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미 Feb 11. 2018

서울에서 취준 하는 옥시기의 일기 #3

시험 준비하기

 여행사에 들어가야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고 NCS 과정까지 수료했던 나는, 불과 한 시즌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고 슬럼프에 빠졌다. 기본 2-3 시즌은 거쳐야 하는 게 요즘 취업준비생의 흔한 예라고 한다지만, 나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고, 심지어는 취업요건에 '남성' 표기를 해 놓거나, 우대사항에 '남성'이라 버젓하게 공고를 올리는 '꽤 많은 수의' 구인 글들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다. 이건 내가 세상을 너무 얕잡아 본 것도 아니고, 너무 naive 했던 것도 아니다. 잘못된 것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남성이었을 때도 이런 환멸감을 느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정답은 Yes. 오만정이 다 떨어질 것 같았다. 다른 이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딱 한 사람, 내가 정말 믿고 있는 사람만이, 내가 남과는 다른(?)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인지시켜주었다. 나는 고민이 빠졌다. 이런 (취업은 물론 살아가는 데에) 쓸모없는 정의감은 어디에 쓸 것인가.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좀 더 높은 이상을 향해서 사용해봄직한 것이 아닐까 하는 또 다소 뜬구름 잡는 생각을 하게 됐다. 


 먼저 내가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 경위부터 생각해 보면, 나는 뭔가 남들을 도와주는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때 고등학생의 머릿속에서는 '아프리카 기아들'이 먼저 생각났고, 나는 언어에 관심이 많으니 언어를 통역하며 도우는 일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 아프리카에서 주로 쓰이는 언어를 조사했다. 그렇게 독일어와 프랑스어 중에서 택 1을 해야 했는데, 결국 프랑스어를 택하게 됐다. 


 쓸모없는 정의감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생각하던 중에 이렇게 고등학교 때의 순진했던 내 이상을 떠오르게 되니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남을 도울 수 있으면서 직업으로도 삼을 수 있고, 전문성을 가진 직업이 뭐가 있을까. 간호사?(학교 다시 들어가야 돼... 무엇보다 난 주사를 너무 싫어한다.) 선생님?(학교 다시 들어가야 되며 임용고시도 2-3년 해야 한다. 리스크가 너무 컸다), 아니면 아예 NGO에 들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뭐 결국 서비스 직종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데 딱히 끌리는 직업이 없었다. 그러던 중, 기존에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일용직(아르바이트)들에 대한 이상한 대우를 할 때가 있었다. 법을 잘 몰라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인사부에 직접 연락해도 성의 없는 답변들 뿐이어서 답답했었다. 이때 나는 노무사라는 직업을 떠올렸다. 꼭 노무사가 되지 않더라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법률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남을 도와줄 수 있다. 불합리한 처사에 알맞게 대응할 수도 있고, 나아가 법률에 대한 지식을 교육할 수도 있는 거였다. 이것도 리스크가 없는 길은 아니지만, 그냥 딱 꽂혔다는 말이 옳을 것 같다. 그냥, 해보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에서 취준하는 옥시기의 일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