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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Dec 01. 2017

평범하게 살긴 그른 걸까? #5

어학 연수길에 오르다

 여러 어학원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파리에서 다니게 되면 어학원 비나 숙소비가 비싸졌고, 지방에서 다니면 저렴하고 더 길게 어학연수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당연히 지방에서의 어학연수를 선택했고, 내 기억이 맞다면 마지막 후보지가 Dijon과 Tours 였던 것 같다. 어학연수라면 유학원에서 알아서 모든 걸 진행해 줄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내가 결정해야 하고 가족과 의논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내 돈으로 가는 거라면야 내가 결정하면 그만이겠지만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게 아닌가. Dijon의 경우, 화장실이 딸려있는 작은 스튜디오(우리말로 원룸) 기숙사였고, Tours의 경우에는 공용화장실에 기숙사가 조금 낙후돼있다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 Dijon은 워낙 촌인 데다 주변에 문화관광지가 별로 없어 정말 공부만 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Tours는 루아르 강변에 위치해 많은 고성들과 주변 볼거리가 풍부한 지역이었다.

 결국, 선택은 Dijon으로 하게 됐다. 최소 2학기를 어학 하고 바로 대학에 원서를 넣기로 했다. 충분한 시간같이 느껴졌다.


 여름방학 동안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처음 혼자 떠나는 어학 연수길이었다. 그때는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의 눈길에 조금 으쓱하기도 했다. 기다려라 얘들아. 언니가 성공적으로 유학하고 올 테니.

 들뜬 마음을 안고 10월 초, 프랑스로 향했다.

 걱정하는 눈빛이었던 가족들을 애써 뒤로하고 나는 무척 밝은 얼굴로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조금은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누군가가 운다는 표현을 '따뜻한 온천수가 몸에서 솟는'것 같다고 했던 것 같은데 딱 그랬다. 그래도 온천수를 성공적으로 잠그(?)고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집중했다. 그토록 꿈꾸던 프랑스에서의 생활. 여유롭고 자유로운 생활과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문화를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 그렇게 생각하니 기대가 됐다.


 비행기는 에어프랑스. 프랑스인 스튜어디스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뭐야, 몇 달 동안 프랑스어 학원에도 다녔는데 '오렌지주스 좀 주세요'도 못하겠다니.....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위축돼서 쭈글쭈글하게 있었다. 나는 창가 자리였고, 옆에는 동남아 여자 둘이었는데, 무척 활발한 배낭여행자 같았다. 내가 자꾸 잠만 자니까 뒤에 가서 라면 좀 먹고 오라고(ㅋㅋㅋㅋㅋ)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다. 다행히 친절해서 화장실을 드나들거나 밥을 받을 때도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자, 조금씩 패닉이 오기 시작했다. 유학원에서 이미 디종 dijon으로 가는 TGV(열차) 티켓도 발권을 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TGV 타는 곳만 찾으면 됐다. 처음 보는 낯선 글자들이 가득한 안내표를 보자, (영어로도 쓰여 있었음에도) 더 긴장해서 조금 길을 헤매기도 했다. 가는 길에, 앞서 가는 사람을 봤다. 분명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인 데다 큰 트렁크를 낑낑 들고 가는 걸 보니 유학생이 틀림없었다. 말을 걸까 말까 생각도 안 하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만국에서 통용되는 한국인의 인사가 있지 않나.


"혹시 한국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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