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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정원사 안나 Oct 09. 2024

작가의 여정

브런치 팝업전시장에 다녀오다 



그때 그 시점으로 나를 데려가 준 전시 - 작가의 여정  

브런치에서 준비한 작가의 여정이라는 전시에 다녀왔다. 

약 4년 전 설레이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막 퇴사를 하고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하던 그 시절, 막연한 꿈의 무대같았던 브런치. 


그토록 동경해 왔던 곳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출간 이후 2년여간은 브런치를 멀리하고 지냈다. 글은 직업을 갖게 해 주는 매개체일 뿐 그 자체로 고고하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상품을 판매하고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자기를 홍보하는 매체인 인스타나 블로그, 링크드인을 내 삶의 중심에 더욱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만큼이나 나는 글쓰는 사람에서 멀어져 있었다. 


어느때나 마찬가지겠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순수 작가라는 직업은 너무나 큰 사치이기에 나는 다른 가치창출을 위해서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니 글쓰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 시간에는 더더욱 인색했다.


그런데 돌고 돌아 다시 다시 그 시점. 오늘 내가 만난 전시는 시간의 태엽을 감아서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는 기분으로 브런치를 처음 접하던 맨 처음 그 시점의 나를 다시 마주하게 만들었다. 브런치 글이 2000회라는 기적적인 숫자로 공유된 사람들, 브런치로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바로 내가 처음 브런치를 바라보던 그 때의 그 생경하고도 호기심이 가득하던 그 시점, 그래 그때 내게는 그런 동경어린 시선이 있었지 하는 것을 이제서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외로운 작가의 길 

작가라는 것은 외로운 길이었나보다. 

작가를 위한 워크북의 첫번째 장에서 나온 문장 중 하나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였다. 나혼자만 이렇게 비겁하게 숨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만 더이상 아무것도 못쓰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뿐만 아니라 전시에 구경온 나같은 일반 브런치 작가들이 서로에게 남기는 메세지를 모아둔 벽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이름모를 누군가가 나에게 글쓰기가 힘들때면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당신은 언젠가 다시 쓸 사람이라고 다독여줬다. 


전시를 반쯤 보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전시장에 오기 전, 낮에 만나서 같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었던 아버지가 너무 노쇠해 보이셔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름 모를 작가님들이 나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 때문에 가슴이 아린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전시장에서는 감동을 받아서 한 두방울 눈물을 훔치는 정도로 낭만적으로 포장을 할 수 있었지만 전시가 끝나고 나와서부터는 주최하지 못할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맨 처음 그 시절, 작가를 동경하고 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던 그 시절의 나와 우리 가족 모두가 완전체의 모습으로 건강했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과 그리고 아직 뒤집지 않은 수많은 카드 앞에서 설레여하던 내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내가 뒤집은 카드는 몇 개 인 것일까? 아직 뒤집지 않고 남아 있는 카드는 몇 개일까?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 행복할 수 있었던 시절, 그리고 아무것도 없어도 그저 함께여서 행복했던 사람들. 완전한 사랑은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법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내게는 몇 개의 카드가 남은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내게 남은 카드를,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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