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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시작한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나니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었어요.
오늘은
바로 답하기엔 구구절절해서 미뤄두었던
'질문'에 대한 긴 대답을 하려고 합니다.
출판사는 언제부터 생각한 거예요?
언제라기보단 만들고 싶은 책을 만난 적이 있어요.
아주 예쁘고 마음에 드는 책이었죠.
2013년 연말이었을 거예요.
박사과정 수업이 끝나고,
백수 아닌 백수의 기분으로 숨 막히는 대학 도서관을 뒤로하고
동네 있는 작은 도서관에 논문을 쓰려고 들락날락할 때였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2014년의 봄을 동네 도서관에서 맞이하고 있었죠.
그날따라
하릴없이 서가를 산책하듯이 돌아다녔어요.
봄볕은 따듯해져 가는데 제 마음은 시리도록 차가웠거든요.
박사-대학원 생활-지도 교수님,
이 모든 게 인터넷에 떠도는 말보다 더 심하던 때였으니...
삶의 모든 게
재미없었던 시간이었죠.
그렇게
동네 도서관의 서가를 걷다가
너무 예쁜 책을 한 권 만나게 됐어요.
책 제목부터
다 불타고 바싹 말라버린 재처럼
무미건조하던 제게
과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게 힘을 주는 듯했어요.
오래된 빛
ㅡ
나만의 서점
잘 읽히는 번역서는 아니지만...
제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이 있었어요.
펭귄책을 한 권씩
사 모으던 때가 있었다.
펭귄 책!
오래된 빛의 첫 장의 첫 문장의 끝맺음에 나온
펭귄 책이란 말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가 다 끝나고 만약에 내가 책을 만들게 된다면...
그리고,
오래된 빛처럼
고은 글도 그림도 넣어야지 했습니다.
이 책은 그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오래된 빛의 첫 장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 책을 만난 날,
출판사를 해야지 하는 마음이
펭귄 책과 함께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펭귄 책...?
이렇게 쓰고 보니
펭귄 책이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펭귄책 - 펭귄 북스는
영국에서 시작된 적은 돈으로 사 볼 수 있는
문고형 책을 시리즈로 출판하는 브랜드의 이름입니다.
무척 정감 가면서도
또 체계적으로 80년가량 이어져 오고 있는
멋진 시리즈 책 이랍니다.
작가를 하면서
부업이라면 부업이라 할 수 있는
출판사라는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쳐 맞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맞아요.
계획은 계획일 뿐일 때가 있어요.
인생은 늘 실전이고
꿈을 꾸는 것은 자유니까.... 누구나 꿈을 꿀 수는 있죠.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
조급하지도 나태하지도 않게
차분히 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