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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씨 Aug 13. 2019

나의 독일 친구를 소개합니다.

나의 소울 시스터, Mona.


나에게는 독일 친구가 있다.

이름은 모나(Mona)

4년 전 여름, 우리는 중국 상해에서 만났다.

처음 만난 날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나는 내 몸집만 한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외국인 기숙사 중에서 가장 끝에 있는 9동 101호 D 방에 도착했다. 막 숨을 돌리고 방문을 열자 그녀가 C 방 앞에 서 있었다.

"Hi. 우리 저녁 먹으러 가지 않을래? 네가 괜찮다면 말이야."

얼떨결에 나선 나는 모나와 만두를 먹었다.

지금 말하는 건데, 네가 말 걸지 않았다면 난 그날 굶었을 거야.



사실 상해에서의 첫 2주는 정말 힘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혼자 외국에 똑! 하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때 기온 36도, 습도 90%. 대륙의 열과 습도를 아시는가, 경험하지 않은 자 함부로 상상하지도 말지어다. 습식 사우나를 걸어 다니는 기분인데, 내가 뱉어내는 숨마저도 펄펄 끓는 수증기 같다. 이 와중에 학기 등록은 매-우 복잡했고, 일처리와 인터넷이 LTE급인 한국에서 막 온지라 모든 게 3G 수준으로 답답했다. 아, 중국은 캠퍼스도 무진장 넓었다. 기숙사에서 서류 등록 건물까지 걸어서 30, 왕복 1시간. (물론 얼마 후 자전거를 타고 8분 만에 돌진하기에 이르지만-) 정말 힘들었던 첫 한 달을 가까스로 버틴 건 옆방에 있는 모나 덕분이었다. 우리는 볼 때마다 인사를 나눴고, 자주 밥을 함께 먹었고, 인사는 수다로 이어졌다.



한국에 돌아와 wechat으로 드문드문 연락을 하던 우린 1년 전부터 거의 매일 문자를 주고받는다. 어떤 날은 사진을 잔뜩 보내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거리조차 가늠되지 않는 먼 유럽 땅 어딘가에 사는 모나는 나와 많이 닮았고, 다르다. 전혀 다른 문화,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 다른 것은 당연하다지만, 알면 알수록 비슷한 것들이 놀랍도록 많다. 음식을 고르는 취향, 일종의 뷰티 루틴(beauty routine), 감정의 변화 등등. 소름 끼치게 비슷한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우린 서로를 'Soul-sisters'라고 부른다. 드디어 찾았다, 내 영혼의 단짝!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냐고?

우리는 영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중국에서 만났고, 중국어를 할 줄 알지만 영어를 사용한다.

한 가지 웃긴 사실은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과는 중국어를 쓰고 강의실 밖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국적 불문 영어를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반 영국 친구 Vivian 과는 중국어를, 기숙사 위 층 사는 Mandy와는 중국어를 썼다. 모나와 처음 만났을 때, “从哪里来的?”가 아니라 “Where are you from?”을 물었다. 우린 그 뒤로 그냥 쭉 영어를 쓴다. 가끔 중국어여야만 하는 단어는 중국어를 쓴다. 우린 가끔, 딱 맞는 상황에 딱 맞는 중국어가 주는 기쁨을 누린다. 이를테면 오, 주여! 대신 OMG!! 가 어울리는 상황이 있지 않나.



독일어, 해볼까?

5월 어느 봄날, 모나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다. 이번엔 세관에 걸렸는지 일주일이나 늦게 왔다. 택배를 열면 모나의 카드를 찾는다. 여전히, 선물보다 신경 써서 썼을 그 사람 필체가 먼저 반갑다. 조금 늦은 생일 축하, 지난번에 내가 잘 먹었던 홈메이드 쿠키 이야기 등등. 보내준 카드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다음번에 내가 독일로 택배를 보낼 때, 짧은 독일어라도 하면 좋을 텐데... 독일어, 한 번 해볼까? 이게 독일어의 시작이었다.





https://jmilujute.blog.me/22161502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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