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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Aug 08. 2023

분노의 정류장

출퇴근 길에 한강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강남과 강북을 가로지르는 한강다리 22개 중에 한강대교를 건너는 사람 말이다. 

*서울시 내에 있는 다리는 22개이며, 서울시 외에 있는 다리는 4개, 시와 시를 연결하는 다리는 5개로 총 31개라고 한다. 


출근길, 버스가 오면 한숨을 쉴 여유도 없다. 가방을 앞쪽에 메고, 버스 앞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을지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을지 찰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뒷문으로 타면 안 된다고? 아침에 버스 한 번도 안 타보셨나 이거 왜 이러시죠? 뒷문이라도 열리면 감사합니다~ 하고 냅다 뛰어들어가야지 거기서 움찔하면 안 된다. 그렇게 깜빡 버스 한 대 보내고, 다음 버스가 온들 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단 타야 한다. 




노들섬 정류장은, 뭐랄까 분노의 스폿이다. 버스 안엔 사람들이 (맛있는) 크로와상 결처럼 쌓여 있다. 차곡차곡. 얼굴에 표정이 없다. 그 겹겹이 쌓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휴대폰을 보느라 정신없다. 나는? 나도 마찬가지다(...) 


버스 손잡이를 제대로 잡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붙잡을 것을 찾아 허우적거린다. 제발, 제발 여기서 사람들에게 부딪히며 내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그저 조용히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고 싶을 뿐이야. 그런 마음으로 한강대교에 다다르면 문제의 그 정류장이 기다린다. 강변북로로 빠지려는 차량이 거의 언제나 줄 서 있는 그 오른쪽 도로 말이다. 그 틈새를 곡예하듯 들어가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의 능력에 리스펙을 던지지만, 아니 그러니까 거길 꼭 가야 했냐??? 아무도 타지 않아. 아무도 내리지 않아. 하지만 정류장이니까 가야만 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분노하고야 만다. 

+ 맞아요, 당연히 필요한 버스 정류장이고 그래서 있어야 하지만, 출퇴근 길엔, 아니 적어도 출근길엔 그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단 말이죠. 저는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합니다...


한강다리 근처에 오면 버스 부저를 이미 누르는 사람과 그 문제의 정류장(!) 근처에 와서야 부저를 누르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사람은 이미 노들섬 정류장의 악명(..)을 익히 아는 사람일 터, 함께 만원 버스에 올라탄 모두를 생각해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일찌감치 부저를 누른다.  그렇게 버스는 한강다리에 들어선 순간부터 선택을 한다. 노들섬 정류장을 거칠 것인지 아니면 지나쳐갈 것인지를 말이다. 


결국 참지 못하고 서울시 응답소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그 귀찮은 회원가입도 이 분노를 멈출 수 없었다. 가장 분노가 가득할 때 해치워야 한단 생각뿐이었다. 분노의 타이핑을 하며 글을 썼다. 블라블라 어쩌고 저쩌고. 민원이 접수됐다는 문자를 받고 나니 뭔가 뿌듯한 동시에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아 또 소심한 성격인데 말이야. 


민원 답변을 받았다. 조마조마했는데 답변이 왔다. 하지만 이게 뭐야 챗지피티가 답변했나? 어딘가 묘하게 기계적인 응답에 솟구치는 짜증과 분노는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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