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행복론』 변화하는 미래사회, 개인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코딩 열풍이 뜨겁습니다. 특히나 교육계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영국의 경우 2014년부터 코딩 교육을 초중고 정규 교육 과정에 편성하고 그밖에 미국, 이스라엘 등도 코딩 교육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2018년부터 코딩 교육이 정규과목이 되어 의무교육이 진행된다고 하니, 어쩌면 앞으로 코딩을 할 줄 아는 세대와 할 줄 모르는 세대 간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벽이 들어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코딩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세상이 점점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겠죠. 기존에 인간이 수작업으로 하던 일들, 그리고 기계가 하던 일들마저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앞으로는 모든 사물에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시대. 그리고 그 사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서로 소통을 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그 모든 것들을 구성하는 기본 구조인 코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따라서 코딩은 앞으로 현재의 영어와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전 세계 사람들과의 소통 도구로서 영어가 중요했듯, 앞으로는 모든 IT사물들과의 소통도구로서 코딩이 유용하게 이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딩 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면 마치 마법사가 된 것처럼, 상상하는 다양한 것들을 컴퓨터를 통해 뚝딱 창조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코딩 교육을 받는 모든 세대가 코딩의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니고 반드시 코딩을 잘 해야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글로벌화 시대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 그만큼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죠. 또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딩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미래의 기회를 위해서,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코딩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해가 가지만 교육을 지나치게 코딩 중심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는 경계를 해야 합니다.
코딩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미래에 갖추어야 할 능력은 바로 창작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인공지능, 로봇 등이 인간이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앞으로 그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대체하기 힘든 능력들을 길러가야 하겠죠. 그 대체하기 힘든 능력 중의 하나가 바로 창작능력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이나 로봇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존의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예일대 컴퓨터 공학부에서 만든 ‘Kulitta’라는 프로그램이 기존의 곡들을 학습해서 새로운 곡을 작곡하고, 램브란트, 고흐, 뭉크의 미술 스타일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등 인간의 창작행위에 도전하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미래예보 <인공지능 예술을 넘보다> 편: https://www.youtube.com/watch?v=VAE_0RXjaZk
하지만 그 안에 창의성을 녹여 사람들에게 새로운 유용함, 아름다움, 즐거움 등을 제공하는 일은 아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하는 창작이란 상상, 기획, 엉뚱함, 통찰력 등의 요소들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서로 오묘하게 융합되어 만들어내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창작이란 것이 꼭 미술, 음악, 문학과 같은 예술적인 거창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창작이고, 요리를 하는 사람은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창작이죠. 그 밖에도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일, 사람들을 웃겨줄 개그 코너를 짜는 일, 새로운 운동법을 개발하는 일 역시 모두 창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듯 각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성을 표출하는 사회야 말로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죠. 게임을 하나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코딩뿐만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드는 문학적 창의성, 캐릭터와 배경을 만드는 미술적 창의성, 인간의 흥미를 유발하는 심리학적 창의성, 게임을 홍보하는 마케팅적 창의성 등 수많은 다른 영역의 창의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성을 표출하는 사회야 말로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형 인간이란 삶과 예술과 학문의 모든 분야에 정통한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들은 한 가지 분야에서만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들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과 같은 명작 예술품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투석기와 폭약을 제작하고 비행기를 구상하는 등 예술, 과학, 의학을 비롯한 다방면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미래에 필요한 인재란 이러한 르네상스형 인간이 아닐까요? 삶에 대한 이해, 예술을 통해 펼치는 자신의 상상력, 그리고 그렇게 쌓은 지식들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창작물. 이러한 모습이 바로 미래의 인재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한 가지 분야를 깊이 파서 그 분야의 마스터가 되는 것도 매우 훌륭한 일이죠.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변화도 크거니와 100세 시대라는 장수의 시대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일생동안 한 가지 분야에만 머물러 있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대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예술 창작능력처럼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기본 소양으로 갖추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가치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춘 르네상스형 인간이 미래에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고전 철학과 심리학을 20대까지 공부한 사람이 취미로 조각품을 만들고 있었다면, 30대에 사물인터넷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코딩을 새롭게 배워 예술 조각품처럼 멋진 사물인터넷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40대에 인공지능 로봇이 대중화될 때는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을 디자인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르네상스형 인재로 성장하는 일은 단순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죠. 누군가는 고작 30대에 배움을 멈추고 창작을 멈추기도 합니다. 나이 먹고도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일은 예술가나 작가 등 특정 직업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로 여기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100세 시대라는 장수시대를 생각해봤을 때, 만약 50세에 그림을 배운다고 해도 적어도 40-50년은 그림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창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늘어난 것입니다. 100세를 살아가며 삶과 예술과 학문을 두루 배우고, 그 지식이 한데 섞여 새로운 창작품으로 표출되는 일. 이러한 인생에 아름다움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