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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씨 Feb 02. 2024

어머니의 헛헛함

뒤늦게 깨달은 어머니의 마음

젊었을 때 간혹 친정에 들르면 외할머니께서는 어머니께 하루만 자고 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당신의 남편과 우리 두 형제가 마음에 걸리셔서 늘 바쁘게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한다. 하루 정도 외할머니와 자고 오는 것이, 하루 정도 세 부자의 밥을 챙기지 않는 것이 마치 세상이 멸망할 일이라도 되는 양 붙잡는 당신의 어머니를 뿌리치고 돌아왔을까. 그렇게 청을 뿌리치고 돌아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는 외할머니의 속은 어떠셨을까. 그때의 외할머니보다 더 나이를 먹은 어머니는 그 생각만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



며칠 전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목포의 교회에서 부목사로 목회를 하고 있던 동생이 익산의 교회로 옮긴다고 했다.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들은 목포에 살았지만 동생이 목회 일로 워낙 바빠서 자주 보지는 못했다. 게다가 속정은 깊지만 겉으로는 무뚝뚝한 동생은 부모님께 연락을 자주 드리지도 않았다. 그런 막내아들이나마 타 지역으로 옮겨간다고 하니 당신의 마음이 무척 헛헛하셨나 보다.



"내가 시집와서 첨엔 같은 영광에 살았잖여. 그러다가 목포로 이사간다고 한께 느그 외할머니가 그라셨제. '이제사 너 시집 보내는 것 같다.'라고. 지금 내 맘이 딱 그런당게."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이 그 입장에 처해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다정하고 살가운 맛 없는 아들놈이 어머니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어찌 이해할 수 있으랴. 전화기를 들고 바라본 햇볕 화창한 창밖 풍경조차 잿빛으로 보이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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