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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하는 킴제이 Sep 10. 2023

1년 동안 3개의 사업 테스트

강점검사를 했더니 나온 나의 강점들.

발상, 긍정, 전략, 행동, 개별화


아이디어가 많고 바로 어떻게 진행하면 될지 전략을 새워 사람들과 함께 액션을 취하는 걸 잘한다고 했다. 이런 사람의 특징이 머리가 빠르고 조급해서 현재를 만족 못 할 텐데 긍정이라는 키워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다.

4주간 코칭을 받았는데 그때 말씀해 주신 게 잘하고 있으니 한 번씩 자기를 인정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23년 8월 31일 슈퍼문이 뜬 날. 석촌호수에서 밝고 또랑또랑한 달을 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쉰다.


'그래, 킴제이 정말 너 잘하고 있어.'


알차게 잘 지냈다. 앞으로 뭐 하지 생각할 겨를 없이 하루하루가 꽉 찼다. 마음이 조급해서 달리다가 잠깐 걷고 있는 내게 지금 뭐 하는 거냐 물으며 재촉했었다. 돌이켜 보면 꾸준히 테스트를 해왔다. 미리 해봤기에 후회도 없고 나에게 안 맞는 부분도 빨리 알게 되었다.  22년은 일에 집중했고 23년 2월부터는 마음에 집중하고 있다. 

22년 무슨 일을 했더라 하고 강의자료를 만들면서 오늘 달을 보면서 읊어보니 아 정말 킴제이 너 진짜!


1년 동안 진행해 본 3개의 사업 테스트


01. 브랜드 기획 마케팅 대행

지역에 있는 브랜드를 만나 로고부터 브랜드 컨셉 기획, 마케팅 페이지까지 컨설팅해드렸다. 사업은 지르고 수습하는 거라고 했기에 해본다고 했다. 디자인, 마케팅 세일즈 업무를 했으니 큰 틀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이해가 되었다. 정부지원사업이라 1년 미만 업체와는 계약이 안된다고 했지만 자신이 있었다. 대표님께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낼 테니 지원센터랑 다시 이야기해보시면 제가 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됐다. 사업자등록증도 만들고 지원센터와 계약을 위해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어려운 단어들의) 서류를 우체국으로 보냈다.


줌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디자인 업무를 도와줄 분을 모셨다. 서로 배워가면서 해보자는 명분으로 했다. 각자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은 충실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길어졌다. 아 돈을 더 써서 경력자 분도 모셔야겠다 하고 섭외를 했다. 고민을 덜어가주셔서 속도가 더 빨라졌다. 결국 인력 투자임을 배웠다. 과감하게 인력에 투자해야 결국 지치지 않고 멀리 가는 법.


대행업무의 피로도를 극심하게 느꼈다. 디자인, 브랜딩 업무라는 게 객관적인 지표를 도출하기 어려우니 상대가 원하는 입맛에 맞춰주는 게 가장 좋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서로 손뼉 쳐주다 가고 불편한 구석이 생기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싶어 하는 심리를 관찰하게 되었다. 정부지원 사업을 많이 받으신 분이었는데 몇 가지 결과물을 조금 변형하여 그쪽에 제출하시거나 나와 계약하지 않은 내용들을 요청하였다. 물론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이니까 편하게 작업해 드렸지만 몇 회가 지나가니 요청하는 톤이 바뀌었다. 계속 요청하기가 민망하셨을 수도 있고.. 좋다고 했던 결과물들을 갑자기 휘어잡아 다시 제작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2개의 작업물이 나오는 건데 양쪽에 쓰시겠다는 마음을 읽었다. 피로도가 쌓이고 날이 서는 대화들이 오갈 때도 있었다. 순간 정신 차려 보니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갑질인 건가 싶었다.  사업가 친구들과 마케터들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이중계약에 문제가 많았다. 


기세가 한번 꺾이니 스스로도 실력에 자책했다. 사업하는 친구들은 진행내용을 보며 같이 화를 내주었고 나 또한 비즈니스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서로 맞지 않으니 이렇게 불편하게 서로의 시간을 갉아먹지 말고 멈췄으면 합니다'  사업하는 허대리님의 '사업가를 위한 작은 책'에서 허대리님도 사업하면서 쓴소리도 듣고 환불요청도 받았다고 하셨다. 그제야 위로가 되었다. 다들 겪는 일이구나. 그래 이 걸로 내 마음을 접을 수 없지. 


친구가 사업은 기세라고 했다. 그냥 못하겠다고 하라고 했다. 자기도 지금 전투력이 상승해서 다 싸우고 있다고. 이게 웃긴 게 그래야 말이 통한다는 말도 했다. 그런 건가? 맞다. 그리고 계약하고 잘 진행해 온 업체가 90%다. 단 하나의 불편한 돌멩이 앞에서 넘어질 뻔했다면서 그 돌만 쳐다보고 화낼 필요가 없다. 내가 걷는 길은 너무나 멋지기에 길도 구불구불하고 장애물이 될 바위들도 엄청나다. 그러니 가고 싶은 길을 가면 돼


대행업무는 상대방의 니즈를 잘 맞추면서 기세로 이끌어가야 하는 것

그러다 보니 잘 안 맞는 클라이언트와는 피로도가 강하다. 누가 잘하냐 못하냐가 아님 그냥 안 맞는 것

앞으로 계약의 꼼꼼함 강도를 엄청나게 키우고 클라이언트를 필터링할 예정


사업자 낸지 5개월 만에 큰 자리 연사에 오르는 신박한 기회를 얻었다...



02. 워케이션 프로그램 오픈

2022년 4월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새로운 트렌드를 보았다. Workation. 일과 여행을 합쳤다는 건데 이런 단어들이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했다. 관련 사업을 하는 대표님을 만나고 지역단체와 한국관광공사에 전화를 했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아보려고 연락했는데 직장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있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지금 한국 시장 워케이션 업체와 트렌드를 조사한 자료까지 보내주었다. 한 대표님은 킴제이처럼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사람이 없다며 아주 독특한 케이스라고 같이 협업을 하자고 하셨다. 제주 MBC와도 같이 다큐멘터리를 찍는 논의도 진행되었다. 몇 개월에 거쳐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대본이 정해져 있고 가이드가 있다는 점에서 최종 거절의 의사를 전했었다. 일단 여행하면서 살아보고 일도 하고 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이게 사업으로 돌아간다는 게 신기했다. 죽어가는 지역사회에 관계인구로 사람들을 데려오는 정책들이 활발해지는 시기. 지방 여행 프로그램을 새로운 단어로 정의하는 시점. 내 경험이 비즈니스였다. 


하나금융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에서도 워케이션 교육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지금은 지역사회 체험 프로그램 위주지만 실제 사람들이 워케이션 경험 후 계속할만한가? 의구심이 들지 않는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다. 테스트했던 모든 세미나와 강의가 바탕이 되어 노마드 워커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강릉에서 1등 먹고 전국 발표에서 우수장을 탔다. 타 팀에 비해서 내 전략과 논리는 정말 비약했는데 MVP를 해봤다는 점에서 점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첫 번째로 발표했었는데 다들 잘했다고 소름 끼쳤다고 해줬다. 고명환 저자의 책을 읽고 즐기자 여유로운 척하자 다짐하고 무대에 올랐다. 기세가 다였다. 이 사건은 내게 정말 큰 배움이 되었는데 첫 번째는 정말 기세라는 것. 좋은 내용은 기본인데 결국 일은 사람이라 그 사람이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함을 느꼈다. 전국에 잘하는 대표님들의 자료와 발표를 보는 황홀한 배움을 얻었다. 

발표자료 일부. 사업가지원 프로그램들어가서 진짜 엄청배웠다.
모든 과거의 기록덕에 또 새로운 사업을 해본다는게 신기하다.


실제 통영, 더휴일과 제휴를 맺어 통영으로 5박 6일 워케이션을 떠났다. 사람들을 모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이 심플하지 못하다는 고민이 들었다. 1-2회 하겠지만은 이걸 장기적인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결국 사람이 모이는 일이라서 리소스가 많이 들어갔다. 시간표 계획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맡아서 하다 보니 투자대비해서 얻어지는 돈의 구조가 아쉬웠다. 프로그램 전체 기획과 운영보다는 특별 초대로 강연을 한다거나 일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게 더 효율적인 비즈니스가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잘 모을 수 있는 능력을 발견했고 그들이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길에 내 실패사례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엄청난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도 강의와 특강을 진행하거나 원데이 프로그램을 오픈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사업은 일단 실행. 내가 사업가로 성공한다면 이게 큰 장점이 되겠다는 걸 느낌. 궁금하면 업체에 전화하고 기획해 보고 정말 많은 기회를 얻었음. 다음에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잘 해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비즈니스 구조는 명확해야 함 (어디서 돈을 벌건지) 가치 창출만 하다가는 지칠 수밖에 없다.

빠르게 실행 기획하고 곧 한국을 떠난다 생각하니 위임을 제대로 못 함. 장기 프로젝트와 인력관리 (고정비) 세팅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글이 길어졌다. 3번째는 다음에 적어봐야지..

3번째는 홈페이지 테스트까지 만들었는데 시장의 강력한 존재와 경쟁사를 스스로 괜히 의식하고 쫄아서 안하게 되었다. 잘되는 안되는 모르는건데 스스로 판단했다는게 아쉽다. 


배움의 연속이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든든하다. 정신없이 지냈다고만 생각했는데 한번 정리하니 스스로 대견하다. 그래도 킴제이 야 너 진짜. 이렇게 다 해봤네! 더 큰 맘먹고 해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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