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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씨 Jan 07. 2023

정치적 올바름의 올바른 예시

[영화 리뷰]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Shape Of Water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한창이던 1963년, 볼티모어의 정부 소속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근무하는 '엘라이자 에스포지토'(샐리 호킨스 扮). 그녀는 고아 출신이자 언어 장애를 갖고 있다. 어느 날 그녀가 일하는 연구소에 정체불명의 '양서류 인간'(더그 존스 扮)이 붙잡혀오고 연구소의 책임자인 '리처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扮)은 냉전과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이기기 위해 '양서류 인간'을 학대하며 연구를 하려 한다. 하지만 '양서류 인간'과 접촉하며 그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생긴 '엘라이자'는 그녀의 동료인 '젤다 풀러'(옥타비아 스펜서 扮), 절친한 이웃인 '자일스 건더슨'(리차드 젠킨스 扮)과 함께 '양서류 인간'을 탈출시키려 하는데...






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2017년에 내놓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그의 전작인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하 판의 미로)>와 비슷하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성인용 동화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우울한 분위기의 <판의 미로>보다는 밝은 느낌이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사람이라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양서류 인간'은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이용하여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자들은 '양서류 인간'을 거의 고문하다시피 가혹하게 다루며 그의 능력을 연구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도 마찬가지여서 '양서류 인간'의 능력이 불안해지자 연구소에 미리 잠입해있던 '로버트 호프스태틀러' 박사(마이클 스툴바그 扮)를 이용해 '양서류 인간'을 죽이고자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대상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심지어 죽일 수도 있는 비정한 인간들이다. 그에 비해 '엘라이자'와 '젤다', '자일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양서류 인간'을 탈출시키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사람이 현실에서 소수자라는 점이다. '엘라이자'는 장애인이고 '젤다'는 흑인, '자일스'는 동성애자이다. 기예르모 감독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면서도 개연성을 해치지 않는 것 말이다.






영화의 주제를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최근 많은 문화 컨텐츠들, 특히 디즈니에서 만드는 컨텐츠들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tness 이하 PC)와 관련하여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 자체는 바람직하고 우리가 꾸준히 성찰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왜 많은 이들이 영화나 시리즈 상의 PC를 비판하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개연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나 시리즈가 서사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장르인 이상 개연성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PC와 관련하여 비판을 받은 작품들을 보면 PC를 위해 개연성을 가볍게 무시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에 비해 <셰이프 오브 워터>는 아주 흥미롭고 그럴싸한 이야기를 통해 PC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이솝 우화가 왜 거의 3,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이 있을까? 이야기가 가지는 매력을 십분 발휘하기 때문이다. 주제를 돌려 말하면서 강렬하게 전달하기. <셰이프 오브 워터>의 주제는 단순하다. 우리가 우리와 다른 존재들, 예를 들면 소수자나 다른 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정치적인 주제를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아주 고급스럽게 전달한다.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백 퍼센트 활용한 것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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