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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Jun 21. 2023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입 밖에 오랫동안 꺼내지 않으면(...) ‘좋아하는 마음’이 죽어 버린답니다.”


일본 드라마 <귀에 맞으신다면(お耳に合いましたら)>의 주인공이 듣던 팟캐스트에서 나온 말입니다. 식품 회사에 근무하는 그녀는 퇴근길에 체인점 음식을 테이크 아웃해 혼자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이 말을 듣고 난 뒤 그녀는 큰맘 먹고 팟캐스트 방송에 도전해요. 좋아하는 음식을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먹으면서 힘차게 그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당장 일본으로 날아가 어느 체인점에 들어가고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의 에너지는 그 자체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입밖에 오랫동안 꺼내지 않으면 감동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마음이 뭔가가 좋다고 느끼는 감정조차 없애 버린다는 거죠. '좋아하는 마음'이 죽어 버린답니다. 불평불만은 늘어놓기 쉬운데 좋아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는 생각처럼 꺼내기 쉽지 않아요. 살짝 민망+부끄럽고, 뱃속이 간질간질해지거든요. 하지만 이 말을 듣고 나니-마음이 좋다고 느끼는 감정을 없애버린다니요- 더 부지런히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논문을 봤을까요?

벌써 두 번째 시즌의 마지막 뉴스레터입니다.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요. 제자리 뛰기를 하며 잠깐 숨을 고르고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는 새로운 논문을 소개하기보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다룬 논문들을 한 번 더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해봤습니다. 


사회이슈와 엮어 사회적경제 영역의 논문 또는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려 했는데요, 아무래도 제 관심사를 중심에 두고 자료를 찾다 보니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법·제도, 민주적 조직 운영(리더십), 지역과 연대 등을 주제로 삼고 있는 자료들을 주로 읽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분들께서 관심 갖고 있는 주제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각자의 배경과 관심사에 따라 사회적경제를 좁고 또 깊게 파고 들어가면 그동안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뭔가를 ‘발견’해내는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교적 최근의 자료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주로 2020년~2022년에 발행된 논문과 연구보고서를 찾았는데요, 때론 2000년(Leadership strategie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 case study of Suma Wholefoods)과 2004년(협동조합의 혁신논리와 발전잠재력에 관한 연구), 2007년(어느 농촌운동가의 생애와 1950~1960년대 농촌근대화운동) 발행된 논문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구조에서도 변함없는 것은 그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데 제 몫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바람이 아닌가 싶어요. 그 바람을 협동조합이라는 틀에 얹혀 사업으로 또 활동으로 구체화하고 엮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항상 관심을 갖게 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들이 그동안 저희가 살펴본 텍스트에 담겨 있었는데요, 그 점들을 선으로 또 면으로 이어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은 어떤 논문이 그 ‘점’이 될 수 있을까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그 자극!

지난해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의 인터뷰를 며칠 전 봤어요. “자극적인 것에 약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이야기하는 그는 연구에만 몰두하기 위해 “일상을 깨뜨릴 수 있는 자극은 거의 피”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제도, 그제도, 일주일 전에도, 지난달에도 갔던 똑같은 식당, 똑같은 메뉴”를 선택하는 거죠. 연구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일상을 컨트롤 하는 것, 와,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역시 이만큼의 자기 절제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거겠죠...)


저는 '자극'에 약합니다. 약하다 못해 이리저리 휘둘리죠. 적당한 산만함이야 창의력에 좋다지만, 너무 과하면 부족하니만 못한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나만 빼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막연한 불안감에 안절부절못하곤 해요. 밖에서 들리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항상 귀가 쫑긋합니다. 그렇게 온갖 뭉치(..)를 모읍니다. 외부로 향한 예민한 감각을 조절하기 어렵다면,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직접 이야기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지금'의 꺼리들과 소셜 섹터를 연결해보는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면 애정을 갖게 되잖아요. 더 들여다보게 되고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요. 논문이나 연구보고서가 그때 좋은 ‘밑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어디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찾아보는 일은 생각보다 귀찮고 여기서 나아가 ‘읽는’ 것은 더 품이 듭니다. 그래서 같이 읽고, 읽고 난 뒤의 생각을 나누는 모임을 사람들은 만들어요. 그렇게 동기부여를 하는 거죠. 제겐 ‘오늘의논문’이 꼭 그런 역할을 합니다. 지난 작업물들은 모두 생각하기-읽기-다시 생각하기-쓰기-생각하기(...)라는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이 과정을 맴맴 돌아서 만들었습니다. 결국, 어딘가에 마침표를 찍긴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도 되는지 매번 의심합니다. 많은 일이 그렇더라고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주어진 자원(시간, 돈 등)의 제약으로 끝맺음을 합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다음 시작의 밑거름으로 삼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느낀 아쉬움도 부디 어딘가의, 어떤 일의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내봅니다.


‘오늘의논문’에서 다룬 논문을 리스트업했습니다.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링크도 일부 수정을 해두었어요. 그리고 하나 더, 함께 읽으면 좋을 사회적경제 영역의 논문/연구보고서를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내용 추가하실 수 있습니다. 잠깐 쉬어가면서 느슨해질 수 있어 기름칠하려고 해요. 같이 살펴보면 좋을 자료를 리스트에 적어주시면 그 내용을 참고삼아 열심히 기름칠하겠습니다! 


함께 사회적경제 재미난(..) 논문/연구보고서 리스트업 만들어요.


큰 걸음은 내딛지 못하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움직여 보려고요. 사소한 일에서 변화가 시작되길 꿈꾸면서요. ‘오늘의논문’은 이번 회차로 시즌2를 마감합니다. 열심히 쉬고 돌아오겠습니다.





2022년 8월부터 격주로 발행 중인 <오늘의 논문> 뉴스레터의 내용을 다시 싣고 있습니다.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

https://diveintocoop.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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