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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씨 Aug 23. 2019

그 사람을 만난 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영화, After(2019)









영화는 이런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를 만나기 전의 내 인생은 아주 단순하고 뻔했다. 그리고 지금 그를 만난 이후...'

― My life before him was so simple and dicided, now after him it's just...... AFTER.


'...' 뒤에 올 말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를 만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겠지.' 영화 제목 After. 영화는 기본적으로 막 대학생이 된 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다. 이쯤에서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이제훈을 떠올렸다면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시라. 수지보다 좀 더 당차고 이제훈보다 좀 더 제멋대로인 두 사람을 만날 테니. 이 영화는 트와일라잇 제작진이 만들고 10대 버전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북미에서 개봉했다. 아, 상상이 너무 멀리 달렸다면 또 붙잡아두시라. 15세 관람가의 로맨스물이다.


20대에겐 귀엽고, 30대에겐 유치하지만 10대에겐 완벽하다?

트와일라잇보다는 어리고 그레이와 아나스타샤 커플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한 줄 평. 어떤 평가도 절대적일 수는 없다. 특히 이런 로맨스 영화라면 자신의 모든 경험치와 로망이 척도가 되기 때문에. 내 친구 H는 볼이 발그레 진 채 사촌동생(18세) 보다 방방 뛰며 영화가 끝나자마자 폭풍 덕질을 시작했단다. 히어로 파인즈 티핑(남자 주인공), 이 길고 낯선 이름을 금세 외웠더라. 아, 의외로 유치하고 식상하다는 10대의 의견도 많이 보인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요즘 10대의 감성은 성숙하다. 중요한 것은 제각기 다른 정도지만 분명히 영화가 우리의 '연애 세포'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말랑말랑하고 찌릿찌릿해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우리는 테사와 하딘의 연애를 방구석 1열에서 감상하고 있는 주책맞은 관객이 된 것이다.






테사 영(조세핀 랭포드)

엄마의 착한 딸로 순진하고 밝게 자라온 테사는 드디어 대학교에 입성한다. 책밖에 모르고 고등학생 남자 친구도 있는 나에게 갑자기 어느 날 제멋대로 고는 녀석이 나타난다, 우리는 절대 친구만 할 수는 없다나 뭐라나.


하딘 스콧(히어로 파인즈 티핀)

연애? 여자?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난 나야. 학교 내 유명한 반항아에 모든 행동이 거리낌 없는 유명 인사. 그런데 사랑의 'ㅅ' 자도 모를 것 같은 이 남자 방에는 절절한 사랑이 담긴 고전 소설이 가득하다.


노아(딜런 아널드)

테사의 (전) 남자 친구. 특징: 고등학생


몰리(이난나 사키스)

하딘이 테사한테 관심이 있다고? 확 비밀을 불어버릴까 보다.





영화는 싱겁지만 마음은 달콤하다

그렇다. 영화는 유치하고 싱겁다. 동시에 짜릿하고 섹시하다.

특히 히어로 파인즈 티핀의 영국 발음은 우와.

영화가 그저 10대들의 불장난 정도에 그쳤다면 그것도 하나의 감상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단어 'After'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좀처럼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나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다리기 끝에 서로에게 꼭 필요한 닮은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우리에게도 한 번은 그런 사랑이 있지 않았는지,

서로를 만난 후(After)에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런 After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예쁜 문장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문장을 고르겠다.

영화가 유치해도 나에게 이 문장 하나를 남겼고, 나는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He's more myself than i am.

Whatever our souls are made of, his and mine are the same.


그는 나보다 더 나 자신에 가까웠다.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든, 그와 나의 것은 같다.







https://blog.naver.com/jmilujute/22162119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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