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으로 너무 잘 참아온 사람
하고 싶은 것이 유독 많은 사람이 있다. 나처럼 말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혹시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너무 잘 참으며 살아왔던 게 아닐까. 그래서, 역설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아닐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무언가 행동을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지에 대한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해야 되는 일인지와, 할 수 있는 일인지가 중요했다. 이런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하고 싶은 일들은 나의 무의식 저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곤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여태 참아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크겠다. 보통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면, 마치 존재했었냐는 듯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뭔가를 열망하는 욕구는 언제나 충족되기 전까지의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다르게 말하면, 지속적인 욕구가 든다는 것은 내가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선택을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욕구를 제때 충족시키는 게 옳은 삶이라는 걸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저 멀리 내팽개쳐져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지도 모르고 사는 것은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한 사람들의 특징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꺼내보기로 했다. 잔잔한 내면에 감춰져 있던 나의 솔직한 욕구와 욕망을 들여다보고, 그동안 내가 참아왔던 것들을 찾아내 보기로 했다. 주변의 시선, 사회적 위치, 관계적 책임 등으로 습관적으로 가라앉아있던 내 자신을, 깊은 수면 속에서 꺼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