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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Jan 01. 2020

강펀치 in 헬싱키 (5)

핀란드인 면허증 속성 과외

핀란드인 면허증이 있다면 코스에 들어가고도 남을 일들을 오늘 다 했더니 엄청나게 피곤하다. 

-> 이 한 문장을 남기고 어제 잠들어버렸다.


#지금은 오전 10시 22분

이발로 행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플랫폼 옆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동생을 둔 것은 참 치트키라는 생각을 방금 했다. 동생과 나는 여행 시 업무분담이 매우 잘 되는 편인데, 내가 각종 예약과 아이디어를 맡고 교통편과 지도 길 찾기를 동생이 한다. 


근데 오늘은 실수로 공항 가는 열차를 잘못 타 버린 것. 중간에 다급하게 '언니 뭔가 이상해 내려야 해'라고 라디오 듣는 나를 데리고 내렸는데 반대로 가는 열차를 탄 것 같다고 했다. 어쩐지 공항 가는 열차인데 캐리어가 너무 안 보였어.. 체크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불안했는데, 동생이 핸드폰으로 뚝뚝딱딱 온라인 체크인을 마치고 수화물도 셀프로 다 부치는 바람에 무리 없이 체크인했다. 막 셀프 짐 부치기 이런 것도 엄청 프로페셔널하게 뽑아서 착착 하는 걸 보니까 멋있었다. 참 훌륭한 아이다.


미스터 라디오 짝퉁 가요제 특집이 오늘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오늘은 홍전마마가 오시는 날이었음! 그래도 2019년 마지막 날 우리 방송을 타지에서 듣자니 기분 좋았다. 그곳은 올해 가기 7시간 전이겠네. 참 좋은 팀이었다. 내 문자 방송에서 소개도 됐다.


#사우나, 바다 수영

그나저나 어제는 참 역동적인 하루였다. 아침에는 오전 일찍 일어나 해돋이를 보며 사우나와 바다 수영을 하고 싶단 마음에 Allas Sea Pool에 갔다. 관람차 있는 곳 옆이었는데, 그제 만났던 the 영어 잘하는 여자가 그쪽에서 아침 9시쯤에 해 뜨는 걸 봤는데 너무 예쁘다고 했기 때문이다. 8시쯤 맞춰 가면 수영하면서 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조식도 거르고 부랴부랴 나섰다. 겨울엔 딱 5시간 밖에 뜨지 않는 해잖아. 수영하면서 너무 보고 싶었다고.


수건과 슬리퍼는 호텔에서 챙겨갔고 미리 준비했던 수영복도 챙겼다. 사우나는 건식인데 생각보다 뜨거웠고 밖은 생각보다 추웠다. 쏘 프리징 ㅠㅠ 수영장 물은 27도 정도로 맞춰둔다고 본 것 같은데, 춥긴 했지만 몸을 많이 움직이다 보니 또 괜찮아졌다. 근데 상대적 박탈감을 좀 느낀 게 수심이 깊어서 난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기본 165 이상.. 발이 안 닿아.. 너무 무섭다고. 사우나와 수영장을 두 번 정도 왔다 갔다 했고 해는 날씨가 안 좋아서 결국 보질 못했다. 10시 반 정도까지 기다렸는데도.. 아쉬웠지만 헬싱키에서 아침 수영을 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겨울왕국에서 사우나도 했고.


오는 길엔 맥도날드에 들러서 자메이카 버거와 빅맥버거를 먹었고, 헬싱키의 이디야로 우리가 이름 붙인 에스프레소 하우스에서 커피를 한잔씩 마셨다. 핀란드는 아메리카노가 있어서 좋다. 그러고 나서는 원래 미술관에 가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아이스하키 보러 가기 전에 좀 자자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꿀잠. 


#아이스하키 경기장

천사 천사 미카엘 마커스의 도움으로 예매한 아이스하키 경기를 봤다! 리그전은 아닌 거 같았고 국가전인 거 같았는데 귀찮아서 검색 안 해봄. 조커 캐릭터를 가진 팀의 홈구장이었다. 핀란드의 국민 스포츠를 보고 온 느낌이라면


1. 월요일 저녁 6시 30분 경기인데도 사람이 꽤 꽉 찼다. 우리나라 야구 같은 느낌이려나 싶었다.

2. 경기장 안으로는 술을 반입할 수 없다. 그래서 밖에서 서서 다 마시고 들어가야 함.

3. 경기 시작하는 세리머니(?)가 엄청 화려하다. 영상도 화려하고 선수들도 한 명 한 명 다 자기 영상으로 소개해줌. 확실히 실내경기다보니까 쩌렁쩌렁 울리는 게 기분이 한껏 업된다.

4. 매우 빠르다. 아이스하키 직관은 처음인데 공수 전환이 진짜 순식간에 휙휙 바뀌고 속도가 빨라서 퍽이 어디 갔는지 막 한참 헤매기도 했었음. 상대팀이 골 넣는 순간도 엄청 순식간이라 리플레이 영상을 보고서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게 됐다. 

5. 한국 타이어가 스폰서인지 경기장에 광고판이 붙어있었고, 중간에 광고도 나왔다. 

6. 핀란드에서는 이곳저곳 와인을 참 많이 판다. 알콜 파는 곳에서 맥주와 와인을 같이 팔았고 꽤 맛있었다!

7. 경기 시간이 짧아서인지 아니면 스피드가 우선인 스포츠여서인지 중간에 몇 초 씩만 경기가 중단해도 바로 준비된 이벤트로 이어지거나 치어리딩이 시작했다. 

8. 아 조커가 제일 귀여워 조커가 짱이다. 조커릭 헬싱키 이 팀의 마스코트 인형 옷을 입고 다니는 조커가 있는데 손 내민 모두와 하이파이브해주고 애기들 장단에 맞춰서 춤도 춰주고 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기분 좋아져쓰

9. 유명인사 빨간 머리 여자가 왔는지 전광판에 그 여자를 계속 비춰줬다. 

10. 아이스하키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악들! 모터헤드나 반 헤일런 같은 헤비메탈 음악이 나왔고 그래서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헤비메탈 공연

천사 천사 미카엘 마커스가 알려준 링크에서 발견한 공연에 다녀왔다. Nosturi라는 공연장이었는데 위치가 좀 멀어서 택시를 탔고, 20분 정도 탔는데 31유로 정도 나왔다. 가는 길에 택시에서 라디오를 틀어줬는데 마잭의 bad랑 we are family 노래가 나왔다. 어제 하루는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한 하루였다. 


이티켓 보여주니 또 금방 통과가 됐고, 뭔가를 위해 3유로를 내라고 해서 동생이 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티켓 예매 시 이미 낸 돈인 것 같았고 요것은 무어냐고 보여주니 여자가 당황하며 '너 이미 냈구나' 하면서 돈을 다시 거슬러줬다. 땡큐 하면서 옷 맡기러 가는데 동생이 '언니 1유로를 더 줬어' 했다. 이로써 택시비는 30유로가 되었다.

 

역시 문화나 사람의 이야기는 책으로 읽어서는 알 수가 없다. 문화서에서 읽었던 내용으로는 핀란드 사람들은 좀 불친절한 데도 있고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들에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했는데, 세상 튀는 사람들이 거기 다 있었다. 그리고 동생과도 얘기했지만 사람들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친절하고. 보드카 샷 + 맥주를 마시고 놀았고, 라인업이 더 있었지만 다음날 오전 비행기로 이발로에 가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공연장 밖에서 내가 동생 사진을 찍어주고 있자니 담배 피우던 한 여자분이 '같이 찍어줄까?' 물었고 You guys are so cute! 하며 깔깔 웃으며 사진 찍어줬다. 근데 나중에 사진 보니 죄다 흔들려 있는데.. 귀엽다는 건 무슨 의미였을까? 흔들려서?


#이발로

아무튼 이발로로 떠나고 있다. 지금 비행기 뜨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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