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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hoon Kim Apr 02. 2020

나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다.

비전공자가 전문 직군에서 생존하는 법

전문가가 뭔데?

디자인이라는 직군에 12년, 프리랜서 경력포함시 15년, 취미시절까지 포함하면 20년 이상 디자인계(?)에 발을 걸치고 있지만,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고 스스로 단 한번도 전문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물론 업무상 전문가의 "역할"은 계속 하고 있지만 말이다.


전문가에 대한 정의는,

 1.해당 분야에 심도 깊은 지식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2.연관 분야의 넓고 심도 깊은 지식이 잘 연계되어야 하고

 3.풍부한 실전 경험을 통해서 본인만의 확실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대략 정도면 비슷하지 않을까?



그럼 난 아닌가봉가...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부는 계속 하지만 지식을 축적하지 않는다. 물론 공통적으로 계속 만나게 되는 원칙들이나 그런 부분들은 계속 머리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항상 내가 틀릴수 있다라는 불안감이 있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할 때 필요한 정보, 지식, 기술을 새로 학습한다. 영어 단어장을 외우다 생각이 안나는 부분이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한번 외워보는 느낌이랄까? 실무에 계속 있다보면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학습이 오래 걸리진 않지만 어쨋든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꺼내는 느낌은 아니다. 새로 입력하고 배치해서 출력한다. 내가 보고 알았던 내용은 오늘 틀릴수가 있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것도 훈련이 되는지라 그렇게 비효율적이지는 않다.



비전문가가 디렉터라고? 망..

그렇다면 실무 디자인이 아닌 디렉터나 관리자의 역할을 할 때, 지식의 깊이가 없는 상태로 좋은 디렉팅이 가능한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능하다. 인하우스 디렉터의 역할은 비즈니스의 수요와 문제를 이해하고, 필요한 미션을 수립하고,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의 중국과 같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바뀌는 현장에서는 꼭 필요한 방식이기도 하다.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타겟이 빗나간다. 단점이 장점이 되는 순간도 있는거다. 프로젝트 스터디, 벤치마킹등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르다. 스터디나 벤치마킹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필요에 따라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것 들이고, 나는 업무 전에 스스로 일련의 업데이트 과정을 거친다.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전문가라 척척 솔루션이 나오는 줄 알지(ㅎㅎ) 디자이너로서 취향, 어느 정도의 원칙과 철학은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에 영향은 프로젝트의 성격과 목표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럼 나름의 방법론 아냐?

아니다. 부끄럽지만 전문가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필요해서 만들거나 터득한 개인적인 방법론이 아니다. 순간 집중력과 학습능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나, 뇌에 버퍼가 부족한지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부분이 휘발되어 사라진다. 나이탓인가.. 그래서 매번 리프레시를 해서 지식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것이다. 호기심+학습+비우기의 반복인데 직업 뿐만 아니라 취미생활등 생활 전반에서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

다행인건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진 않으니 여태 밥은 굶지 않.. 전문직 종사자로서, 스스로 스페셜리스트나 엑스퍼트는 아니라고 생각 하지만 프로페셔널의 태도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태도보다는 결과만이 인정받는 냉정한 바닥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간만에 브런치에 왠 뻘글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작가 계정 정지당할까 불안했...ㅎㅎ

우선은 안해본 일에 도전하고 싶거나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실력보다는 운이 좋은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걸 보면 나름 쓸만한 방법이기도 하지 않나 싶다. 또 한가지는 전문가라는 의식이 너무 강한 나머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할 때에 오히려 고지식한 선택을 하는 경우와 자신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유연해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해 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생각의 끝은 내 앞가림이나 잘 하자로 결론.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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