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가 되어 버린 고프로
공교롭게도 고프로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완성되기 1시간 전, 나는 고프로를 팔려고 당X마켓에 올려둔 참이었다.
작년 10월경, (액티비티) 유튜버를 해보겠다는 큰 꿈을 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고프로를 주문했다. 결제-주문-배송-도착-개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병원의 모두가 알 정도로 나는 신나서 자랑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고프로는 1~2번의 시범 촬영을 끝으로, 주인이 사고로 눈을 잃으며 그 쓸모가 없어졌다. 목적성을 잃은 그 물건은, 방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서는 눈에 밟힐 때마다 내 마음을 쓰리고, 또 허전하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을 뿐이다.
한때 큰 애착과 기대를 했지만, 상황이 바뀌며 마음도 바뀌는 경험은 누구나 흔하게 해 보았을 것이다. 결단이 필요하다는 무언의 압박과, 왠지 모르게 동반되는 미안함은 오히려 해결 못 할 불편함을 남기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하게 돈 쓸 곳은 많아지는데 벌이는 제한되면서, 고프로는 나의 처분 대상 1호가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정든 물건을 공개 글로 게시하며 내다 팔려고 작정한 날이, 그 물건이 처음으로 내게 오던 장면을 촬영한 영상의 공개일과 같을 줄이야. 역시 세상은 공교롭고 또 신비한 우연으로 가득 차 있는 거다.
완성된 카메라 편집 영상을 보는데, 고프로를 들고 있는 내가 그렇게 행복하고 들떠 보일 수가 없다. 두 눈이 건강하던 시절의 나에겐, 물건 하나가 그토록 큰 기쁨을 주었나 싶어 ‘풉’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은 그 물건을 팔지 않기로 했다. 한 눈만 남은 나에게도, 언젠가는 그때만큼의 즐거움과 설렘을 주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