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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Mar 05. 2024

농부는 아무나 하나

 내가 만약 농부였다면 富農은 못 됐을 거다.

'솎아내기'를 너무 싫어하고 잘 못 하기 때문이다.

삼실 창가에 그득한 화분들도 대부분 남이 버린 것들을 주워다 살려 놓은 것들이다.

 백하수오 씨방 하나를 털어 한꺼번에 발아를 시켰다가 비실대는 싹 하나를 따로 뽑아 컵에 심어 놓았다.

지금은 비록 연약하지만 일정 궤도에만 접어들면 4~5m 정도는 거뜬히 자랄 거다.

야생에서는 아마 도태됐을 지 모를, 생장이 더딘 저런 아이들에게도 왠지 관심이 가고 연민이 느껴진다.


아내의 말처럼, 내가 부실해서 고된 노동도 잘 못하겠지만, 거기에 더해 마음까지 약해서 귀농의 꿈 같은 건 애저녁에 버렸다.

다만 취미 삼아 이것저것 조금씩만 심고, 키우면서 즐거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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