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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125 - 지나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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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시
Sep 2. 2021
영원할 것 같던 세상도 어느 날 사라지더라.
한결같던 중심은 한순간에 흔들리고
꼼짝 않던 마음들도 순식간에 날아가더라.
잃어버린 세상이 슬퍼 울어본들
지나간 세상은 이미 넘어간 페이지.
넘어가버린 페이지를 이해할 수 없다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책.
지난날의 열병은 소리 없이 식어버리고
단단하던 마음이 빗물에 휩쓸릴 때
나는 비로소 세상이 사라짐을 예감하고는
나는 그제야 계절이 끝났음을 실감하고는
목놓아 목놓아 울어보지만
뒤늦게 뻗은 손이 닿지도 않을 만큼
그리운 나의 세상은 멀리도 가 버렸더라.
한때 나의 세상이었던
한때 나의 전부이고 삶의 모든 까닭이었던 것들은
이미 넘어간 페이지에 갇혀버리고
나는 남은 향이라도 가두어 보려
마음을 꽁꽁 닫아 보지만
이미 날아가버린 향은 돌아오지 않고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닫힌 마음으로는 그 무엇도 들어오지 못한 채
나는 그저 갇혀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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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시
직업
만화가
단감보다 단단하고 곶감보다 달콤한
저자
일상툰을 그리고 짧은 글도 씁니다. <문득생각>, <남의 집 귀한 자식>, <서른 둘, 백수인데요.>, <디어다이어리> 등 짧은 일상툰을 주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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