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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Jun 12. 2022

보라색 힐링여행 라벤더농장

정읍 허브원

전국 정읍시 구룡동 칠보산 자락 33만㎡ 규모의 허브원에는 40만주의 라벤더와 4만주의 라만딘이 가득 채우고 있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라벤더의 본고장 프랑스의 프로방스 그라스와 홋카이도의 도미팜을 섞어 놓은 정읍의 '허브원'은 라벤더가 만개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라벤더를 보고 싶어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데 국내에도 라벤더를 이렇게 실컷 원 없이 구경하고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길을 나서면 T-map에 지금 같은 곳을 가고 있는 차량의 대수가 나온다. 사람들의 생각은 나와 다르지 않다. 지금이 라벤더의 계절이다. 가장 더울 때를 찾아서 피어난다. 국내 주요 라벤더 농원은 거제의 지세포성, 고창 청농원, 6월 말경 포천의 허브 아일랜드, 강원도 고성의 하늬 라벤더팜 등이 있다. 


2022년 6월 12일 일요일에 방문한 내용이다. 홋카이도의 후라노 농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라벤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좀 더 성장해서 동네가 큰 라벤더 공원이 되어 우리 다음 세대에게 큰 힐링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 


매표소를 지나면 앞치마를 두르고 라벤더 꽃을 파는 곳이 오른편에 있다. 꽃다발은 한 묶음에 7천 원인데 티켓을 주면 현금으로 5천 원이다. 허브원 카페로 가는 길은 차량이 출입이 가능한 듯하다. 입장권이 있으면 카페의 메뉴가 20% 할인이 된다는 문구가 있다. 어디에나 갈 때는 물이나 음료수를 텀블러에 담아서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양산이나 우산을 앞에서 판매하기도 하지만 양산을 하나 챙기거나, 쿨토시나 모자를 챙기는 것을 잊지 말자. 또 햇빛 차단제를 꼭 바르고 가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무엇이라도 해야지 무작정 세수를 하고 길을 나섰다.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 씨의 책'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에도 아침을 맞이하는 태도는 단호하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책을 더 읽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에는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새로운 것을 흡수한다. 

비가 오지 않아서 땅이 마른 편이라 운동화는 조금 미끄럽다. 그리고 언덕길이라 길이 생각보다 편안하지 않다. 이곳으로 나드리 올 생각이 있다면 유모차나 나이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면 왼쪽 아스팔트 길을 가도 좋다. 다만 라벤더가 핀 골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닐이 덮어져 있기에 뾰족한 구두는 지양하는 것을 권한다. 여름 햇볕이 따가워서 햇볕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나 양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는 차량에 햇볕 차단제 크림을 한 개 정도를 두고 다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입장권을 끊어서 오른쪽 아래부터 걷기 시작한다. 아래가 기온이 높아서 먼저 피는 듯하다. 사진을 찍다가 옆에서 들여오는 말이 지난주는 아직 피지 않았는 데 신기하게도 이번 주도 많이 폈다고 한다. 그렇듯이 이곳을 오를수록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이 많다. 넉넉하게 다음 주나 다다음 주까지는 구경할 수 있겠다. 한 낮은 더우니 아침이나 저녁 시간이 더 좋을 듯하다. 그리고 점심시간 전후로 제일 많이 방문한다. 

자갈길들이 많아서 편편한 신발은 미끄러운 곳이다. 조심해서 천천히 다니는 수밖에 없다. 

어른들에게는 이 보랏빛 아름다운 허브가 매력적이고 좋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유는 벌이 너무 많다. 이 세상의 벌이 여기에 전부 나드리 나온 듯 잉잉 거리며 꿀을 따기에 여념이 없다. 자칫 어린아이들이 벌침을 맞을 수 있거나 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꽃 밭을 들어 가 앉아라고 하면 벌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그것이 고통일 수 있다. 많이 더우니 시원한 얼음물과 음료수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는 길마다 파라솔이 있어서 앉아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나는 혼자 왔기에 앉을 여유 없이 그냥 걸었다. 의식하지 않고 걸으면 향이 나지 않는데 꽃밭에 가서 코를 갖다 대면 향기가 난다. 반나절 동안 허브를 온몸으로 덮어쓰고 다닐 길이 힐링이다. 


오른쪽 아래를 건너면 메인 라벤더밭이 나온다. 지금이 그쪽 밭은 절정이다. 밭에 들어가서 촬영이나 포즈를 취할 수는 있지만 길이 편안하지 않아서 골과 골 사이를 넘다들거나 밭 끝까지 걸어가기에는 편안한 차림이 좋을 듯하다. 

위쪽은 아직 펴지 않았다. 영양분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가뭄에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해서 그런지 아래쪽 친구들이랑은 생존 상태가 좋지 않다. 모든 골 위에 마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서 수분을 충분하게 공급을 해주고 있었다. 흙의 재질로 보아 마사토로 물 빠짐이 아주 좋은 흙이다. 이곳을 선정해서 라벤더를 심은 이유가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가운데 보이는 큰 건물이 허브원이라는 카페이다. 카페가 하나뿐이다 보니 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릴 엄두도 못 내다가 밖의 의자에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오른편에 보이는 황토색 건물을 관리동인지 주인집인지 관리기들이 옆에 보관되어 있었다.

오른쪽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고인돌 모양을 따서 돌을 걸쳐두었다. 꽃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옆에 지나는 사람들이 뭐라 한다. 나의 생각은 꽃이 필 때는 어울리지 않는데 꽃이 지고 나면 또 다른 방문자들에게는 뭔가 볼거리 혹은 사진을 찍을 조형물들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읍의 구절초도 유명한데 여름에 이렇게 라벤더 농원이 장대하게 펼쳐져 수도권이나 전국으로부터 다시 이 지역으로 사람들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아이디어는 대단한 것 같다. 신안의 퍼플섬에도 라벤더가 활짝 피었을 것이다. 저기 언덕까지 계속 확대해서 심어 나고 있는 듯하다. 

위의 사진 모드는 인물 모드로 찍어 보았다. 일반 사진 모드가 아니라 인물 모드가 그래도 실물에 가깝게 잘 나온 것 같다. 날씨가 흐리면서 더워서 나들이 하기에 좋은 날을 아니지만 햇볕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오른쪽 언덕길을 끝까지 오르면 이렇게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은행나무인데 뿌리를 내리고 좀 더 자라면 약속의 나무처럼 우뚝 솟아져 있을 것이다. 

라벤더의 계절이 끝나면 찾아 오는 손님들도 이제는 이곳을 잊게 될 것이다. 그 여름의 자취를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곳을 다시 찾아 오더라도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가득하게 될 것이다. 미리 코스모스를 키우고 있었다. 꼭대기를 올라야 보인다. 끝까지 오른 사람에게 이 코스모스가 보이니 끝가지 올라 와서 코스모스와의 조우도 좋다. 

핸드폰을 코스모스밭에 두고 타이머로 사진을 찍으면 핸드폰 시점으로 부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핸드폰이 나를 찍어주는 시점이다. 

줄기차게 자신의 줄기를 차고 오른다. 그 줄기마다 꽃을 달고 있다. 

잘 자라는 허브나무는 걱정이 없다. 다만 옆의 나무들이 무럭 무럭자라는 동안에 무슨연유인지 제대로 자라지 못한 나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꼭 나와 같이 느껴져서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라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라나겠지만 얼마나 이 나무는 아파했을까? 더구나 이렇게 활짝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꽃을 피워나가는 옆의 꽃들을 바라볼 때라면 더욱 더 애처로와 보인다. 못자란 나무의 몫까지 더욱 잘 자라달라고 기도하는 듯 그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한다발의 허브를 구입했다. 물에 담그지 말고 꺼꾸로 매달아서 말려서 향기나 나온다고 한다. 

나오다 보면 라벤더 벌꿀을 판매하는데 허브원과 무관한 가게이다. 라벤더 꿀이 500그램에 인터넷에 3만원인데 여기는 10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라벤더 꿀을 인터넷에 한번 사서 맛을 보아야겠다.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는데 내일은 내일에 맡기자. 

노랑나비는 좀 처럼 보기 힘든 나비이다. 흰나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노랑나비 한쌍을 보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 날이다. 농사를 짓다가도 흰나비 대신에 노랑나비를 보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어릴 때 부터 부모님에게 들었다. 그런 희망적인 표시라도 있으면 하루가 힘이 나는 날이겠지. 오늘 하루를 산 것도 기적이었다. 

아직 여기에 간 적이 없는 분이나 갈 예정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나 눈요기라도 되면 하는 바람으로 글과 사진을 올려 봅니다. 좋은 구경이 되면 합니다. 가족이나, 연인, 지인들끼리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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