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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보 Oct 24. 2019

경춘선 숲길

경춘선 숲길     



열차가 자리를 비운 길

빈 땅만 생기면 탐심은

건조한 건물을 진압군처럼 올리는데

그 개발 유혹에 마음 내주지 않고

철길 숲 쉼터로 내어줘

도시의 삶에 숨통을 열어준 

누군가의 그 마음이 장하고 고맙다   


  

서울과 춘천을 오갔던 길목 위론

쇠약해져가는 갱목이 

겪어온 세월을 넌지시 말해주고

어디서든 기죽지 않는 

강아지풀은 바람에 몸을 흔들며

쓸모만을 두리번거리며 찾아온 피로한 마음에

정작 쓸모있는 게 무엇인지 눈 뜨게 한다     



제각각의 삶의 무게로 철길을 

오갔을 마음은 이젠 사라진 지 오래인데

어디에서 이주해온 씨앗인지

가냘픈 꽃 한송이 몸을 세워

걷기로 무게 덜어져 가는 마음에

반갑게 손 흔들어 준다     



숲길을 걷다 보면

새소리, 바람 소리, 신발이

흙과 접속하는 소리

자유함은 늘 곁에 있는 데

그 수도꼭지 열어 자유를 맛보는 건

다른 이를 탓할 수 없는 자신의 선택임을 깨닫게 된다   


  

어릴 적 철길 놀이터

하얀 연기 뿜으며 다른 세상으로 움직여가던 열차엔

동심이 실려 가는 입석 자리가 있었다.

그 빛바랜 입석 표를 쥐고

중년이 된 나는 이제야

닿기 어려운 먼발치를 바라보고만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쩔 수 없이 늘어가는 그 거리를    


 https://www.youtube.com/watch?v=SngT0T6cA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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