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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L Nov 25. 2020

한 끗 차이 디자인이란 이런 것

위트 있는 디자인

 

삶에서 위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두운 공간에 스위치를 켠 것처럼 분위기를 환기해주고, 중요한 자리에서 긴장감을 풀어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때로는 사람의 매력을 한 층 더 높여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 아닌 물건 속에서도 위트는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센스 있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쓰임새의 확장성까지 보여줘 작은 기쁨과 위안을 선사해주는 그런 물건 말이다. 어려운 기교나 기술을 더한 것은 아니다. 평범함에 비범함 하나를 더해 제품을 달리 보이도록 한 것뿐. 오늘은 그 한 끗 차이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때론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이름을 표시할 수 있는 음료수

사진 : YouTube 'BBDO Argentina'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속에 많은 것이 변화했고 또 새롭게 등장했다. 이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마스크 스트랩부터 투명 볼 안에서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까지.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는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음료도 새롭게 출시했다. 캔 음료 위에 알파벳을 적어둬, 화살표가 그려진 탭을 이동해 나의 이니셜을 표식 할 수 있도록 한 것.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소규모 만남을 갖게 되는 요즘, 타인의 음료와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이다. 때론 위대한 발명품보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제품이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아르헨티나 음료 회사 Dr.Lemon와 BBDO 아르헨티나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때론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을 지켜주기도 하며,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향수병

사진 : deezen Homepage


우연히 맡은 향기가 기억 속 풍경 또는 사람을 떠오르게 한 경험 있을 것이다. 향기는 어떠한 장면과 사람을 기억 속 무의식에 머무르게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각인시켜주는 향수는 알려주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향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걸까. 향수 라벨을 마법처럼 감출 수 있는 보틀이 등장했다.


MIT 연구원인 지아니 젱 Jiani Zeng과 홍하오 뎅 Honghao Deng이 개발한 Nseen Bottle이 그 주인공이다. 병을 똑바로 세워두면 글씨가 보이지 않지만, 병을 살짝 기울이면 숨겨진 글씨가 드러난다. 비법은 바로 렌즈! 렌티큘라 렌즈를 부착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변화를 준 것. 물컵에 빨대를 꽂아두면 빛이 굴절되어 빨대가 마치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러한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병 속에 담긴 액체를 기밀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복용하는 약이 무엇인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때론 편리함을 선사해주기도 하고,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조명

사진 : Neozoon Homepage


조명은 어둠을 밝혀주는 물건이지만 때론 그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빛나는 하나의 오브제로서 또는 공간의 무드를 만들어 주는 물체로서. 조명이 필요한 순간은 생각보다 많지만, 그때마다 자리를 빛내줄 수 있는 간편한 조명은 많지 않다. 대부분 콘센트와 연결해야 하여 이동의 제약성을 갖고 있으며, 조명의 부피와 무게는 공간의 제약성을 더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듯, 편의에 편의를 더한 조명이 등장했다. 독일 디자이너 루카스 헨첼 Lukas Hentschel이 제작한 'Neozoon'으로 흡착판 형태로 만들어져 창문, 벽은 물론 캠핑카, 화장실 등 원하는 곳 어디든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이제 이 조명 하나면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때론 사라진 역사를 한 장면으로 남겨주기도 한다

마을 축제에 등장한 특별한 벽화

사진 : Manolo Mesa Instagram


매년 스페인 오비에도 지역에는 벽화 축제 'Parees'가 열린다. 올해는 스페인 예술가 마놀로 메사 Manolo Mesa가 그린 티포트 세트가 한 벽면을 차지했다. 평범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평범한 그림은 아니다. 마놀로 메사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감동의 표정과 미소를 짓던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체 이 그림은 무엇을 담고 있기 때문일까?


오비에도 근처 산 클라우디오에는 지역명과 동일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도자기 브랜드가 있었다. 오비에도의 유명 화가들이 컬렉션에 참여했을 만큼 유서가 깊은 곳이지만 아쉽게도 90년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산 클라우디오 그릇은 오비에도 정체성의 일부이자 깊은 역사라고 할 만큼 지역 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들은 마놀로 메사는 그들에게 선물로 남기기 위해 벽화를 그렸다.  


매년 이 지역에는 수많은 벽화가 그려진다. 어떤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지만, 어떤 그림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물며 회자가 되기도 한다. 마놀로 메사의 그림은 후자에 속하게 될 것이다. 

 



4가지 사례를 통해 한 끗 차이의 비범함이란 사람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세밀함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상 속에서 겪는 불편함과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고민한 결과가 반영되어 센스있는 디자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은 물론 작은 기쁨과 용기, 그리고 위로를 안겨주기에 위트 있는 디자인은 계속하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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