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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의서점 Aug 29. 2016

밤의서점은 서점입니다

밤의서점은 서점이라는 당연한 이야기

 얼마 전 떠오른 어릴 적 기억이 있다. 고향 도시에는 대형서점이 두 개 있었는데, 그것들은 당시 서점의 위상에 맞게 가장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두 서점은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하나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거리에 있었다면 다른 하나는 조금 안쪽에 있는 서점이었다. 나는 버스를 혼자 타고 다닐 나이가 될 무렵부터 조용한 곳에 위치한 서점에 다녔다. 토요일 점심때쯤 그곳에 가서 제일 사고 싶은 책을 하나 고르고 나머지는 거기서 다 읽고 나올 때쯤이면 해가 지고 있었다. 그때의 꿈은 서점에 한 달간 식수와 함께 갇혀 있는 것이었다. 그 마음은 약간 열에 들뜬 마음이었는데,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싶다는 파우스트 같은 욕망이기도 했고 내가 모르는 세상의 누군가에게 다다르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했다. 잊었던 기억이 밤의 서점을 만들면서 떠올랐다.

 서점을 시작한다니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다. 하필 이런 어려운 시기에...와 커피도 팔지? 인 것이다. 굳이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아도 책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책만 팔기로 했다.


어떤 가치를 지키겠다는 무슨 심오한 의미는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북스리브로의 종이백에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란 슬로건이 적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그 슬로건이 좋다. 멋내지 않은 말. 다시 가만가만 말해본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

 밤의 서점에 오는 사람들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서가를 느릿느릿 걸으며 책을 눈에 담고 알고 싶은 책의 첫 장을 열고 그 책과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면 좋겠다. 행여 와이파이 비번 같은 걸 물어보지 않으면 좋겠다. (실제로 밤의 서점에 공용 와이파이는 없다.) 책을 만날 때는 책에만 집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태어난 자체가(게다가 한국) 어쩌면 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망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밤의 서점은 잘 망하고 싶다. 개업을 앞둔 새벽, 잘 망하고 싶다고 말하는 주인이라니 우습지만, 오래오래 잘 망해가고 싶다는 것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멸종할 때까지 말이다.


(밤의 서점 드디어 오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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