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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씨 Jun 14. 2021

훔쳐보기, 그 뿌리치기 힘든 유혹

[영화 리뷰]이창 Rear Window(1954)

사진작가 'L. B '제임스' 제프리스'(제프리 스튜어트 ) 카레이촬영 도중에 다리를 다쳐, 깁스를  채로 바깥출입은 하지 못한  자신의 아파트에서만 보낸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제임스' 카메라와 망원 렌즈를 이용해 건너편 아파트를 훔쳐보게 된다. 신혼 부부, 외로움에 찌든 노처녀, 병든 아내와 간병하는 남편  다양한 이웃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제임스', 그의 애인인 '리사 캐럴 프리몬트'(그레이스 켈리 ) 간병인 '스텔라'(텔마 리터 ) 못마땅해 하지만 '제임스' 급기야 망원경까지 동원해 이웃 아파트를 훔쳐본다. 그러던 어느  병든 아내를 간병하던 '라스 쏜월드'(레이먼드  ) 새벽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번이나 나갔다 오는 것을 보게 되고  뒤로 그의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제임스' '라스 쏜월드' 아내를 살해했을 것으로 의심하는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을 꼽을 때 항상 거론되는 앨프리드 히치콕은 코미디나 드라마 영화도 연출했지만,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그의 별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서 탁월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현재의 그의 평가를 만들어 준 영화 <싸이코 Psycho(1960)>, 일부에서는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Citizen Kane(1941)>보다 뛰어난, 역대 최고의 영화라고 평가받는 <현기증 Vertigo(1958)> 등을 비롯해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1959)>, <새 The Birds(1963)> 등의 걸작 스릴러 영화들을 보면 왜 그가 그러한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다. <이창>은, <현기증>, <싸이코>와 더불어 엿보기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이고, 가장 적극적으로 관음증을 다룬 영화이다.


모든 인간은 타인을 '훔쳐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지상파 예능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장르는 '오디션'과 더불어 '관찰 예능'이다. 리얼리티를 표방한 '관찰 예능'들은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출연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말이 좋아 '관찰'이지 사실상 '훔쳐보기'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훔쳐보고', 셀럽의 연애나 결혼 생활을 '훔쳐보고', 유명인 아이들의 일상(?)을 '훔쳐보고', 심지어는 일반인(?)들의 짝짓기마저 '훔쳐본다'. 이러한 예능들이 모두 다 흥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훔쳐보기' 예능의 바람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 트렌드의 내면에 인간의 '훔쳐보기'의 욕망이 있다.


<이창>의 '제임스'는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채 무료하게 집에만 있는 동안 이웃들을 훔쳐본다. 그러다 점점 훔쳐보기에 중독이 된다. 여자친구인 '리사'와 간병인 '스텔라'가 그의 행위를 비난하지만 '제임스'는 훔쳐보기를 중단할 수 없다. 물론 그 와중에 '라스'가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몰래 처리하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기는 한다. 하지만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만으로 '제임스'의 행위를 옹호할 수 있을까?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 특히 스마트폰 덕분에 거의 모든 국민이 최소 한 대 이상의 카메라를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세상에서 '제임스'의 행위는 더욱 더 섬뜩하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파라마운트의 17번 세트 안에 31채의 아파트를 제작해 이 영화를 촬영했다. 이 영화의 아파트는 각각의 죄수들이 생활하는 감옥과도 같다. '제임스'는 다른 세대와 고립되어 단독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훔쳐보는데,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원형감옥인 파놉티콘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간수와 같이 보인다. '제임스'는 하루 종일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지만 아파트 입주자들은 '제임스'가 자신들을 훔쳐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인구의 과반이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더욱 소름돋을 만한 부분이다.






<서스펜스의 대가> 앨프리드 히치콕의 능력은 탁월하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제한된 공간에서 스토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촬영과 편집 등으로만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낸다. 게다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 대해서도 탁월한 묘사를 보여준다. 훌륭한 맥거핀의 사용은 기본값! 거기에 잘생긴 제프리 스튜어트와 아름다운 그레이스 켈리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점은 덤이다. 히치콕의 영화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작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점점 더워지는 계절에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끼고 싶은 영화팬에게 이보다 좋은 영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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