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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씨 May 21. 2021

당신의 선택에 건배!

[영화 리뷰]카사블랑카 Casablanca(1942)

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때, 과거 사랑의 상처를 뒤로 하고 카사블랑카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 분). 그의 술집에는 온갖 군상의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카사블랑카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통행증을 얻고자 한다. 카사블랑카에 있는 많은 유럽인들이 나치의 탄압을 피해 리스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가고자 하기 때문. 어느 날 '릭'의 가게에 그에게 사랑의 아픔을 주었던 '일자 란드'(잉그리트 버그만 분)가 남편인 '빅터 라즐로'(폴 헨레이드 분)와 함께 찾아온다. 나치에 맞서 싸우는 저항군의 지도자였던 '빅터'는 리스본으로 가기 위한 통행증을 구하고자 하나 통행증을 갖고 있던 '릭'은 '일자'와의 예상치 못한 만남에 혼란스럽다.






1942년에 개봉한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영화 <카사블랑카>는 가장 위대한 영화를 꼽을 때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처음 제작될 당시는 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때였고 전시 상황에서 이 영화는 미국인들과 연합국민들에게 전쟁을 독려하는 프로파간다 영화로 기획됐다. 단순한 프로파간다 영화였다면 그 이후로 나온 무수히 많은 영화의 홍수 속에서 잊혀졌겠지만 감독의 훌륭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명연기가 훌륭한 시너지를 이뤄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명화가 되었다.

사실 <카사블랑카>는 많은 우연이 겹쳐서 명작이 된 영화이다. 주연 여우인 '일자 란드'는 원래 잉그리트 버그만이 아니라 미셸 모르강이 캐스팅 물망에 올랐었다. 심지어 주연 남우 '릭'은 로널드 레이건이 할 뻔하기도 했다. 미국의 40대 대통령 레이건 말이다. 게다가 '릭'의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샘' 역할도 재즈 가수 엘라 피츠제럴드를 캐스팅하려 했으나 그녀의 바쁜 스케줄 탓에 돌리 윌슨에게 배역이 돌아갔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감독마저도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는 기획 단계에서 윌리엄 와일러 감독에게 연출을 맡길 생각이었으나 그가 갑작스럽게 입대해 버리는 바람에 까탈스럽고 비위 맞추기 힘들었던 마이클 커티스 감독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맡겼다.


이처럼 작지만 절묘한 우연적 선택들이 겹쳐, 단순한 전쟁 프로파간다 영화에 그칠 수도 있었던 <카사블랑카>는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과 그 안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릭'과 '일자'의 고뇌, 특히 인간적 욕망과 도덕적 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릭'의 마지막 선택이 이 영화의 주제를 잘 전달한다. 게다가 루이 르노 서장의 마지막 선택까지 말이다. 결국 인간은 죽을 때까지 늘 선택을 해야 하고, 올바른 선택과 그릇된 선택 사이에서 하나를 택하도록 강요받게 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다른 누군가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또한 개개인의 삶은 크든 작든 역사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선택은 우리 자신의 삶에만 영향을 미치고 마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삶에도, 역사의 방향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올바른 선택은 늘 중요하다. 그것을 알기에 '릭'은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다. 아무리 더 큰 뜻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태우고 떠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그의 심정이 어떨까. "당신의 선택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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