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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씨 Mar 29. 2024

부족했다고?

심상정 후보님, 이제 그만 하시죠.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전 축구국가대표 이영표 씨가 해설자이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했던 말이다. 진정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서 참석한 대회에서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험은 그 전에 이미 쌓고 월드컵에서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공식 선거일이 시작되자마자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시 후보는 부족했다는 문구 앞에서 큰절로 지역구민들에게 사죄했다. 심상정 후보에게 묻고 싶다. 본인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면 국회의원 선거에는 왜 또 후보로 나오셨는가? 무슨 염치로 부족한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인가? 본인이 부족하다는 걸 자인하셨으니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그 동안 지지해 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도리가 아닐까? 경험이 부족한 스포츠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면 예선에서 탈락하거나 메달을 따지 못하는 정도의 문제만 있겠으나 부족한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되거나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와 국민들에게 그보다 큰 해악이 어디 있을까?






사과는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부족했다며 큰절을 올리는 심상정 후보는 무엇이 부족했다는 것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본인의 아집과 독선으로 소속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한 석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을 상황이니 그 참담한 심정이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뒤늦은 사과마저도 두루뭉술하게 "부족했습니다"라는 짤막하고 추상적인 문구로 넘어가려고 하니 과연 사죄의 큰절이 과거에 그녀를 지지했으나 돌아선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심상정 후보는 부족했던 게 아니라 잘못한 것이다. 부족했다는 것은 열심히 했으나 능력 등이 달려서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심상정 후보는 진보정당 소속으로 당대표를 지냈고 3선 국회의원이며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으나 대통령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한 유력 정치인이다. 그런 그녀가 중요한 정치적 상황에서 그른 선택으로 본인과 소속정당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주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것을 잘못이 아닌 부족했다고 말한다면 애초에 그녀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주워담을 수 없지만 이제라도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다면 그리고 그것을 사죄받고 싶다면 이번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어야 하지 않나.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유력정치인의 노욕을 보니 권력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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