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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자뷰티 Dec 31. 2023

번외. 결혼 3년차, 좋다가도 미운건 똑같더라

치열하게 다투고 지금도 다투는건 매한가지! 

결혼 3년차가 되었다. 

이혼까지 고민하다가 어떻게 결혼 3년차가 됐는지의 이야기는 건너뛰고 갑자기 번외편이 등장했다.


얼마 전 결혼기념일이 지나갔다. 최근 바쁜 일로 둘 다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간소하게 케이크만 불고 지나갔다. 

급한 일들이 마무리되면 기념하리라 다짐하며 우선 케이크에 불만 붙이며 이것도 의미가 있구나 하고

넘어갔다. 


그 와중에 양가 부모님들의 결혼기념일을 챙겼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나는 양가에 적당한 선물을 보내두었다.

결혼기념일까지 안 챙기는 집들도 많지만 그래도 한 번 챙기다 보니 이렇게라도 안부 인사를 드리는게 맞겠다 싶어 급한대로 선물도 보내고 연락도 드렸다. 


막상 양가 부모님 모두 우리 결혼기념일을 챙기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에 서운해하기에는 양가 모두 좋은 분들이라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 


결혼 3년차가 되니 어떠냐고 물으면 예전보다 낫지만 그래도 미운 마음이 불쑥 올라오는건 똑같더라.


 1.결혼 3년차, 그래도 나아진 점!


우리의 신혼 초는 정말 치열했다. 나의 다이어리를 보면 내 분노와 고통, 남편에 대한 엄청난 미움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우연히 예전 다이어리를 보다보면 그런 내가 마냥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마저 든다. 지금이야 '뭐 저런 xx놈이 있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털지만 (물론 남편을 욕하는 건 나쁜 일이지만 속으로라도 욕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때는 그게 더 힘들었다. 그 순간의 아픔, 스트레스, 고통, 힘듬 등이 글귀에서 묻어나와 그때 고생한 나를 돌아보면서 다짐한다. 


남편과 이번 생에는 예쁘게 잘 살아보리라!

그렇지만 다음 생에는 옷깃도 스치지 말아야지 하고.


남편과 결혼하고 3년이 지난 후 그래도 나아진 점도 많다.


<싸우면 더 이상 언성을 높이거나 하지 않는다>

일단 싸워도 더 이상 남편이 심하게 목소리를 높이거나 혹여라도 위협이 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는다는 점. 당연할 수도 있지만 내 남편은 예전에 화가 나면 목소리를 엄청 높이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 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았었는데 참다 참다 못한 나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응수하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고, 부부상담도 받으면서 더 이상 그런 행동을 보이지는 않는다. 크나큰 진보다. 


<잔소리를 할 때 내 눈치를 보거나 예쁜 말투로 말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도 잔소리로 다투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지시하는 말투는 사라졌다. 지금은 나름 귀엽게, 조심스럽게 내게 부탁하고는 한다. 나도 당연히 내가 할 일이면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웅수하고, 만약 또 자기만의 기준을 강요하면 강하게 부딪히고는 한다. 그렇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진 건 맞으니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기다려준다>

나도 성격이 급하지만 남편은 나보다 성격이 배로 더 급하다. 

특히나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한해서는 더 그렇다. 

여기서 내가 화가 났던 건 내가 요청한 건 미루면서 본인 일만 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본인 마음에 들지 않은게 있으면 트집잡기 일쑤였다. 

결혼 3년이 지나고 내가 업무로 바빠지거나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고 얘기하면 남편도 기다려주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 역시 남편 다루는 법을 천천히 알아가기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2.그래도 좋다가도 확 뒷통수 때리고 싶은 순간은 일어난다


나는 남편을 평생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애인이라고 생각하면 서운하고, 회사 동료라고 생각하면 정이 없다. 

친구라고 생각하니 그 기준도 어느 정도 내려가고 제법 괜찮다는 생각마저 든다. 

친구란 존재가 어떨때는 좋다가도 서로 어느 순간 살짝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데 (물론 내 친구와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하루종일 붙어 있는 날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럴 때는 무조건 손절을 하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각자의 일에 충실하다보면 그 친구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나서 다시 만나면 반갑고 또 다시 즐겁다.


남편을 그런 친구로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 말을 언제 한 번 남편에게 전해준 적이 있었는데 남편은 본인이 '남편'이지 친구인게 못마땅한가보다. 

'남의 편'보다는 친구인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고 남편이야 어찌됐든 내 마음 속으로는 좋은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니 불만도 조금 누그러지고 기분도 나아진다.


물론 남편과 지내면서 우리는 지금도 다툰다.

그 다투는 정도가 신혼 3년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초반에는 거의 매일 치열하게 다퉈 고통스러웠는데 지금은 어쩌다 한 번, 그 어쩌다 한 번도 그냥 훌훌 툴고 그러려니 할 때도 많다. 그렇게 지나가다가도 확 자다가 뒷통수를 때리고 싶은 적도 몇 번 일어나고는 한다.


<고집쟁이에게는 맴매가 약이지만, 때릴 수는 없지>

남편은 자기 고집이 강하다. 물론 나도 나만의 고집이 있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좋은 게 좋은거다 하는 사람들끼리 만났다면 덜 다퉜겠지만 고집쟁이와 그 고집을 다 받아줄 수 없는 내가 만나니 다툴 수 밖에 없다.

어떤 분야에서는 그냥 네 뜻대로 해라 하고 내버려둘 때도 있지만 나 역시 물러설 수 없는 분야도 있다.


최근에도 자기 고집대로 하다가 금전적으로 머리 아픈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또 잘 해결해 나가겠지만 자기 고집을 부리며 내게 엄청나게 뭐라고 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민다. 결국 본인도 잘못을 인정했지만 참 쉽게 갈걸 저렇게 머리 아프게 갈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저럴 때는 친구고 자시고 확 어디 갖다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오빠 같은 넓은 마음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 바라는 건 사치인가?>

남편은 나보다 연상이다. 그럼에도 결혼 후 크게 연상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드물다. 

좋은 말로 귀여운 스타일이지만, 나쁜 말로 오빠답게 좀 먼저 져주고 먼저 따스한 한 마디를 보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다투다가도 결코 지기싫어서 버텨대는 모습이라든지, 본인이 잔소리를 할 때면 그러려니 해도 내가 잔소리를 할 때 나의 잘못을 잡아서 끄집어낸다든지 이런 모습을 보면 도대체 나이는 어디로 먹었나 싶다. 

다투면 그래도 내가 먼저 가서 손을 내밀려고 노력한다. 물론 내가 먼저 따뜻하게 말하면 본인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나도 그럴 때가 싫을 때도 있다. 


나도 남편이 먼저 와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길 바랄 때가 있다. 간혹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거의 100의 90은 내가 먼저 손을 내민다. 이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싶지만서도 참 저럴 때면 너무 얄미운게 사실이다. 


다 쓰지 못한 말들도 많다. 

둘다 맞벌이 부부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못 보다가 어쩌다 가끔 저녁에 보는 사이인데도 참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살기가 쉽지가 않다. 


가끔 다툴 때면 결혼을 선택한 내 선택이 잘못됐나 나를 타박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속이 쓰리다. 

그래서 그런 건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남편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듯 내 삶은 다양한 요소로 뒤덮여 있다. 

물론 남편과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는 환상의 짝꿍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아마 슬프게도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냥 남편도 내 인생의 수 많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즉, 그 외에도 중요한 것들은 많고 너무 하나에 몰두하는게 결코 나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도 기억하자. 


특히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란 존재>는 더 그럴 수 밖에 없다.

어떤 건 내려놓고, 어떤 건 맞춰가고, 내 삶에 다른 요소들도 챙겨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부부관계이고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며 끄적이는 결혼 3년차의 쓰잘데기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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