한계를 시험하는 기간. 잽을 작게 잦게 날려서. 내가 보여줄 모습, 내 행동과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끼리 만나도 비슷한 과정 거친다. 쟤네한테는 나이를 묻는 게 실례일까? 밥 먹자는 게 그냥 하는 말일까, 진심일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 무례한 걸까? 나한테 큰소리 높여서 말하는데 그냥 평범한 논쟁을 하자는 걸까, 싸우자는 걸까? 모르니까 조심스럽다. 선택은 두 가지. 어렵고 모르겠으니까 그냥 쌍방간 입 다물고 있다가 바이바이하거나. 어떻냐고 직접 물어보거나.
장기여행, 특히 살아보는 여행을 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잽을 날려볼 기회, 동시에 남의 잽에 의해 내 벽이 더 깨질 기회를 얻기 위해였다. 그래서 포르투 가기 전에 어떻게 새 친구들을 만날지 찾았다. 애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하는 곳을 찾았고, 반신반의하면서 예약!
포르투 떠나기 딱 일주일 남겨두고 게임하러 갔다. 평소엔 그냥 카페 겸 레스토랑인데 저녁 8시되면 제일 큰 테이블 싹 비워놓고 보드게이머들이 자리를 채우는 형식. 7시쯤 어떤 애들이 게임하러 오는지 염탐하러 미리 갔다ㅋ. 가서 저녁 다 먹고 계속 기다리는데 7시55분쯤 되니 사람들이 들어왔다.
중년의 여성이 1빠. 그 다음 머리가 희한한 유럽 남자애와 트릴로니 교수를 닮은 유럽 여자애, 화려하게 생긴 아프리카 여자애, 백인 미국 남자애, 흑인 미국 남자 등등이 차례로 입장. 이왕 왔으니 한번 해보자 싶어서 합석했다.
게임은 그다지 재미없었다ㅜ. 영어가 마더텅인 애들한테나 재밌을런지.. 서로 간 대화 없이 게임만 어찌저찌 진행된 1시간 남짓. 아 재미없다, 게임 끝나면 가자고 민기한테 톡 보냈다. 옆에 있는 애랑 얘기해보라는데 중년 여성은 동양 여자애가 익숙지 않은지 사람 좋은 미소만 계속 씩 날리고. 트릴로니 닮은 포르투갈 여자애는 게임도 거의 안하고 폰만 하고 있다. 민기는 옆에 앉은 머리 희한한 포르투갈 남자애랑 대화.
둘이 뭐라뭐라 떠들더니 갑자기 '얘가 어느 도시가 좋다고 추천해줬는데, 모레 자기네 거기로 캠핑간다고 같이 가겠냐는데?' 한다. 오 캠핑? 와이낫? 갈게! 했더니 그 애(주앙)가 '진짜? 압박갖지말고 너네 원하는 대로 해' 했다. 압박은 무슨 압박? 차 태워주고 좋은 데 같이 데려가준다는데. 오예. 왓츠앱 주고 받았다. 게임은 거의 파투나고 서로 담배피고, 술먹으면서 대화.
다들 원하는 데서 살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경험 있었다. 세네갈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일하다가 동남아시아를 2년간 돌아다닌 후 포르투로 와서 원격근무하면서 다양한 국적 출신들과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하와. 자메이카 출신으로 미국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포르투로 이민올지 말지 고민하려고 사전방문 겸 휴가왔다는 쌤. 남아공 출신으로 전 세계 여행하다가 친구가 사업 도와달라고 해서 포르투에 온 지 3년 째라는 아줌마. 포르투갈 내에서 자기 동네를 떠나 포르투에서 같이 살고 있는 주앙과 마틸다 등. 우리끼리 얘기했던 '국적도 선택, 살고 싶은 곳도 선택할 자유'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12시까지 떠들다가 카페 문 닫아야 해서 철수.ㅋㅋ 나랑 민기는 대낮부터 나와있던 탓에 피곤해서 집으로. 몇몇은 추가로 한 잔하러 갔다. 게임 재미없다고 중간에 왔으면 크나큰 후회를 했을 뻔. 친구 사귀어 너무나 뿌듯한 민기ㅋㅋ.
캠핑을 위해 다음날 데카트론 갔다. BOA BISTA(포어로 좋은 전망ㅋㅋ) 지역에 있는 큰 몰에 있다. 거기서 작은 배낭, 워터슈즈, 비치타올, 스노클 장비 구매. 텐트나 매트리스 등등 캠핑 주요장비는 리안드로가 빌려주기로 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