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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의서점 Aug 10. 2016

밤의 서점

밤의 서점, 왜 당신은 밤의 서점인가요?

밤의 서점.

 사람들이 묻는다.

    Q. 심야에도 여는 서점인가요?

    A. 아니요. 밤의 서점은 늦어도 아홉 시에는 문을 닫습니다.

  
 어쩌다가 밤의 서점이 되었는가 하면, 이 서점을 만들기로 한 친구, 즉, 나와 내 친구가 여러가지 이름을 내 보다가 밤의 서점에서 아아 딱 좋다!고 일치한 것이다.

 밤은 내밀한 공간이다. 자폐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숨겨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낮의 공간에 익숙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들을 드러내야 할 때도 있다.  누군가는 그게 힘들다. (나도 사실은 그게 힘들다.)

 밤의 서점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그냥 용인되는, 이해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밤이 있다. 남들은 내가 쾌활해 보인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실상은 나는 정말로 우울한 사람이다.(믿거나 말거나!) 나는 자주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쾌활함을 가장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우울함을 메이크오버 하기 위한 전략이 과장된 쾌활함일런지도 모른다.

 곧 문을 열 밤의 서점에는 거짓이 없었으면 좋겠다. 균열을 말없이 받아들여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도 거기서는 우선, 내가 나였으면 좋겠다.

 

 십 몇년 전, 아현동 실내 포장마차에 들어간 기억이 난다.  그곳의 이름은 '밤안개'였다. 나는 이미 매우 취한 상태였지만, 이름이 너무나 맘에 들어  주인에게 물었다.

    

  "밤안개, 왜 이 곳의 이름은 밤안개인가요?"

 
 초로의 주인 여자는 눈썹의 문신이 파란, 작고 바지런한 몸매의 곱슬머리 여자였다. 그녀는 내게 반색하며 말했는데, 그녀가 나중에 자기 가게를 내면 꼭 이 이름을 짓기로 했노라고. 나는 그녀의 얼굴이 아직 기억이 난다. 아마도 그녀는 신산한 업소 생활을 정리하고 돈을 모아 자신의 가게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그녀는 많은 세월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테지만, 그것은 내가 관여할 바 아니고, 어쨌든 밤안개의 국수와 멍게는 말도 못하게 맛있었다. 그런데, 그 때 그 곳에서 나와 함께 술을 마시던 누군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당시 우리는 호감이 있었지만 새벽 밤안개에서 차마 손도 잡지 못하고 고백도 하지 못했다. 그 후 그에게 물었다. 그 때 왜 밤안개에서 내게 고백하지 못했느냐고. 그는  아무 말없이 그냥 웃었다.

 

 밤은 우리를 교란시킨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정말 무엇이고 싶은지 우리는 진심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한다. 하지만 어두운 날에는, 그리고 밤에는...우리는 우리의 심연을 돌아보는 것이다.  나는 밤의 서점이 우리 각자의 깊은 마음을 바라볼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한다.

(밤의 서점 곧 오픈합니다. 8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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