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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Dec 30. 2019

강펀치 in 헬싱키 (4)

두 개의 좋은 소식과 한 가지 나쁜 소식

#좋은 소식

아이스하키 경기를 예매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핀란드 국민 스포츠라는 아이스하키를 꼭 직관하고 싶었다. 어제 미친 듯이 짠 조식을 먹고 동생이 나갈 준비하는 동안 호텔 로비로 내려가 오늘이나 내일 열리는 아이스하키 경기가 있는지 물었다. 마커스 M이란 이름표를 단 천사 직원이 몇 번 검색을 때려 보더니 어쩌고 팀 대 저쩌고 팀 경기가 내일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예매를 해야 할까? 물으니 그게 낫다고 한다. 아이패드로 친절하게 예매까지 도와주었다.


ticket master 사이트를 이용했다.

https://www.ticketmaster.com/


Jokerit - HK Vitjaz 읽지도 못하는 이런 두 팀의 경기라는데. 너무 고마워서 나가는 길에 마커스에게 맥스봉, 골든 그레놀라, 불닭볶음면을 선물했다. 호텔에서 일해본 동생이 그랬다. "귀찮아서 모른 척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 정말 검색해보는 척 두드리고 경기 없다고 했어도 난 몰랐을 거다. 그냥 운이 없다 했겠지. 아이패드 앞에 두고 제 카드가 비자인지 마스터 인지도 헷갈려하며 이래 지웠다 저래 지웠다 쩔쩔매는 걸 도와준 게 참 고마웠다.


게다가 물어본 김에 핀란드 헤비메탈이 유명하다는데 tavastia가 풀 예약이라 혹시 다른 비슷한 다른 공연장 있을까? 물어봤더니 검색 키워드를 알려줬다. 'rock music helsinki'로 검색해 페이지를 하나 열어줬다. 당신.... 핀란드 들숨에 재력을 날숨에 건강을 얻으세요 마커스. 아시겠어요?

https://www.bandsintown.com/c/helsinki-southern-finland-finland


#두 번째 좋은 소식

오늘 하루 너무 알차고 즐거웠다. 중간에 비가 좀 내리긴 했지만 우산을 살 정돈 아니었고, 날씨도 어제보다 따뜻했다. 오전에는 마켓에 갔다가 공항에서 만난 the '영어 잘하는 한국 여자'분을 다시 만났고 반가운 마음에 그레놀라를 선물했다. 우리 자매의 호감도, 감사 단위는 이제 그래놀라가 됐다. 그분은 1 그래놀라 정도의 반가움이었다.


어제 갔다가 늦어서 못 탄 관람차를 탔고(3번 돌려준다). 동생이랑 자리 바꾸느라 우리 차가 약간 흔들렸는데 갑자기 떨어질 것 같이 무서웠다. 오두방정을 떠니 예전에 지연이와 홍콩에서 뤼가드 로드 전망대 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래 맞아 그때도 이렇게 무서웠지,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24살 정도였던 것 같다. 그때.


독특하게 생긴 깜삐 예배당과 아모스 렉스 미술관도 좋았다. 핀란드는 은근 종교적이다. 호텔방에도 성경책이 있다. 깜삐 예배당 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났다. 앉아서 5분 정도 있었는데 어.. 약간 기분 좋았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모스 렉스 미술관에서는 다른 것보다 Sigurd Frosterus라는 미술 비평가 재단과 콜라보한 기획 전시가 특히 좋았다. 시스템상 특이했던 것은 겉옷과 가방을 들고 못 들어가는 구조라 락커를 이용했는데 락커나 물품 보관 비용이 1도 없었다. 입장료만 내면 그냥 무료. 우리나라였으면 500원 2개 필수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https://amosrex.fi/en/exhibition/sigurdfrosterus/


그리고 미술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영화관을 발견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츄이가 있는 것? 갑자기요? 스타워즈 마지막 시리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한국 개봉은 1월 8일로 적어 놨었는데.. 이곳에선 12월 20일에 미리 개봉해있는 상태였다. 뭬라? 냉큼 들어갔고 30분 뒤 시작하는 영화가 있어서 냉큼 자리를 예약했다. 역시 미래 일을 장담하면 안 된다. 지난 글에서 비행기에서 본 세 편의 영화가 올해 내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고 써놨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2019 내 20대 마지막 영화는 42년 끝을 닫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JJ 에이브럼스, 루카스 필름.


영화 시작 전 나온 서브웨이 광고에서 한국 돼지고기 신메뉴가 나왔고, 그 결이 예전에 본 맥도날드 김치버거 광고와 비슷해서 요즘 한류가 있나? 싶었다. 역시 방탄과 윤석철과 PH-1이 다녀간 나라야. 근데 썸네일에 갑분VR 무엇? 비트 세이버 하고 싶다. ㅠ 잠시 비트 세이버 동향을 정하자면 이 X자식들이 또 업데이트를 했고, 그래도 좀 괜찮은 지점이라면 이번에 360도, 90도 맵이 생겼다. 그러니까 이제는 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비트를 뿌갠다는 말씀. 아직 normal 모드밖에 없어서 쉬운 버전뿐이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6 업데이트 이후 또 모드가 안 먹혀서 아바타고 나발이고 다 날아간 상태. 비트 세이버= 과연 업데이트 빌런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ZXSvXou1KU 

서브웨이 광고(영화관에서 봄)

https://www.youtube.com/watch?v=AGYvYI-SDOU

슬픈 사연의 김치 버거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삼성 갤럭시 광고도 나와서 웃겼다. 아니 이건 뭔 광고지 하고 보다가 마지막에 빵-터졌다. 삼성이어서 더 신기했어.

https://www.youtube.com/watch?v=ZAbox-KKXDQ

샘숭 광고.

다른 나라를 방문해서 영화관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 그곳에서 현지 영화관 광고를 보는 게 트렌드나 문화를 알기에 좋은 방법이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그렇잖아. 핀란드 영화 광고 안에 한국이란 키워드도 몇 군데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핀란드에서 한국이라니. 힙해진 느낌.


그리고 진짜 핵 핵 좋았던 것은 자리가 너무 꿀이었다! 4열 16 17 요렇겐가 앉았는데, 딱히 아이맥스 쓰여 있지도 않았는데 스크린 엄청 크고 자리가 좋았다. 왜 저런 좋은 일요일 정중앙 스타워즈 자리가 30분 전까지 남아있는 거죠? 진짜 껌 사고 스타워즈 보러 헬싱키 왔나 봐요 저. 영화만 좋았어도.. 뭐 그래도 42년 역사를 마무리짓는 영화를 2019년 끝나기 전에 보고 매듭지을 수 있다는 게 큰 행운이었다. 그래.. 영화만 좋았어도..


사실 그렇게 최악까지는 아니었는데, 좀 많이 실망했다. 이게 최선일까? 그림이나 액션은 물론 화려했고, 보고 싶었던 인물들 총출동해 반가운 마음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용이 너무... '디즈니'스러웠다. 디즈니 영화니까 어쩔 수 없다 쳐도 이 정도는 좀 유치한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어로 들어서 구체적인 내용까지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몇 번 실소를 금치 못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여보세요 JJ양반 레이는 엘사가 아니라고요. 아담 드라이버는 역시 존멋 배우였지만 아무튼 전반적으로 그 디즈니스럽고 착한 스토리 진행이 너무 튀어서 흐름을 깼다. 아쉬워.   


Don't Be Afraid of who you are. (May the Force) Be with me. Feeling. Instinct. 어쩌면 날 이곳까지 데려온 것도 포스의 힘이 아닐까. 올해 마지막 전에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포스야 혹시?  


아무튼 영화관 얘기를 좀 더 하자면 핀란드는 좀 신뢰의 나라인 것 같았다. 팝콘과 콜라를 직접 꺼내와 카운터에서 결재하는 시스템이었고, 훔쳐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도난을 막는 안전바 같은 것도 따로 없다. 맛없는 거 알아서 그런가? 이런 걸 훔쳐갈 리 없잖아? 같은 느낌으로.. 핀란드 음식이 이렇게 입에 안 맞을지 몰랐다. 다 너무 짜다. 조식도 짜고 피자도 짜고 심지어 팝콘까지 짜다니. 팝콘 너무 짜서 다 버렸다. 내가 대만 지파이 빼고는 지금껏 여행 가서 안 맞았던 음식이 없었는데.. 가장 안 맞는 데가 여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외의 음식 지뢰밭이다. 핀란드.


#아이스 파크

오늘의 히트상품. 아이스 스케이팅했다! 출국 전 검색하다 발견했는데, Ice Park Helsinki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 시청 앞처럼 스케이트를 빌려 탈 수 있는 얼음 공간인데, 겨울에 핀란드 가시는 분들이라면 꼭 들러서 오랜만에 초딩 감성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스피커에선 계속 캐럴이 울려 퍼지고, 반짝거리는 거리 장식들이 '이봐 너는 지금 유럽에 있다고!' 외치는 듯한 분위기다. 스케이트는 정말 오랜만에 타 봤다. 어렸을 때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에서 타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참 몇 바퀴를 돌고 난간에 매달리면 엄마가 롯데리아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입에 넣어줬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에는 '어 이게 아닌데' 싶을 만큼 비틀댔다. 악악 거리면서 휘청거리니 한 아이가 보조기구(?) 같은 것을 주고 갔다. 그렇지만 나의 운동신경. 역시 몸은 기억한다. 금방 감을 되찾아서 엄청 잘 타게 됐다. 나중에는 속력을 내면서 씽씽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동영상 찍힌 거 보니까 여전히 뒤뚱대더라. 그래도 아 재밌었어.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

맥도날드 시즌 메뉴였던 김치버거가 내려갔다. 언제 내려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게 며칠 전이라면 좀 더 일찍 사 먹을 걸 싶었다. 이제 자메이카 버거로 바뀌어버렸어.. 자메이카라니 별로 안 궁금하다고. 김치 없는 김치버거를 먹으러 왔단 말이다! 맥도날드에 갔다가 망연자실해서 그냥 옆의 피자가게에 갔다. 샐러드 피자 하나씩 시키고 share? 물어봐서 그러겠다고 했는데 아예 반씩 나눠서 그릇에 준비해 줬다.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share 란 그냥 그릇을 가운데 두어 달라는 뜻이잖아. 하지만 피자도 내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진 못했다. 역시 너무 짰기 때문이다.. 피자조차... 왓더...


지금은 어제처럼 역시 새벽 6시 반. 자꾸 일찍 잠에서 깬다. 이제 12월 30일. 내일이면 2019년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지연이와 함께라 다행이다. 아까 내가 스케이트를 슁슁 속도 내 타니까 '언니 제발 조심해..'라고 소리 질렀다. 그 마음이 사랑인 거겠지? 아 근데 힐튼 스트랜드 헬싱키 여기 방음이 진짜 안 된다. 우리 뷰도 안 좋은 데 주고... 마커스 때문에 봐드립니다. 아시겠어요?


2019년의 마지막 날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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