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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디오 Jan 09. 2018

월요일세시 "월세",함께 일기를 쓰다

#남들과 함께 쓰는 일기 #일기에 관한 새로운 관점


경향신문 2018 2 .10일자에  소개된 월세 기사

새해 목표 3가지 단골다이어트(운동) , 영어공부, 일기(글쓰기) 정도가 아닐까?

어릴때 쓰기 싫던 일기를 왜 성인이 되서 쓰고싶어지냐고

하여간 청개구리 심보여 !!!!!!!!!!!

"일기 좋은 건 누구나 알죠!"
"글쓰기의 기본은 일상 기록이라던데..,"
"새해 목표는 언제나 일기쓰기 입니다 ㅋㅋ"

운동해야지와 마찬가지로 일기써야짓도 때가 되면 한번씩 도지는 고질병이다

약도 없어

좋은 거야 알g.. 실천이 어렵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기는 꼭 혼자 써야하나요?

일기 혼자 안 쓰면 잡아가나요?

엄마에게 혼나나요?

혼자 비밀로 써야한다고 헌법에 명시되어있나요?


'혼자'라는 단어에는  #의지박약 #작심살일이라는 해시태그가 따라붙는다

우리의 의지는 동네 북인가?

뭐만 하면 의지력 타령이냐!

내 의지 냅둬유 ~

알람이 있어야 기상을 하고,

데드라인이 있어야 일을마치는 것

우리는 태초부터 의지보다는 환경에 지배받아왔다


최근 우리 사회의 청개구리 심보 행보는 재밌는 현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했던 식사와 술자리는 혼밥과 혼술로 대체되고

혼자 읽었던 책은 함께 읽는 소셜 리딩으로 바뀌는 추세!

참 아이러니하다

청개구리 행동,

그것이 창의성이고 혁신성의 요체일까? (오호 개안은 괴변이네 ㅋ)



나는 2016년 3월 20명 정도의 단톡 방에 이러한 글을 올리게 된다

"월세"의 시작을 알리는 글이었다   


참여자들은 아사들(아름아름 아는 사람들, weak tie의 묘미는 이런데서도 발휘된다),

참여하기로 한 분의 지인 등

자신의 일상기록을 함께 기록해보자는 데 흔쾌히 참여의사를 밝혀주었다.

신기했다. 다들 일기에 대한 목마름이

갈증이 이리 컸더란 말인가?

서울 한복판에 일기 센터라도 박시장님이 만들어주셔야하는거

아닌가요?ㅋ


sns에서는 막 쓰기 찌질하고

글쓰기도 초보라 거시하고

여차저차 오픈할 수 없고

결국 가슴 쓰리고(3고)!

자신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일기어플이 있으나 그것 혼자하다보면

흐지부지병으로 어플이 투병생활에 들어가야한다 ㅉㅉ

에라이

엎을라고  어플이었던가 ?

각설하고



참여자들은

20대 신입사원 부터, 의사, 방금 백수가 된 카피라이터, 경단녀,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 동화작가, 전업주부,

대기업 부장님까지 직업도 나이도 다양했다

처음 시작은 20명 정도였는데 마지막 월세를 함께 해준 참여자들은 16명이었다

2016년 8월까지는 나님(월세받는 악덕 글채업자)의 이메일(copyjain@naver.com )로월요일에 보내왔고 물론 다음날로 넘어가기는 했으나 꼬박 보내왔다

2016년 9월에는 브런치 메거진을 통해 월세(https://brunch.co.kr/magazine/monday3pm)를 올렸다

브런치 작가가 되지 못한 분들이 생기고,

글채업자가 된 나님에게

메일을 보냈을 때는 뭔가 창피함이 없었는데 브런치 메가진에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참여자분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계속 메일로 보내고 싶은 참여자분들은 메일을 이용했다

납세자(월세라는 부제가 있기에 일기 참여자들을 납세자라 불렀다)들은 1년정도 납세의 의무를 다하였다!

납세의 의무를 다한 너님들 대단!


처음 시작할 때 흐지부지 될거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주로 글채업자의 월세알람은 매주 월요일 오전에 시작되었으며

그 독촉메세지에 꼬박 꼬박 월세가 들어왔다 ㅋㅋ

독촉이 뭐라고 다들 보내는지 ㅋ 우리나라 사람들 차캐!

글채업자인 나님의 알람, 단지 이거 하나로 참여자들의 일기가 수거되었다
내가 미처 알람을 하지 않았을때 참여자들이 챙겨주는 사태까지 ㅋ

카톡을 활용한 알람기능은 주요했고

자신의 일상기록을 함께 실천한 1년이었다

월세가 밀리면 찝찝해!
뭐 대략 이런 기분이었으리라
글채업자인 나님에게 일기를 납세하듯 하는 시스템


만약 2018년 새해부터 함께 쓰는 일기를 실천해보고싶다면

간단하지만 다음 표를 참고 하면 되실듯 하다

표라고 하기에 거창하고

위에다 쓴 기~~~~~~~~ㄴ글의 써머리!

아나로그형 어플 정도?ㅋ


친한 친구끼리

가족끼리 혹은 우리처럼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한번 시~~~~~~~~~~ㄹ 천 해보실까용?

2018년의 일기쓰기 목표가 조금 쉽게 이행될 수 있으리라

친구들, 가족, 동기, 직장동료 등 함께 일기를 쓰고 싶다면 이런형태를 참조하기 바란다! 나님마저도 이게 가능할지 몰랐던 1년간의 월세 실천이 가능했었다

다음은 월세 참여자와 그들의 1년 기록을 아주 짧게 소개해본다 (허가 득)


월세 참여자 소개 및 월세 일지 샘플

강카피 : 32세 싱글남.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했으나, 현재는 카피라이터.

          인생에 있어서 불운은 내편이라는 딥 다크 스타일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으리라

‘전지전능한 누군가 내게 한가지의 소원을 들어준다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처음엔 시간을 돌려 ‘네이버주식’과 ‘판교땅’을 사야겠다고 생각 했다.     

그러다가 사람에게 과거의 기억을 심는 능력을 얻어

걸그룹이 예전부터 절절히 짝사랑하던 남자가 나라는 기억을 심는 게

더 나을 것 같단 생각도 했다          

근데 이젠 그냥 편하게

'소원 100가지를 들어주는 게 소원' 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소원으로

99번째 소원을 빌면 다시 100가지 소원이

매번 자동 갱신되게 해달라고 빌 것이다.     

또 두 번째 소원으로는

혹 사회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지탄을 받을 위험요소가 있는 소원을 빌 경우

자동 체크해 대체 소원을 선정하는 조언 장치를 설치할 것이다.             

역시 사회도 기업도 소원도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PS. 글쓴이가 더위를 먹었어요.          


올리비아: 28세 싱글여성. 회사에서 마케팅 및 홍보업무를 하고 있으며, 일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음. 하필 월세를 시작할 때 남자와 이별 후 슬프고 상처받은 영혼 코스프레중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한 잔 주세요.”

“4,100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아 근데, 그거 주실 때 20,000원 짜리 텀블러에 담아서 벤티 사이즈 양으로 주실 수 있죠? 어차피 같은 아메리카노잖아요. 하하하하.”     

나는 분명 주5일 8시간 근무라는 잔에 이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담아 팔고, 그 책정된 값을 받았는데, 요구가 점점 바뀌더라.     

어차피 같은 ‘일’이잖아요. 하하하하.     


리닥터: 47세 닥터. 소소한 일상재미과 가족과의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네병원 지킴이. 1주일에 한 권 정도를 읽을 정도로 다독하나 글을 못 쓰는 약점이 있음. 그래서 월세에 참여하게 됨


개원초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요즈음. 월요일은 더욱 그러하다.사람은 그런가보다. 나태해지고 안일해지고 다시 긴장하고 불안해지고 안심하다가도 걱정되고 그런다.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요일을 만들어 놓은 것도 그런가보다


④리채 : 34세 싱글남. 현 ♡♡기획 카피라이터. 월세 참여 당시 회사릏 그만 둔 백수였음. 백수일지를 기록함           

 이것은 기록을 위한 기록.

백수가 되기 전 기록.

백수가 되어서의 기록.

그리고 아마 백수가 끝나고서의 기록이 되길 바라며.

백수되기 일주일 전, 월요일 3시의 기록     

지금 시각 4시, 형식적인 인수인계가 끝났다.

남은 시간은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다

이제는 내 책상이 아닐 책상에게

평안함과 안정을 주기로 했다.

이건 누구 주고 저건 누구 주고

고민하던 찰나.

본디 책상 위에 있지만

사실상 쓰레기가 반이라는 사실에,

그 쓰레기들에게도 자유를 주기로 했다.

작은 의식을 치르며

하나씩 심판의 시간을 가졌다

버려지느냐, 집으로 가느냐.

아무리 오디션 프로그램이 횡행한다지만

왠열, 내 책상에서도 공개심판이 이루어질줄.          

첫 번째 후보

김훈 저자의 "라면을 끓이며"

회사에서 생일선물로 받았던 책.

그런데 너는 언제부터 내 책상에 있었던지

먼지만 뽀얗고 사람 손 하나 안탄 책

새삼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

읽지는 않더라고 사람 손을 좀 타보라는 배려 점수 획득으로

生     

두 번째 후보

꽃, 정확히 말하면 시들지 않은 꽃

5년 전 회사동기가 퇴사하면서 두고 간 꽃

이 미친 꽃은 내가 관두기까지도 식지도 않았네.

그 생존력에 경의를 표하며 제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심.

生     

세 번째 후보

영양제

언제부터였는지.

몸엔 안 좋은 일을 하면서도

몸은 지극히도 챙겼다.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 사이트에서

관세까지 매겨가며 샀던 영양제들.

아쉽게도 유통기한이고 뭐고 간에

死          

네 번째 후보

이면지

언제부턴가 버리지 않고 쌓아뒀던 이면지

어차피 적혀있는 건 살지 못한 똥카피들이니

어디 좋은 곳에서 똥휴지로 다시 태어나길.

死          

다섯 번째 후보

선풍기

겨울이 되어서도 처분되지 않고 자리를 지킨건

내가 정신이 없었거나

일이 그만큼 많았던가

아픈 과거라 추억하며

死          

여섯 번째 후보

먹다 남은 허브차

이건 또 어디서 난건가.

한 때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우려 내던 아련한 기억이..

날듯 말듯 신원불명이라 너도 역시

死     

다섯 번째 후보

치약 칫솔

흔하디 흔한 소품이지만

필수불가결한 너의 존재와 생명력에

남은 일주일을 함께 하자며 시한부 의형제를 맺으며

조건부 生          

도살장의 소마냥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다른 물품들을 보니 마음이 아련하여

오늘 심판은 여기까지.

괜히 절대자가 된듯한 기분은

왜 회사가 때려칠 시점에 나는건지.

안타까워하며 남은 일주일동안

심심치 않게 추억할 물건들을 뒤로 하며

오늘의 백수관찰기 끝.


⑤ 이소령쵝오님 : 79년생 동화작가. 싱글남. 마음 속에는 변태 성향 가득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딱지 똥 이런 이야기에만 몰입하는 동화작가. 월세에 참여하면서 본인을 찌질한 일상을 한컷으로 매주 기록함   


⑥ 주노주노 : 49세 싱글남. 전직 광고대행사 광고기획자. 현재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탱자싸롱 마담”으로 여행객들의 영혼 낙시질 중      


비트겐슈타인          

주말 짧은 서울행을 마치고 월요일 아침 공항으로 향했다.

여행객 모드로 출근길 만원 지하철을 타 보니,

삶의 무게에 지친 소시민들의 표정이 적나라하게 들어온다.     

하나의 난자를 향해 쇄도하는 수 많은 정자들처럼

환승을 위해 우르르 몰려오는 군중들을 헤짚고

홀로 역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야청청 한 마리 연어같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저들에 비해 행복한 걸까?’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언제까지 제주에 살아야 하는 걸까?’     

아무런 물음도 남아 있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답변이 된다.

알 듯 모를 듯 비트는 스타일, 비트겐슈타인.     


⑦ 크리에이티브최 : 광고대행사 카피출신.월세 쥔장. 월세를 끝까지 받았던 악덕 글채업자


학교로 오는 동안

얼마 전에 아이 아빠가 된 탁댈(대리)이 생각났다

이제 정말 가장이 되었습니다

라는 카톡 메시지.

축하해줘야할 메시지였으나,

 목구멍 언저리에 걸려서 잘 넘겨지지 않는다       

탁댈 이전에도 같이 일을 했던  후배들의 아빠 소식을 들었었다

홍댈, 상환카피, 재흥, 재민 ...

싱글이었던 후배들이 하나 둘씩 아빠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늙었음의 반증이겠지만

또한

그들이 가장이 되었다는 소식에는

무게감같은 것이 첨부파일로 따라와서 그런지 ....

나도 모르게 애처로워진다


케케미 : 전직 광고대행사 광고기획자. 20년 경력. 이후 남편의 이직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아들 둘을 키움.


콩나물, 시금치 그리고 장조림     

우리집 앞에 옆집엔 John과 Lana가 산다.  John은 나와 같은 나이의 아들을 둔 할아버지이고, Lana는 영어발음이 독특한 에스토니아 출신 젊은 할머니이다.  존은 Legal Company에서 파트타임으로 여전히 일하면서 지역 라디오 방송까지 하고 있는 혈기왕성한 골수 공화당원이시고, 라나는 엑스레이 혹은 CT촬영을 하는 방사능 테크니션으로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 두 사람도 내게는 너무도 친절한 neighbor이다.  특별한 것은 김치를 너무 너무 좋아하는 미국인이라는 사실!

존은 손자 손녀가 없다며, 우리 승재와 운재를 너무도 이뻐해주고 내가 힘들어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없이 도와주러 우리 집을 찾아준다.  얼마전 존의 도움이 너무도 고마운데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고민 중이던 차에 식탁에 놓여진 반찬들이 눈에 들어왔고, 김치를 너무 좋아한다는 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오늘 각종 반찬을 싸들고 존을 찾았다.  고마움을 표현할 색다른 방법을 찾았다고나 할까…     


상규님 : 현재 대기업 부장님. 저녁 7시가 되면 테헤란로 근처에서 잃어버린 영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음.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


2016.4.11(월) 오후 3시.....맑은 테헤란로.

오늘은 다행이 대기가 맑아진 것 같다.. 몇일동안 엄청난 미세먼지 (이런 용어를 쓴 것이 얼마 되지 않으 듯 싶긴하다)로 인해

목구멍이 간질간하다는 느낌이 내가 아플 것 같다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행이다.. 맑고,,, 걷지만 않는다면.. 선선하기도 하다..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그리고 무척 비싸다는 H 건설사의 아파트형 주상복합 건물도 보인다..

얼마 전에야 비로소 알게되었다. 우리나라 토종 벛나무는 엄청 크다는 것으로...

선릉에는 벛꽃이 흐드러지게 펴있다..

우리가 거리에서 혹은 벛꽃 축제에서 보는 그런 "왜"를 상징하는 외소한 벛나무가 아니라,

정말 십여미터는 되보이는 장대처럼 쭉쭉 뻗은 벛꽃이다.. 이게 우리 꽃나무란다.


⑩세리박 : 일본어 동시 통역사. 현재  한국 외대 동시통역대학원에서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있음           

17년째 통역 일을 해왔지만, 이 놈의 일은 언제, 어디서, 어떤 주제이든 늘 나를 긴장시킨다. 두 시간 뒤면 시작될 회의, 지금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 속에서 전쟁 같은 평화를 맛보고 있다.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내 평생 공부할 일 없을 주제들. 매번 새로운 주제에 관해 수십 페이지, 때로는 수백 페이지짜리 자료를 읽고, 또 찾아보고, 공부해야 한다. 단 몇 시간을 위해 며칠 밤낮을 생소한 주제, 생소한 어휘, 생소한 데이터와 씨름해야 하는 일의 반복.

몇 년 전 어떤 사람이 나한테 그랬다.

“일이 편하시겠어요.”

‘편해 보이면 네가 해보세요.’

순간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산낙지 먹듯 꼭꼭 씹어 삼켰다.

세상 천지 편한 일이 어디 있으랴. 코 막히면 숨 쉬는 것도 힘든데.

친한 후배가 그랬다.

“우리 일은 순전히 통역사 개인과 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라 의사나 법조인들처럼 전쟁 상황이 외부에 보여지질 않아서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만 보나 봐요.”

한참을 끄덕였다.

내가 하는 일뿐만 아닐 것이다.

바깥으로 보여지지 않는 일들, 일 하는 사람 내부와 그 영역 안에서는 치열한 전쟁터가 펼쳐지고 있을 일들. 그것이 비단 돈으로 이어지는 일이든 이어지지 않는 일이든 무언가 일을 하는 사람과 그 일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⑪은숙: 엣지있는 컨셉을 뽑아 낼 줄 아는 20년차 광고쟁이. 현재 전업주부 코스프레중.  대치동 입성 3년차!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우리의 이야기와 주제는 끝이 없다.

시간이 부족한게 아쉴울뿐…

이렇게 고급지고 고차원적인 브레인들이

당장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뿐 …      

아니 사실 이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은

단언컨데 주부다.  

가장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존경과 박수를 받아야 한다.

매일 매일의 세끼 식사를 준비하고

중간 중간 간식을 챙긴다는 것은  

엄청난 창의력과 사고력 그리고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시간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부엌에 있는

모든 주부들은 위대하다.

나도 주부다.

좀 오래된 초보주부!!


 ⑫미학적인간: 뽀로로 채널을 만드는 컨텐츠 PD.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음. 입만 열었다 하면 칭찬대마왕.

천상 여자


201666

 

나이는 못속인다.

 

얼굴나이는 속일 수 있어도

취향나이는 못속이는 것 같다.

 

자연이 좋아지고,

꽃이 좋아지고,

나물이 좋아지고,

찌개가 좋아지고,

다큐가 좋아지고,

클래식이 좋아지고,

갓난아기가 좋아지고,

 

비싼 귀금속 보다 예쁘게 핀 꽃에 자꾸 눈이가는  저렴하고 소박한 취향.

있는척도 싫고

아는척도 싫고

있는 그대로 이정도인 나를  존중하며 살고 싶어지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오후.

꽃시장의 팔순은 족히 되어보이시는 할아버지 사장님께서 식물이 왜자꾸 죽냐는

나의 질문에 화들짝 찬물을 끼얹으신다.

"아줌마 꽃에 물만 디립다 준다고 사는게 아니예요. 제대로 알고 키워야 잘살지"

움뫄 청바지에 하얀티 운동화를 신은 내모습에 팔순 노인도 안속으시는구나...

하기사 이제 경로석에 앉을 나이가 머지 않았는데 "아가씨" 라는 호칭을 듣고 싶었던가?

오백원을 깍아달라는 실수가 할아버지에게 "아줌마" 확신을 드렸던것인가?

집에 오는길 나의 푸념에 남편이 허를 찌른다.

"아줌마!  얼굴나이는 속여도, 아줌마는 못속여요"


 니나팍 : 전직 카피리아터 이자 프리랜서, 현재는 구글 코리아 재직. 동화작가를 꿈꾸고 있음. 자신의 일상 기록에 일러스트를 더해서 맛깔스럽게 기록     

    

장마처럼 긴 마음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집에 있는게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출퇴근하던 시절,

비 오는 날 버스와 전철이 죽도록 타기 싫었는데

프리랜서의 야생 라이프의 좋은 점은

이런 날 마음껏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거다.      

얼마 전 연재를 시작한 포스트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동화작가 과제도 하고,

새로온 일거리의 브리프도 읽고.     

장마가 주는 나름의 여유(?) 속에서

바쁜 활기를 즐겼다.

이 에너지가 꿈틀대는 마음이

지치지 않고 이 여름 오래오래 가기를.


⑭Yellow big bear : 40대 대기업 마케팅팀 부장님. 광고 업무를 맡고 있음. 사진찍기대마왕, 미술 전시회 관람이 취미.  


으윽 이벽은!     

나사못이 들어가지 않고 자꾸 겉돈다.

어떻게든 집어 넣어보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니 구멍만 넓어지고 바닥에는 먼지들이 쌓이고 있다. 앞으로는 나가지 않는데….꼭 나의 요즘 생활 같다.     

매년 아트페어나 미술장터 같은 곳에서 미술작품을 하나씩 둘씩 소장하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물론 비싼 작품은 꿈도 못 꾸지만, 그림을 감상의 관점에서 쇼핑의 관점으로 전환하니 작품을 그냥 바라 보는 것만이 아니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따라서 전시회와 화랑을 다니는 것도 나름 즐거운 소일거리가 되어 버렸다.


⑮Claire; 인터넷이 뭔지도 모를 시절에 인터렉티브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행사에서 일함. 애견인으로써 유기견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음      

오늘 우연히 읽었는데, 하루 종일 맴도는 글귀가 있다.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 치지 않아도 이루어져요.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그냥 놓아주세요.

그러면 새로운 인연의 문이 열립니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


⑯박재 가로수길 광고대행사 차장. 아트디렉터. 가로수길 지나가다 가장 키큰 남자가 있다면 이 사람일 터


7/18(월)15:00 주식장 마감 시간. 에효. 인생마감하기 전에 그만둬야지.      


월세에 참여한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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