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숲길
열차가 자리를 비운 길
빈 땅만 생기면 탐심은
건조한 건물을 진압군처럼 올리는데
그 개발 유혹에 마음 내주지 않고
철길 숲 쉼터로 내어줘
도시의 삶에 숨통을 열어준
누군가의 그 마음이 장하고 고맙다
서울과 춘천을 오갔던 길목 위론
쇠약해져가는 갱목이
겪어온 세월을 넌지시 말해주고
어디서든 기죽지 않는
강아지풀은 바람에 몸을 흔들며
쓸모만을 두리번거리며 찾아온 피로한 마음에
정작 쓸모있는 게 무엇인지 눈 뜨게 한다
제각각의 삶의 무게로 철길을
오갔을 마음은 이젠 사라진 지 오래인데
어디에서 이주해온 씨앗인지
가냘픈 꽃 한송이 몸을 세워
걷기로 무게 덜어져 가는 마음에
반갑게 손 흔들어 준다
숲길을 걷다 보면
새소리, 바람 소리, 신발이
흙과 접속하는 소리
자유함은 늘 곁에 있는 데
그 수도꼭지 열어 자유를 맛보는 건
다른 이를 탓할 수 없는 자신의 선택임을 깨닫게 된다
어릴 적 철길 놀이터
하얀 연기 뿜으며 다른 세상으로 움직여가던 열차엔
동심이 실려 가는 입석 자리가 있었다.
그 빛바랜 입석 표를 쥐고
중년이 된 나는 이제야
닿기 어려운 먼발치를 바라보고만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쩔 수 없이 늘어가는 그 거리를
https://www.youtube.com/watch?v=SngT0T6cA6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