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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Feb 26. 2024

우리만의 리그일까요?

긴긴 겨울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예상했던 것처럼 아니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2024년을 시작하셨나요?


다시 뉴스레터를 준비하며, 디자인도 바꾸고 어딘가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말이죠... 머릿속으로 생각을 잔뜩 하다 이내 지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틀을 고스란히 그대로 가져왔어요. 머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바쁘게, 부지런히 손발부터 움직여야 한단 삶의 진리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시즌 4라니! 이렇게 얼렁뚱땅 ‘시즌’이란 이름을 붙여 뉴스레터를 보내도 되는 것일까 매번 시작할 때 스스로 묻습니다. 하지만 일단 또 저질러 봅니다.


해파리는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합니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죠. 명쾌한 답이 있다면 좋을 텐데 삶이란 더듬더듬 짚으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긴 여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오늘의 논문>도 그렇게 소셜 섹터 언저리를 떠돌며 갖게 된 질문의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정답이 없기에 더 쉽지 않지만요.

@도대체 글그림,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들리는 소식 하나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을 만큼 묵직한데 뉴스가 뉴스를 덮는 매일매일이죠. 그러다 보니 최근의 뉴스도 아주 오래전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생활의 중심을 바깥에 두면 시간의 변화가 빠릅니다.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를 중심으로 타임라인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발을 디디고 있는 현재를 중심으로 생활해야겠단 다짐이기도 합니다. 내 안에서 지속할 힘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바깥에 휘둘리게 되고 그럴 때 스스로를 소모품처럼 느끼게 되니까요. 그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거죠.


이런 새해 다짐을 했는데 벌써 2월입니다. 이럴 수가! 정신없이 하루를 쳐내듯 지내다 마음의 여유를 얻어보겠단 핑계로 방탕(?)하게 하루를 보내고, 이 패턴으로 며칠을 보내니 2월입니다. 그러다 마음을 다시 먹게 됐는데요, “기록을 하면 지나간 시간이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경험을 통해 발생한 지적 산물이 몸에 남게 되는 거죠. 저는 이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을 ‘기록형 인간’이라고 부릅니다. 기록형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삶을 기획할 수 있게 됩니다”라는 글이 다시 마음을 다잡게 했습니다.


기록이 모든 것의 정답은 아니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뾰족하게 다듬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단 기대가 있어요. 나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직접 쓰며 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내 안의 리듬감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죠. “기록을 지속하면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물론 그걸 알았다고 해서 바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이 역시 메모와 기록이 동반돼야 그 기술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때론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이, 사실은 기록 속에 담겨 있지 않을까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좀 억지스러운 연결일 수 있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기록은 중요합니다.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철학, 일하는 사람의 태도 등 꾸준히 쌓아두고 알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끼리 좋다고 이야기하고 끝내는 건 아니죠. 얼마나 잘하고 있고 또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알려야 합니다.


그렇게 기록을 잘 활용하고 있는 곳들이 많을 텐데요, 눈에 들어온 곳이 ‘귤메달’입니다. 귤메달은 이름 그대로 귤을 파는 브랜드입니다. 귤이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요? 전국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은 과일이 귤입니다. 작은 스크래치라도 나면 시장 상품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상처 난 귤은 헐값에 주스 공장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제주도는 섬이니 다른 곳으로 보내 활용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귤메달은 금메달에 귤을 더한 이름을 달고, 이름 그대로 최상의 시트러스만 취급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브랜딩을 합니다. 귤메달은 특히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귤메달 자체 인스타그램을 통한 홍보뿐만 아니라 대표, 마케터의 일상 역시 브랜드와 연결해 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이 귤메달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죠. 기록은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기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렇게 우리 조직을 기록하면서 우리의 언어를 구성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또 정체성이 될 테고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는 꾸준히 사회적기업을 지원해 왔습니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왔죠. 이윤 추구와 사회적 목적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고요. 그런데 사회적기업은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22.8%, ‘들어본 적은 있으나 무엇인지 모른다’는 응답 비율은 38.2%입니다. 전체 응답자의 약 61%가 사회적기업을 잘 모르고 있다고 응답한 셈입니다. 왜일까요?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는 여전히 ‘우리만의 리그’에 불과한 것일까요?


오늘 읽은 논문은 <대학생들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및 취창업 의향에 미치는 영향(2023)>입니다. 논문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대학생 1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묻습니다. 응답자들은 사회적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상당 수준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5점 만점에서 3.77점),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지도(3.17점)와 흥미(2.97점)는 떨어집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수록 구매의향 확률은 낮아질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연구자들이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기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인지도 초기 단계에서는 호기심을 갖고 제품을 구매하게 되지만, 이러한 초기 단계의 구매가 제품의 품질 및 사회적기업에 대한 신뢰와 꾸준한 고객 확보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으로의 취업 또는 창업을 준비해 봤다는 비율은 4.63%로 매우 낮았습니다. 하지만 약 26%의 응답자가 사회적기업에 취업 또는 창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니 앞으로의 가능성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겠지요. 참, 사회적기업의 사회 기여도에 대한 인식은 취·창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홍보가 그동안 많았지만, 청년들의 유입이 유의미하게 크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까요? 사회적기업 그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할 텐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요?


한편, 연구자들은 추가로 사회적기업으로의 취업 또는 창업을 꺼리는 이유를 확인했는데요, 1) 사회적기업을 잘 몰라서, 2) 임금이 적을 것 같아서, 3) 적성에 맞지 않을 것 같아서, 4) 근무환경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의 순으로 답변이 높게 나왔습니다(주관식 응답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선지를 구성해 두고 그 안에서 선택하도록 했기에 답변의 한계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논문의 제언, 그러니까 “사회적기업의 사회적·환경적 가치 홍보를 통한 윤리적 소비의 호소 차원을 넘어,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의 확보, 소비자로서의 긍정적 경험 확대,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청년들을 위한 전략적인 사회적기업 마케팅” 수립이 필요하고, “사회적기업 및 비영리조직들이 자발적이고 청년 친화적인 방식으로 공유하는 생생한 커리어 포럼 및 성과발표회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결론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를 지금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는지 물으면 그렇다고 확실히 답하기도 어려우니까요. 사회적경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단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은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헤엄치기 쉽지 않다고 하지만, 거센 물살에도 헤엄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얕은 물가에서도 거뜬히 버틸 수 있도록 해파리처럼 수면을 유영할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정답이 없는 자리, 각자의 선택이 있겠죠.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저는 요즘 나 홀로 작당모의(?)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의 사례를 갈무리하는 것인데요, 언론 보도나 논문, 보고서 등을 통해 정리된 내용을 한 곳에 보기 좋게 모아두는 일입니다. 잘 알려진 곳일수록 대표님의 인터뷰를 비롯해 여러 텍스트 자료들이 많더라고요. 기업별로 아카이빙을 하기도 하지만 저는 이것저것 여러 기업의 사례를 한 번에 보고 싶거든요. 이미 정리된 자료가 있을지 모르지만 찾을 수 없었기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거죠. 그래서 조금씩 자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뉴스레터를 통해 링크 공유하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적어두어야 목표를 갖고 일을 진행할 수 있더라고요...!


구독자분들께선 올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바라고 기대하는 계획들이 차근차근 이뤄지는 올해 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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