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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씨 Oct 03. 2019

보통이 이렇게나 어렵고 예쁘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2019) 리뷰



바람이 선선해지자 가을 극장가에 반가운 로맨스 영화 한 편이 보인다.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공블리와 오랜만에 본업인 로코로 돌아온 김래원의 만남! 두 사람의 재회 만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와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는데 예고편부터 빵 터지는 이 영화. 로맨스 영화 주제에 두 시간 내내 웃기더니 또 어딘가 짠한 내 과거까지 소환한다. 각자의 연애사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아니 한 명이면 다행인 나쁜 년, 나쁜 놈 생각 찬란하게 떠오르더니 결국 또다시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보통 아닌’ 보통 연애 이야기. 우리나라 영화 맞나 싶을 만큼 가감 없는 현실 대화에,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다 싶은 서사. 이 영화는 사랑스러움, 귀여움, 찌질함을 다 갖췄지만 딱 세 가지는 없다. 내숭, 허세, 밀당. 참하게 앉아 머리카락을 넘기는 여자도 없고, 터프하게 운전하며 아무 때나 지갑을 꺼내 드는 남자도 없다. 내꺼인 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우린 보통 놈들이고 가끔 찌질하고 또 가끔 불쌍하다. 오늘은 술잔을 건네지만 내일은 용기를 내서 다시 사랑하고 싶은 그런 보통사람이다.



스파크 팍팍, 찌릿찌릿! 범상치 않은 재훈(김래원)과 선영(공효진)의 첫 만남. 만난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어쩌다 알아버린 서로의 과거사. 너 참 찌질하구나? 그러는 너는 어떻고? 너 불쌍한 거 아니?



이봐, 너 내 스타일 아니야.라고 말은 했는데 어쩐지 자꾸 눈이 간다 눈이 가. 에헤이 이럴 거면 마주 앉아서 먹지 왜 자꾸 떨어져서 몰래 훔쳐보나 몰라. 나한테 관심 있어? 나 좋아해?



극 중 파혼당한 재훈(김래원)과 남친이 바람피운 선영(공효진) 보다 더 짠한 사람이 하나 있으니 바로 강기영이다. 이 영화에서 단연 최고의 #신스틸러 상은 바로 강기영 배우다. 사람마다 디폴트(초기값)가 있다면 공블리는 러블리, 김래원은 순정남, 강기영은 찌질함이 아닐까. 드라마, 영화에 찌질한 캐릭터는 차고 넘치지만 그의 찌질함은 전무후무하다. 밉지가 않다. 심지어 귀엽다. 분명 찌질한데, 너무 친해지고 싶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로맨틱은 공효진과 김래원의 몫이었지만 코미디는 강기영 배우가 다했다. 혼자 표정 만으로, 대사 하나 만으로 극장 안의 모든 관객이 웃고 또 웃었다. (정말 대단해.)



너 술 취한 거 아니지?
기억안난다는 거 거짓말이지?
너 나 좋아하지?




그 흔한 내숭 없이 시원하게 술잔을 비우더니 더 시원하게 면전에다 직설을 퍼붓는 (그럼에도 밉지 않은) 공효진과 그 흔한 허세 없이 걸핏하면 울고 불고 매달리는 (역시나 밉지 않은) 김래원. 지금이야 ‘선 행동 후 고백’의 밀당 없는 둘이지만, 그들도 한 때는 찌질하고 불쌍하고, 슬프고 아팠다.

영화는 말한다. 그래서 이들의 연애가 가장 보통의 연애고 동시에 보통만 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다고. 우리는 그냥 보통 정도의 사람을 만나 고작 보통 정도의 사랑을 위해 수십 번의 희로애락을 겪고 몇 병의 소주를 비우고 게워내며 이렇게나 애쓰고 있다고. 그렇게 지켜낸 보통의 삶이 바로 여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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