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
오해의 소지를 방지하고자 먼저 말한다. 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재탕, 삼탕 하는 열렬한 팬이며 이 시리즈를 뛰어넘을 '인생 액션 영화'는 앞으로도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홉스&쇼를 보고 아쉬움을 느낀 자, 정녕 나뿐인가? 모든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나오든 간에 호불호가 갈린다. 올여름 극장가는 유독 여름에 걸맞은 '액션'이 부진했다. 그래서 이미 모든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한 '분노의 질주'의 귀환은 그 사실만으로 환영, 대환영이다. 실제로 북미와 유럽에서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고, '외제 액션'에 짠 점수를 주는 중국에서도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내가 말하는 아쉬움이란, 분노의 질주 전 시리즈를 본 원조 팬들만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바글바글한 원조 팀플레이가 그리운 것이다! 의리의 돔 토레도(빈 디젤)와 늘 그리운 브라이언(폴 워커), 영원한 미세스 알파 레티(미셸 로드리게스), 웃기고 귀여운 덤 앤 더머 로만(타이레스 깁슨)과 테이(루다 크리스)의 티격태격 + 환상의 팀플레이 말이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재미있게 읽은 내가 스핀 오프로 '백설 공주와 난쟁이 둘'을 읽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재미없었냐고? 아니, 너무너무 재미있었다니까?!
난 다만 분노의 질주 9가 너무(더욱) 기다려질 뿐이라고!
공감할 누구, 정녕 없습니까?
역시 액션 맛집, '분노의 질주'
역시는 역시다. 영화는 재밌다. 외국 액션 영화가 해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쉼 없이 날아다니는 차, 보는 것만으로 질주 본능을 일깨우는 카 액션(car action), 경기도와 서울 오가듯 왔다 갔다 하는 유럽 로케이션까지. 분노의 질주에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가 등장한 것은 시리즈 7(2015)부터였다. 사실 그의 진가는 트랜스 포터 시리즈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못 본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여기에 데드풀 2 감독이 등판하여 '이해되다가 말다가'하는 미국식 농담을 잔뜩 버무렸다.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는 미국 남자(홉스, 드웨인 존슨)와 영국 남자(쇼, 제이슨 스타뎀)의 구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찰진 미국 영어와 섹시한 영국 영어를 번갈아 듣는 귀르가즘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 스틸러를 논한다면 '최고의 귀르가즘 상'은 쇼의 여동생 해티 쇼(바네사 커비)가 독보적이다. 누군가 하면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의 우아한 화이트 위도우가 바로 이 배우다. 그러고 보면 쇼만큼 좋은 형아, 오빠도 드물다. 분노의 질주 7에서는 동생의 복수를 이번 스핀 오프에서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사른다. 쇼의 엄마와 여동생이 나오게 된 것은 분노의 질주 9를 위한 빅 픽처(청사진) 일지 모르나 어쨌든 기존의 팀플레이를 보완하기 위함일 것이다.
갑자기 분위기 사모아
영화를 재미있게 보다가 갑자기 홉스의 출생의 비밀이 등장해서 '어?'라고 반응한 사람? 실제로 드웨인 존슨은 사모아 사람이다. 그의 가슴과 팔에 연결된 큰 타투는 실제 사모아의 전통 문양이라고. 사모아의 등장은 내가 계속해서 말하는 '기존의 풍성한 팀플레이'를 보충하고 영화 제2막, 노래로 따지자면 2절을 위한 배경이 아닐까. 이름도 생소한 사모아제도의 등장으로 영화는 확실히 볼거리를 더했다. 격렬한 액션 영화답지 않게 줄곧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강조하고 있는 'We are family' 정신도 드러난다.
분노의 질주 9
엄밀히 말하면 '홉스&쇼'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스핀 오프일 뿐 시리즈로 세지 않았다. 즉 재작년에 개봉한 분노의 질주 8에 이어 시리즈 9는 2020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무진장 아쉽게도 홉스(드웨인 존슨)와 돔 토레도(빈 디젤)의 투 샷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스핀 오프의 등장은 이 때문이다. 전작을 촬영할 당시 두 사람의 불화로 한 화면에서 두 사람을 보기란 힘들 것 같다는 것이 영화계의 소문이다. 그 소문 틀리기를, 뒤집어지기를 너무나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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