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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L Jun 08. 2021

공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해외 팝업 스토어 사례 살펴보기



신규 브랜드 또는 제품을 론칭할 때 오프라인 이벤트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팝업 스토어다. 온라인 마케팅이 강세이지만 고객이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경험해볼 수 있으며, 또 소비자의 반응을 즉각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팝업 스토어는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팝업 스토어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업마다 팝업 스토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다르기에 성공의 기준 또한 다양하겠지만, 매장을 임대하여 오픈하는 것인 만큼 공간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여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국내에도 눈여겨볼 만한 팝업 스토어 사례가 많지만, 오늘은 해외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 해외 브랜드는 공간을 통해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태블릿 브랜드가 매장을 도서관처럼 만든 이유

reMarkable 팝업 스토어

사진 : Snøhetta 홈페이지

최근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 작은 가게가 들어섰다. 큰 유리창을 통해 살펴본 매장은 작은 도서관 같기도 하고, 공유 오피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곳은 노르웨이의 전자 종이 태블릿 브랜드 'reMarkable'이 오픈한 팝업 스토어다. 전자 종이 태블릿 브랜드가 왜 공간을 제품이나 브랜드 소개가 아닌 빈 테이블로 구성한 것일까? 그 뜻을 헤아리기 위해선 우선 제품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진 : reMarkable 블로그

reMarkable은 책 또는 문서를 읽고 기록하는 용도로 만든 전자 종이 태블릿으로 종이의 특성을 많이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외형부터 한 권의 노트를 연상시키는데, 종이의 질감과 필기감을 비슷하게 구현한 것은 물론 글씨 쓸 때 서걱거리는 소리까지 반영했다.


사진 : Snøhetta 홈페이지

이 제품을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태블릿 위에 생각을 끄적거리거나 조용히 글을 읽어볼 수 있는 곳일 테다. reMarkable은 고객에게 사색의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도서관처럼 공간을 만들었다. 구성도 심플하다.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과 미니멀한 테이블, 작은 스탠드 조명으로만 채웠다. 조도도 최대한 낮춰 읽고 쓰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때로는 누구의 말 한마디보다 스스로 체득한 경험이 더 진하게 기억에 남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은가. 브랜드는 그 점을 이용했다. 이러한 공간적 경험은 '이 제품이 어떻게 좋은지', '이 제품이 언제 필요한지' 등 어떠한 부가 설명 없이 고객 스스로가 제품의 좋은 점과 매력을 인지하도록 만든다. 같은 제품이지만 일반 가게에서 보던 것과 확연한 경험의 차이를 남긴다. 똑똑한 공간 마케팅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지역과 개인의 스토리를 연결한 곳

돌멩이 제과점

사진 : nara city art project 페이스북

작년 겨울, 일본 나라 지역에서 이색적인 팝업 스토어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돌멩이 제과점'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돌 모양의 과자를 선보이는데, 구매 방식이 독특하다. 돈을 지불하는 대신 추억이 담긴 돌멩이를 가지고 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적어 내면 과자로 교환해주는 형태다.


왜 이런 이색적인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을까? 먼저 주최자가 누군지 살펴보자. ‘돌멩이 제과점'은 나라 시티 아트 프로젝트 위원회와 푸드를 주제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 'EAT & ART TARO'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나라'라는 지역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담아내 전달할지 생각하다 '돌멩이'에 주목하게 된다. 나라 지역은 오래된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인만큼 오래된 돌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찰의 기둥을 받치고 있는 돌, 신사 안에 있는 돌, 무언가 새겨져 있는 돌 등. 돌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나라 지역의 역사와 시간을 담고 있는 매개체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메인 주제로 정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재미와 스토리텔링을 더해 사람들이 주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사진 : nara city art project 홈페이지

팝업 스토어 안으로 들어가면 테이블 위에 다양한 돌멩이들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의 짤막한 사연도 함께 놓여 있다. 돌을 전시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한 것 같기도 하다. ‘돌멩이 제과점’이 기발한다고 생각한 건 이 부분이다. '돌멩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나라'라는 지역과 개인의 추억과 이야기를 연결한 점! 지역과 사람을 잇는 로컬 브랜딩을 이보다 더 재치일 게 나타낼 수 있을까?


단순히 돌멩이와 과자를 바꿔먹는 경험을 하러 온 사람들도 매장 안에 놓인 수많은 돌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 테다. 왜 돌일까? 왜 돌을 주제로 하는 거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에게 물어보거나 아트 프로젝트 설명을 읽다 보면 '나라' 지역의 역사와 특색에 대해 알게 되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재밌는 경험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나라 지역 홍보까지 톡톡히 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사람들이 감탄하는 공간은 화려한 곳이 아니다. 공간 자체로 궁금증을 유발해 사람들의 발 길을 자연스럽게 이끌게 하고, 또 방문자가 공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게 장치를 곳곳에 심어 흥미를 일으키는 곳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러한 공간적 경험은 그 어떤 것보다 더 오래 기억 속에 머무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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