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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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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zi Apr 18. 2017

프레디머큐리

가장 깨기 싫었던 꿈

가끔 혼자 술 마시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집 앞 단골집이나 방 안에서만 즐겼지 바에 간다거나 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 날은 이상하게 바에서 혼자 뻥튀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 처음 가보는 바에가서 뻥튀기를 시켜 피치크러쉬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 자기생각에 바빠 주위는 신경쓰지 않았고 나도 그랬다. 고요하지 만은 않은, 하지만 내 귓속을 간지럽게 어지럽히는 그 조곤조곤한 시끄러움이 썩 마음에 들었다. 바 구석에는 낡은 피아노 한 대가 있었는데 칵테일로 흥에  취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조심스럽게 한 음을 눌러보곤 했다.


멍하니 한 삼십분 정도가 흘렀을까. 왜소한 남자가 머뭇거리더니 바 구석의 낡은 피아노 앞에 앉았다. 코드 3-4개 정도를 익숙한 듯 치더니 이내 빌 에반스의 느낌이 나는 연주를 시작했다. 다만 달랐던 점은 그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가사도 없는 흥얼거림이었지만 목소리를 듣고 나는 단번에 다시 피아노가 있는 구석쪽으로 고개를 들렸다. 내가 가장 닮고 싶었고, 항상 들어도 질리지 않는 목소리. 프레디머큐리였다. 콧수염을 기르고 마초의 냄새를 풍기던 80년대의 프레디머큐리가 아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다듬어 지지 않은 날카롭고, 애잔함이 모두 담겨있는 70년대의 프레디머큐리였다.


어렸을 때 내가 꿈이나 죽어서 프레디머큐리를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었던 말을 적어놓았던 적이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궁금한 것이 100가지는 넘을텐데, 꿈이 항상 그렇듯 나는 얼어버려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정신없는 순간에도 핸드폰을 찾아 그의 목소리를 온전히 다 담았다는 것 만으로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를 담는 순간에는 그 좋았던 조곤조곤한 시끄러움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싫은 소음이 되어버렸다. 단 한곡. 연주와 흥얼거림이 끝나고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조용히 일어나 바의 문을 열고 나갔다. 바에 있던 사람들은 그가 프레디머큐리였는지, 심지어 그의 연주와 노래에 단 한번의 관심도 갖지 않은 듯 했다.


이윽고 꿈에서 깼다. 알람소리가 너무 원망스러웠으며, 바 문을 열로 왜 그를 따라가지 않았나 나의 소심함과 어리석음이 원망스러웠다. 역시나 꿈에서 깬 내 핸드폰의 음성파일에는 나의 흥얼거림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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