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와일드 로봇(The Wild Robot)
"거위는 처음 본 상대를 어미로 생각해. 네가 바로 얘 엄마인 거지."
"그런 역할은 프로그래밍이 안 돼있어."
"모두가 그렇지. 헤엄치고 나는 걸 가르쳐야 돼."
동물들로 가득 찬 외딴섬에 불시착한 가정용 도우미 로봇인 로즈는
어쩌다가 갓 태어난 거위 새끼의 엄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운명을 자신의 미션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태어났을 때부터 결핍이 있는 작은 거위를 키우게 됩니다.
왠지 모르게 와일드 로봇 로즈의 모습을 보며
터질듯한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어찌 보면 인간인 우리가 가장 기계적이고 감정과 거리가 먼 존재로 인식하는 로봇이
결핍을 가진 연약한 동물을 기르는 과정을 보면서 왠지 모를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로봇과 동물이 아닌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임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처음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어 겪었던 많은 실수와 부족함들을 돌이켜 보면
로즈는 부족한 우리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런 역할은 프로그래밍이 안 돼있어."
"그런 거 배운 적이 없어. 좋은 부모가 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
라고 스스로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로즈처럼 내가 아는 것, 보고 배운 것, 들은 것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랑이 그 원동력입니다.
로즈가 로봇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또한
그 사랑이 자리 잡았을 때입니다.
로즈는 사랑으로 로봇이 아닌 진정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필자 또한 두 자녀를 둔 아빠로서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합니다.
아기가 첫걸음을 디딜 때, 옹알이를 할 때, 기저귀를 떼었을 때, 숫자를 셀 줄 알게 되었을 때, 젓가락질을 할 줄 알게 되었을 때, 한글을 쓰기 시작할 때, 둘이 손잡고 학교 가게 되었을 때 등 자녀가 성장에 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사랑으로 채워갑니다.
어쩌면 브라이트빌이 날갯짓을 하며 저 높이 하늘로 치솟을 때의 감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배운 적은 없지만 사랑으로 진정한 엄마와 아빠가 되는
한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와일드 부모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