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건 아니지만, ‘브라우저 쿠키’는 인터넷 광고생태계에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쿠키란 사용자 브라우저에 저장되는 작은 텍스트 파일을 의미하는데, 사용자 별로 고유한 쿠키 ID를 생성하고, 여러 데이터들을 브라우저가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저장하고, 웹 사이트를 편리하게 이용하게 해 주는데 활용된다. 예를 들면, 어떤 사이트의팝업 알림을 ‘오늘 하루 보지 않기’를 선택하는 경우, 이를 기억하고 다시 팝업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데 쿠키가 사용될 수 있고, 내가 A사이트에서 B사이트로 이동해 왔다는 정보를 기억하는데도 쿠키가 사용될 수 있다.
‘쿠키’는 ‘자사 쿠키(1st Party Cookie)’ 와 ‘타사쿠키(3rd Party Cookie)’로 나뉠 수 있는데, 온라인 광고 및 성과 추적을 위해서는 주로 3rd Party cookie 가활용된다.
내가 11번가에서 봤던 상품이 뉴스 사이트에서 계속 나를 따라다니며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11번가에 심긴 리마케팅 광고 플랫폼(ex.크리테오, GDN)이 수집한 쿠키 정보로, 언론사 사이트에서 광고가 타겟팅 되서 노출되는 것이다.
구글 크롬이 지원을 중단할 예정이라는 것이 바로 광고에 활용되는 3rd Party cookie 다.
리마케팅 광고 예시 (Source : google image 검색)
3rd Party 쿠키는 생각보다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광고 업계에서 활용되어 왔다. 특히 쿠키는 ‘캠페인 노출’뿐 아니라 ‘전환 성과 분석’에도 이용되기 때문에, 광고를 운영하고 실행하는 입장에선 꼭 필요한 기능 중 하나다. 여러 사이트를 넘나드는 유저 정보를 하나의 고객으로 특정하기 위해서도 3rd Party Cookie 가 유용하게 쓰여 왔다.
이번 구글의 발표는 이러한 쿠키를 2년 후엔 못쓸 수도 있다는 것이고, 광고 업계가 그동안 유지해온 '쿠키 기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큰 사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
1. 더 강력해지는 구글
당연한 이야기지만, 구글은 더 강력해진다. 사실상 구글은 자사 플랫폼의 데이터 만으로도 전 세계 인터넷 유저의 반 이상을 확보할 수 있어서, 쿠키가 없더라도 자사 서비스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자사 플랫폼에 막강한 유저 데이터를 축적한 walled garden platform 사업자들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사실 이번 변화는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구글 크롬 이전에 애플의 safari와 모질라 firefox 브라우저는 이미 3rd Party cookie를 차단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발표가 파장이 큰 건, 크롬의 전 세계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점유율이 50%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구글은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웹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유저의 의지와 상관없이수집되는 3rd Party 쿠키나, Finger-printing 방식의 유저 식별 데이터 수집을 점차 차단할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한 명 한 명의 개인 고유 쿠키 ID와 같은 개별 식별자 대신, 유저를 그룹 단위로 분류하고, 관련 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한다.
FLOC(Federated Learing of Cohorts) 방식이라고 하는데, “야구와 액션 영화에 관심 있는 유저 그룹” OR “BTS에 관심 있는 직장인 유저 그룹” 따위로 관심사별로 묶인 유저 집단을 타기팅하는 방식이다.
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현재 연구 단계로, 어떤 식으로 동작하고 얼마큼의 타깃 매칭률을 갖게 될지 아직예측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퍼블리셔나 데이터 사업자들 입장에선 자신들의 트랙킹 솔루션으로 직접 수집한 유저 데이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고, 구글이 제공하는 샌드박스에 의존하게 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데이터의 투명성과 수집 근거, 그리고 광고 도달의 알고리즘이 결국 ‘구글에 유리하게’ 동작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것이다.
구글 Privacy Sand Box의 현재까지 발표된 자세한 스펙은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번 변화로 구글의 시장 지배적인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시장은 더더욱 구글 의존적으로 될 수 있을 것 같다. 구글의 Privacy Sandbox 가 범용화 되면 마케팅을 하기 위해 구글이 제공하는 API를 이용해야 하고, 구글의 정책에 따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행사나 광고 기술 제공 업체 등 타사 데이터를 이용하는 플레이어들은 그동안 3rd Party 쿠키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의 활용도가 떨어짐에 따라, 데이터 사업자로서의 특권을 잃게 될 수 있고, 서로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한다.(관련 기사)
대표적인 리마케팅 플랫폼 업체인 크리테오는 구글의 이번 발표로 16%에 가까운 주가 하락을 겪었다. 크리테오의 CTO Diarmuid Gill 은, "자사 쿠키데이터는 2년 후에도 계속 사용 가능하고, 3rd Party 쿠키 차단에 대비해 유저를 식별하고, 타기팅할 수 있는 기술적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라고 발표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자 했다. 상세 내용은 크리테오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The trade Desk 는 이번 발표에서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CTO 인 Dave Pickles는 이미 대부분의 광고 노출을 쿠키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덴티티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고 블로그를 통해 밝혔고, 변화에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3. 새로운 기회
쿠키 방식이 아닌 다른 형태의 "유저 식별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쿠키가 '지난 기술'이 된다면, 누군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일례로 Live Ramp 라는 솔루션 업체는 이메일주소 등 사용자가 제공한 프로필 Key 나 아이디를 바탕으로, 유저 프로파일을 생성하고, 유저를 식별하여 타기팅할 수 있는 아이덴티피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LiveRamp Homepage
마케터들은 어떤 도전에 직면할게 될까?
이번 변화는 그동안의 광고 성과 분석과 타겟팅을 위해 범용적으로 사용해 왔던 “기준”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우리가 일하는 방법과 그동안의 전략을 수정하고, 실험해야 할 수 있다.
일이 늘고, 혼란이 가중되는 시기가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마케터의 대응 방법을 정리했다.
3rd Party cookie 차단, 마케터는 어떻게 해야할까?
1) 구글의 "개인정보 샌드박스(Privacy Sandbox)"의 기능을 살펴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검색 & 문맥 타겟팅 광고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광고의 '내용'과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통해 유저의 관심사를 유추하고, "연관 콘텐츠" 기반으로 광고를 노출하는 것이다.
[참조 - 타겟팅 방법에 다른 연관 광고 노출 방법 비교]
A. 방문 행동 타겟팅 : 이 광고는 내가 최근에 ‘로레알’ 사이트를 방문했던 적이 있어서 보이는 거야!
B. 콘텐츠 타겟팅 : 이 광고는 지금 보고 있는 기사가 ‘화장’에 대한 거라 보이는 거야!
컨텐츠 타겟팅 - 메이크업 기사 옆에 화장품 광고
3) People base Targeting 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페이스북처럼, 유저 프로필 데이터, Look alike Audience를 기준으로 타겟팅 할 수 있는 광고 플랫폼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기업/브랜드는 자사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체계화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4) 전통적인 방식의 미디어 바잉 기법을 다시 활용해야 할 수 있다.
매체별로 주요 방문자와 채널 특성을 분석하고, 타겟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의 프리미엄 지면을 계약하여 도달 기회를 확보해야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틱 방식이 아니라, 상위 지면을 직접 계약하는 형태를 고려해야 할 수 있다. 매체 사이드에서는, (효과가 좋다면) 프리미엄 지면에 대한 광고 상품의 영향력이 좀 더 올라갈 수 있다. 변화를 기회로, 새로운 프리미엄 지면이나 광고 상품들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5) 개인화 서비스는 더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3rd Party Cookie 기반의 맞춤 광고 타겟팅이 어려워 지면, 이미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화된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수집된 유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맞춤 컨텐츠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 아마존처럼 고객이 관심있을 만한 상품, 특정 상품과 연관 있는 컨텐츠를 추천해 줄 수 있다면, 광고 타겟팅이 정교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홈페이지에서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발견 하고, 마케팅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